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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5,432

- 아기는 잘 지내고 잘 먹고 깔깔 웃고 다니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량하고요. 

치즈를 먹을 때 '치치' 하는 소리를 냅니다. 

'치치' 라고 말하는 게 아니고 권투 흉내낼 때 입으로 '췩췩!' 소리를 내듯이 그렇게 합니다.

재미있어서 섀도우 복싱을 하며 '췩췩!' 했더니 뒤로 넘어가게 웃습니다.

아기의 웃음에 고무되어 킥복싱이다! 하며 발차기를 보여줬더니 

세상에 이렇게 웃긴 게 있나! 하면서 꺄핳핳핳핳핡핡ㅎ 하고 난리입니다.

수십년(...) 전에 태권도장에서 마지막으로 해봤던 앞차기 뒷차기 옆차기 돌려차기 다 보여주고

하얗게 불태우고는 육아성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력저하로 헐떡거리며 널부러졌습니다. 고관절 아픈 것은 덤이고요.

발치에 앉아서 깔깔깔 웃으며 어!어! (한번더! 한번더!) 를 외치는 아기에게 엄마 심장 터지겠다! 했지만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붙잡고 다시 한번 일어납니다. 

다시 한번 화려한 발차기쇼를 위해! The show must go on!



- 요즘 아기는 희한하게도 책을 읽어주면 내용은 됐고 책 만든 분들의 약력을 읽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붕어빵 앙금은 안 먹고 껍데기랑 꼬리만 먹는 소리인데요.

왜 그렇게 남의 스펙을 듣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읽어 달라니까 읽어 줍니다.

덕분에 작가님들의 약력이 정말로 훌륭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좋은 미대 나오신 분들은 다 아동미술계에 계신 것 같더군요. 



- 생각해보니 부족하고 빈약할지언정 어느새 아기에게 제 모든 것을 주고 있더라고요.

돈, 시간, 에너지, 건강, 체력, 하다못해 머릿속 생각과 미래 계획까지. 

특히 관절에는 영구적이고 비가역적인 손상이 가해진 것 같습니다. 

팔꿈치는 시즌 끝나면 토미존 서저리라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아기에게 밥을 떠먹일 때마다 생각합니다. '사실 난 내 관절을 갈아서 너에게 떠먹이고 있지...' 

그래도 아기의 웃음은 제게 레드불이고 박카스고 스팀팩이고 뽕(!) 입니다.

아기가 한번 깔깔 웃어주면 전 뽕맞은 듯이 벌떡 일어나 내일치 체력을 가불하여 아기에게 바쳐요.

그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아기는 자라고 저는 수액을 뺏긴 나무처럼 늙어 있겠죠. 



- 아기가 좀 크면 아기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생각해 봤습니다.

먼저 생각한 건 사람 대 사람으로서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에요.

밖에서는 좋은 이미지인데 집에 와서 자식에게는 막 대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우연히 그런 사람들이 자식에게 하는 얘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동네 사람 싸움 등)

저 사람이 저런 말을? 싶더라고요.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하지 못할 험한 말이라면 자식에게도 하지 않는 것이 예의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아이가 아직은 미숙하며 어른의 지도편달이 필요한 '애' 고,

그 지도편달을 해 줘야 할 사람은 부모인 '나' 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더라고요.

아이를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대하되, 인생 경험과 지식에서는 대등하지 않다는 걸 명심하려고요.

간혹 미성년자나 갓 성인이 된 이가 성숙할 경우 마치 친구같다고 착각할 정도로 말이 잘 통하기도 하는데요.

그러다가 '아 참 저 사람은 한참 어리지' 하고 깨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걸 깨닫게 해 주는 건 인생 경험의 차이일 때도 있고 단순한 어휘력 부족일 때도 있지요.

아 이게 보통이지, 원래 이런 건데 그동안 저 어린 사람이 잘 맞춰줘서 잠시 잊었구나, 그래요.

보통 20대 중후반이 넘으면 그런 격차가 덜 느껴지고 30대부터는 '같이 늙어간다' 는 감각이 있어요.

자식은 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만큼, '얘가 이런 건 당연히 알/이해할 거야' 하고 기대하거나

'다 알면서 나를 엿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하고 분노하지 않도록 해야겠어요.

이런 이야기를 어떤 친구에게 했더니 네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 하고 칭찬해 줬는데,

고맙긴 하지만 말이야 누구나 멋있게 할 수 있는 거고 막상 실전에선 어떨지 모르니까요. 살아 봐야죠.





