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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의 칼럼에서 ‘고민하는 여자들이여, 그와 자고 싶다고 생각되면 자라. 대신 ‘잘’하라’고 왈왈 거린 것을 기억하는지. 그걸 읽으신 우리 엄마는 “야, 니가 무슨 섹스 전도사냐?” 며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셨다.

그런 엄마이지만, 그녀는 철딱서니 없는 이 막내딸년의 ‘첫 키스’를 본능적으로 감지한 놀라운 인물이다. 엄마는 대학 1학년 때 수줍은 거사를 치루고 알딸딸한 체 귀가한 나를 저녁식사 후 뜬금 없이 ‘산보 나가자’고 끌고 나가시더니 ‘야, 너 오늘 키스했지?’라고 족집게도사처럼 알아 맞추셨다. 난 어디 들어갈 구멍 없나 찾는 동시에 와, 어떻게 알았지? 라며 진심으로 탄복했던 기억이 난다. 역시 엄마들이야! 또 그녀는 ‘잘 사귀어봐. 집에도 데려오고.’라고 쿨하게 한마디 쏘셨고 그 주술 탓인지 그 후 나는 변덕스럽게 남자친구를 갈아치우며 집에 데리고 와서 엄마를 두손 두발 다 들게 만들었다.

앗, 그러고 보니, ‘첫 생리’때도 덩달아 기억 난다. 아침 일찍 일이 터져 너무나 놀라고 아프고…이대로 죽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엄마는 그런 나를 놔두고 훠이 외출해버리셨고 난 등교거부를 하고 불쾌한 얼굴로 하루종일 침대에서 꼼짝 안하고 누워있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아빠는 일찍 귀가를 하셨다. 그리고 냉큼 느끼한(?) 미소를 띄며 내 방으로 들어오시더니, ‘축하해’라며 볼에 뽀뽀를 해주셨다. 엄마는 장보고 오셔서 왠일로 상다리 휘어지게 음식을 차리셨지만 나는 아빠얼굴보기 민망해 저녁을 안 먹고 말았다.

지나서 생각하면 이런 첫경험들의 기억은 무척이나 흐뭇하다. 하지만 역시 첫 성경험 만큼은 아무리 자유로운 집안분위기에서 자란 나도, 엄마가 먼저 알아차려 이러쿵저러쿵 참견하거나 혹은 아빠가 뽀뽀 해주며 축하해주시지는 않았다. 그게 역시 당연한 것일까? 알면서도 모른 척 해주고, 딸이 시집가기 전날밤이 되어서야, 딸 방에 슬그머니 들어가, 신혼초야에 대한 강습을 하는 솔솔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도 역시 효도일까?

성 경험을 처음 갖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 그것도 특히 솔직해지지 못하는 여자의 성의 경우, 통계상의 수치보다도 훨씬 낮을 것이다. 딸이 성숙한 여자로 커가면서 겪는 다양한 첫경험들이 행복하고 의미있는 경험일 수 있도록 항상 손이 닿는 곳에 스탠바이 하고 계신 이 땅의 펑키한 엽기 엄마들은 또 얼마나 계실까. 나도 물론 나중에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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