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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그러니까 우리가 20대중반에다가 한참 일에 재미를 붙일 무렵, 우리가 칭송했던 영화는 <업 클로즈 앤 퍼스널>이었다. 내용은, 촌스런 뜨내기 사회 초년생 미쉘 파이퍼가 방송국의 말단으로 입사해 로버트 레드포드 같은 멋진 상사의 도움과 사랑, 그리고 자신의 노력으로 최고의 앵커우먼 자리에 오르게 된다는 모든 직장여성의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꿩먹고 알먹는 미쉘 파이퍼를 보면 당시의 우린 정말 배 아파하며 부러워했다. 그리고 2001년-20대 후반에 접어든 우리에게 이번엔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다가왔다.

“어쩜 다 내 얘기냐?” - ‘브리짓 존스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이 영화는 노처녀들 사이에서 지금 돌풍적인 인기다. 애인 없는 수만명의 코리안브리짓들이 삼삼오오 떼지어 침 닦으며 이 영화를 본다. 왜들 호들갑일까? 힘겨운 직장생활이지만 이제 우리는 브랜드 정장 몇 벌쯤은 마련하고 바에 가서 와인을 홀짝거리고 정기적인 피부 맛사지를 받고 조금 욕심 내서 자동차를 굴리거나 코를 세울 정도로 ‘우아한 싱글’의 표면적인 모습을 하나 둘씩 갖춰나가게 되었지만, 사실은 우아하기 그지없는 백조처럼 퉁퉁 부은 발만은 물아래서 정신없이 첨벙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사고칠 예비용으로 3번째 서랍 깊숙히 모셔놓은 야시야시한 검정 레이스 팬티보다도 펑퍼짐한 3장에 만원짜리 팬티에 정이 더 가고, 큰맘 먹고 끊어놓은 헬스클럽 연간회원권은 2번 가고 휴지조각이 되어버렸고, 대리나 과장으로 승진했다고 잘난척 해보지만 하는 일은 여전히 시다바리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인정하기 싫지만(에휴), 당찬 싱글 커리어 우먼이라는 허울아래 실은 우리들도 숨은 반쪽 당장 찾아내서 결혼하고 싶거든(나오기만 해봐라, 확 그냥)…!!

그러니, 우리가 애써 남자들 앞에서(특히 여자들끼리도!) 강한 척, 쿨한 척, 괜찮은 척, 가장하던 삶의 무게에서 잠시나마 우리를 해방시켜 주었으니 브리짓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으랴. 하지만 방심은 금물. <업클로즈 앤 퍼스널>의 로버트 레드포드는 커녕, 실상은 절대 사랑할 수 없는, 징징대고 쪼아대는 야비한 부장을 우리는 여태껏 모셔야만 했으며 따라서 이번에도 브리짓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줄 인연을 만나기란 최민수가 하리수랑 바람필 확률(참 나쁜 예다)에 가까운 것이다. 만약 그런 환상적인 우연을 꿈꾸면서 “난 괜찮아~”를 흥얼거리고 있는 동지여, 꿈 깨라. 영화와 달리, 현실은 하나도 ‘안’괜찮다. 삶은 여전히 우리에게 살 빼고 담배 끊고 술 줄이고 제대로 된 일을 하기를 요구하더라. 안 그러면 영원히 “All By Myself~”일 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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