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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

단도직입적으로 편견 가득히 말하자면, 연인과의 첫 섹스에 있어서 여자는 섹스 하기 전부터 남자에게 푹 빠진 여자와 섹스하고 나서야 비로소 푹 빠지는 여자로 분류된다. 그 중의 어떤 상태였던 여자에겐 남자가 나를 리드하게 놔두라는 소극성이 요구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여자들은 섹스의 공동 주체임에도 불구, 행동자보다는 관찰자의 입장이었다. 반면 남자들은 이니셔티브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 때문에 훨씬 다양한 액션을 통해 은연 중에 많은 메시지를 여자에게 전달한다. 반대로 말하면 밀실에 들어가지 않는 한 그들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꽤 많다는 것이다.

섹스를 제외한 나머지 데이트 씬에서는 대체적으로 엇비슷한 매뉴얼대로의 패턴을 보여주는 남자들이지만, 밀실에 가둬놓고 몸과 마음을 나체로 벗겨놓으면 남자들은 서로가 잠자리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공유하질 않는 법이니 참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전개된다. 우선 무대가 호텔방이라고 치면, 믿기실지 모르지만 방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TV부터 틀어놓는 남자가 있다. 남자가 연애체질이 아닌 경우다. 샤워하러 들어가기 전에 벗은 옷을 개켜서 곰살맞게 의자 위에 정리해 올려놓는 남자도 있다. 결벽증 기질이 다분한 남자다. 사실 이미 그들이 “먼저 씻을래?”라고 물어보는 순간부터 흥이 깨지는 일이었다. 샤워를 오래 하는 것도 돌이켜보면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고 이런 남자들은 섹스가 끝나면 곧바로 샤워부터 하는 남자들이기도 하다(이 때는 먼저 씻을 거냐고 묻지도 않는다).

침대서는 바야흐로 역학관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게 중, 침대에서 이기적인 남자는 영원한 레퍼토리다. 전희 없이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는 남자는 이기적인 남자면서 동시에 섬세하지 못한 남자다. 호시탐탐 여자를 위에 올려놓고 허리를 살짝 잡아주는 시늉만 하는 남자들은(자, 이제 알아서 네가 흔들어봐!) 이기적이기 이전에 이 여자가 자기를 훨씬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미 꿰뚫고 있는 남자들이다. 여자머리를 자꾸 아래쪽으로 밀어 내리는 행위도 사촌격이다. 이별의 예고편이다. 하지만 흔히들 일 끝내고 ‘담배를 바로 꼬나 물거나’ ‘돌아누워 금새 자버리는’ 남자들이 욕먹기 쉽지만 이는 그렇게 네가티브한 행동은 아니다. 적어도 바로 샤워하는 놈보다는 나은 남자다. 그러니 팔베개나 후희로 진심을 판단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한 편, 여자에 대해 적지 않은 트라우마를 가진 남자들은 양극단을 보여준다. Dirty talk, 즉 야한 욕설을 사용하며 섹스하는 남자들은 뭔가 제대로 쌓였다. 덤으로 가볍게 여자의 엉덩이를 때려보기도 한다. 평소엔 샌님처럼 보이던 이 남자가 밀실에 들어오면서부터 눈빛이 바뀌더니 역시 남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여자는 무섭다기보다 조금 안쓰러워진다. 이와는 반대로 일 끝내고 누웠을 때 하염없이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남자들도 있다. 이게 또 몹시 지루하다. 과거에 트라우마가 있으면서 현재에 스트레스가 쌓인 불쌍한 남자다. 덩달아 자기의 예전 여자들을 이야기하면서, 여자의 옛 남자에 대해 슬그머니 물어보는 놈들도 있는데 이렇게 트라우마를 스스로 만들고 있으니 참으로 안쓰럽다!  

마침내 섹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역시 ‘자고 가냐, 그냥 가냐’가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내 견해로는, 아침까지 같이 지내고 가는지, 일 끝나고 바로 가는지는 그리 큰 이슈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같이 아침까지 있더라도, 남자가 속옷을 다시 챙겨 입고 자는 것이 더 불량하고, 바로 가버린다고 해도 그로부터 24시간 내에 그의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유효한 것은 같이 잔 후에 처음 함께 하는 식사인데 그 때의 분위기- 즉 사랑이 더 깊어졌는가-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힌트들이 난무하지만 지면관계상 생략하는 가운데, 우리 여자들을 보면 대략 정신을 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남자에게 이미 푹 빠져서 베드인 했을 경우엔 그저 섹스의 퀄리티를 떠나 감격스럽고 동시에 두려워하느라 바쁘다.  베드인 하기 전엔 다소 냉정했던 여자들도 막상 밀실 속에서 신경 쓰이는 것은 남자보다는 자기자신이다. 나 냄새 안 나겠지? 새로 장만한 란제리를 빨리 칭찬 좀 해봐, 얘는 콘돔을 갖고 오긴 한 거야? 내가 밑에 있을 땐 이중턱으로 안 보이게 고개를 들어야지, 아 참 내 얼굴은 45도 각도가 최고니까 요렇게 고개를 돌리면서! 등의 쓸데없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그래놓고선 어리버리 섹스가 끝나고 나면 마법에 걸린 듯, 남자에게 집착하게 된다. 섹스가 좋았고 나빴고는 별 상관없다. 섹스를 했다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는 남자가 어느새 식었다고 항의한다. 하지만 실은 남자는 하나도 안 변했다. 남자가 식는 게 아니라 실은 여자가 푹 빠진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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