JanusOnTheGate

2016.02.01 07:17:47

왠지 리얼하네요.. 제가 나중에 애가 생기면 이렇게 하고 있을거 같아요 ㅋㅋ

집에가고싶다

2016.02.01 09:27:18

와.. 생생한 육아 일기 감사합니다. 늘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마지막 글은 정말 더욱 공감이 가네요.

실제로 미국에서 연구를 했는데, 아이들은 부모가 읽어 주는 책보다

밥상에서 부부끼리 혹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두 배 이상의 말을 배운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를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대하되, 인생 경험과 지식에서는 대등하지 않다는 걸 명심하려고요."

이 문장도 참 공감이 가네요. 날이 갈수록 사회는 아이들에게 인색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수하며 배우고 잘못하며 반성하고 성장하는 게 아이들인데, 살기 팍팍해지면서 그런 여유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할까요. 

저도 아이를 희망하는 신혼부부인데, 아이는 소리 없이 오는 손님이라고 하더라구요.

보채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지 생각하는데 아기 글을 보면 기분이 좋고 부럽기도 하네요^^

날이 다시 추워졌는데 플님도 아가도 찬바라 조심하세요~

아낌없이

2016.02.01 11:01:22

ㅎㅎㅎ역시 재미지네요
님의 육아일기는!
이렇게 엄마의 쇼는 계속되어야 하겠군요

저도 요즘들어 나도 모르게 아이와 엄마를 주의깊게 보게 되더라구요
흐뭇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구요~

참 행복한 시간이잖아요?
아가와 함께하는 시간, 소중히 즐기시길요^^

Fuschia

2016.02.01 11:22:04

뽕이나 마약의 문제는

중독성과 부작용이 문제죠.

ㅎㅎㅎㅎ

애기가 중독적인데다 부작용이 꽤 있지만

그래도 조금 지나면 그 조그만 손으로 엄마 힘들었지

하면서 조물조물 갈려나간 관절을 안마 해줄거예요.


아직은 아가가 플엄마는 슈퍼 히로인걸까?

엄마는 대체 못하는게 뭐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

울엄마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웃픈 일상이네요. 그래도 눈물 찔끔 하면서

행복하시겠어요~~~~!!! ㅎㅎㅎ


가끔 저도 보면서 애가 아이인 것을 잊고 지내는 엄마들을 꽤 많이 만나요.

살다보면 잊게 되는게 또 사람인가봐요. 플엄마도 오래오래

잘 마음속에 간직하고 사는 엄마가 되세요.^^

레몬자몽

2016.02.01 13:42:04

[아기]가 달려있으면 반가운 마음에 얼른 클릭해서 읽어봅니다. ㅎㅎ 정말 잼있게 잘 읽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은 관절을 갈아서 밥을 먹인다는 표현에 코가 찡해집니다. 우리 엄마도 그랬겠지... 하는 마음에요. 아무것도 아닌, 산지 너무 오래되서 이제는 귀엽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이모티콘을 엄마랑 카톡하다가 별 생각 없이 보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웃음이 절로 난다며 귀엽다고 즐거워 하세요. 어디냐 밥은 먹었냐 똑같은 질문에 귀찮음이 뚝뚝 묻어나는 대답하는 내 모습과 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에 정성스럽고 고생스럽게 나를 길렀을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서 눈시울이.. ㅎㅎ 즐겁고 따뜻한 글 감사드려요, 자주 글 남겨주세요~

킴살앙

2016.02.01 19:59:59

옛날에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 데, 아기는 그 순간이 지나면 다른 아이가 된다는 말이었어요^_^ 그래서 함께 하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죠! 저도 조카를 보면서 그 말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plastic님 부럽습니다 :D


더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래요!!!!

설렘중독자

2016.02.02 07:17:36

아기가 작가 약력 듣는걸 좋아한다는게 왤케 웃기죠. 육성으로 빵터졌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렬빠

2016.02.02 08:03:15

-ㅎㅎ아이는 과한 동작을 좋아하더라구요.아이앞에선 개그맨이 되는부모...ㅎ

-짧은 문장이 되어 있어서 그런거 아닌가요?

-그렇죠. 뭐 어버이노래같이 되나봐요.닭발이라도 고아드시죠.안되면 족발이라도 드시고...^^

-친구같은 부모가 되기 가장어려운것같애요. 저는 기본예의 지키는 사람이 되는게 참 어렵단 생각이 들더라구요.ㅎㅎ

4층

2016.02.09 01:59:23

애기가 무슨무슨 책 좋아해요?

이겨울

2016.02.11 01:07:22

진짜 몇달만에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아가가 그새 많이 컸네요. 가끔 궁금해하며 플님과 아가의 안녕을 바라고 있습니다. 나중에 엄마가 되면 꼭 다시 읽어볼거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따뜻한 봄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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