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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는 여자, 긍정적 상상력이 필요해!
[매거진 esc]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Q 외모에 딱히 문제도 없는데 왜 자꾸 남자들에게 차일까요?

저는 일생일대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른살 직장 여성입니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을 찾을 수 없고 머리만 터져버릴 것 같아 상담을 드립니다. 저는 요즘 인생을 헛산 것 같습니다. 헛살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햇수로 4년 넘게 직장을 다녔지만 모아놓은 돈도 없고 내 사람을 많이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고 애인도 없어서요. 나름대로 저 자신을 괜찮은 사람이다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되돌아보니 이게 뭔가 싶습니다. 그중에서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남자들이 저를 떠난다는 것입니다. 대학 시절 한번의 오랜 연애 이후 여러 만남이 있었지만 지속적인 관계로 발전이 안 됩니다. 남들은 소개로 만나서 결혼도 하는데 저는 남자들이 한달 후면 다 저를 떠나갔습니다. 제가 성격에 뭔가 결함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처음엔 호감을 가져주니 외모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제가 혼자 너무 앞서가는 걸까요? 남자들한테 제가 알게 모르게 부담을 주는 걸까요? 저를 알면 모두들 실망을 하는 걸까요? 왜 항상 제가 버림받는 처지가 되는 걸까요? 너무 정에 약해서? 끝까지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데 남자한테서 반응이 없는 걸 못 견디고 먼저 연락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한 남자한테 두번을 차이질 않나, 정말 저 자신이 싫고 바보 같고 돌아버리겠어요. 애정결핍일까요? 저의 문제는 대체 뭘까요?

A
외모나 기타 등등 지극히 멀쩡한데 연애는 잘 안 풀리는 불가사의한 여자들이 있지요. 착잡해하는 그녀들에게 사람들은 곧잘 “네가 남자 보는 눈이 없는 거야”라고 결론을 내려주곤 합니다. 그리고 너그럽게 덧붙이지요. “그런 남자 내버려둬. 넌 소중하니까. 언젠가 너에게 딱 맞는 남자가 나타날 거야.” 천만에요. 차이는 구체적인 이유는 늘 있었습니다. 당사자들이 자각하지 못할 뿐.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가 ‘상대의 사랑을 잃었다’라는 차원에서 ‘차인 것’이 아닌, 공식 연인 관계로 갈까 말까 서로 간을 보다가 ‘거부당했다’라는 의미(당신의 경우는 후자겠지요)로서 ‘차인 것’에는 대개 여자들이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던 아주 명징한 패턴이 있습니다. 콕 찍어 말하겠습니다. 남자가 발을 빼고 싶게끔 만드는 그 공통적으로 바탕에 깔린 몹쓸 습성, 그것은 여자가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을 남자가 부정해줌으로써 자신을 긍정해주길 바라는 행위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엥? 뭔 소리? 가령 이런 겁니다.

“왜 전화한다면서 안 했어요? 잊은 거죠?”
“나랑 있어도 별로 즐겁지 않죠?”
“나 너무 살찌지 않았어요?”

여자는 “솔직히 나 좀 별로잖아. 사실 나 그다지 좋아하는 거 아니지?”라는 의미를 함축시킨 질문을 매번 다양한 형식으로 응용해 남자에게 던집니다. 그녀가 그로부터 기대하는 대답은 물론 “무슨 소리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라는 정겨운 ‘부정’이지요. 못 이기는 척 그의 강한 부정에 끄덕거리며 그녀들은 스스로를 긍정할 용기를 얻습니다. 자기평가가 실제로 낮든 안 낮든 간에 이렇게 자신을 비하하는 방식으로 인정을 구걸하는 것, 자신이 원하는 뻔한 답을 유도해 내고자 질문을 던지는 것, 이거 참말로 구립니다.

“난 원래 이런(못난) 애야. 이래도 날 좋아할 수 있어? 나 따위 정말 좋아하기는 하는 거야?”라는 질문에 남자도 처음엔 ‘아냐~ 네가 얼마나 멋지고 소중한데’라고 안심시켜 줍니다. 하지만 자꾸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덧 피곤해지며 정말 그녀 말대로 그녀가 가치 없는, 막 대해도 되는 여자처럼 생각됩니다. 남자나 여자나 연애 초기에는 ‘내가 월척을 건졌구나’라는 행복한 확신이 필요해 안달인데 거기에다 대고 여자는 자꾸 초치며 남자를 시험에 들게 합니다. 이거야 원, 나서서 ‘난 당신의 사랑을 받기엔 충분치 않은 여자’라고 계속 세뇌시키는 꼴이지요. 마치 ‘어서 나를 차버려’라고 주술을 외우듯이. 하나 나쁜 생각은 나쁜 예감을 만들고 나쁜 예감은 나쁜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런 습성은 이기적이기도 합니다. 연애할 상대를 관찰하고 바라보고 행복하게 해주려고 궁리하기보다 신경이 온통 연애에 실패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나 자신에게 예민하게 집중되어 있거든요. 내 인생이 실패작이지 않기 위해, 내가 평균적으로 나쁘지 않은 여자임을 입증하기 위해, 내가 제때 결혼할 수 있기 위해, 나는 절대 차여서는 안 돼, 라는 초조함, 아, 그리고 어쩌면 실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차여서 더 자존심 상하면 어쩌나, 라는 오기마저 한데 어우러져 자의식의 후덥지근한 고기압이 형성되니 남자가 훅 나가떨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자신감은 없어지고 생각은 많아지고, 남자의 다음 반응에 두려움으로 벌벌 떨고.

연애하려는 여자에겐 긍정적인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행복해지려면 행복한 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야죠. ‘난 차이는 여자’라는 딱지에 자가중독되면 다른 남자 나타나봤자 “또 너 나 찰 거지? 안 봐도 알아” 식으로 긁고, 벗나가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올라올 텐데.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가 늘 그 뻘짓 하면서 시리즈 이끌어 온 거 아닙니까. 왜들 그러냐고요? 엉덩이 주사 맞을 때 먼저 괜히 엉덩이 아프게 때리는 것처럼, 그렇게라도 선수를 침으로써 행여나 나중에 크게 입게 될 상처를 미리 최소화시켜 자신을 보호하려는 얕고 소심한 속셈인 거지요. 그러고는 꼼꼼히 스코어 따집니다. 0승 4패. 차고 차이고의 스코어가 뭔 의미 있을까요. 어차피 결혼은 한 놈하고만 하는 건데.

임경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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