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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11월25일
<임경선의 성실한 작가생활>

글쓰기 변천사

원고료를 받고 가장 처음 썼던 것은 한 패션잡지의 마지막 페이지에 실리는 연애를 주제로 한 고정칼럼이었다. 당시 일본시사주간지를 즐겨 읽던 나는 고정칼럼지면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그 지면을 얻기 위해 열 여개의 샘플원고를 잡지사 담당기자에게 두 차례에 걸쳐서 보냈던 기억이 난다. 월간지의 고정칼럼을 반 년 가량 쓰고 나니 그 다음에는 한 스포츠신문에 고정칼럼을 쓰게 되었다. 이번에는 서툰 내 일러스트도 함께 실을 수 있었다. 시간이 또 지나자 한 종합일간지에서도 일과 직장생활을 주제로 고정칼럼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한 때는 고정칼럼연재를 동시에 여섯 군데 이상 쓰고 있어서 월화수목금 매일매일 칼럼을 마감해야 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칼럼을 쓰는 꿈을 이루자 이번에는 책을 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특히 사랑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연애의 기술 따윈 나는 몰랐다. 그저 뒤도 돌아보지 말고 사랑하고 기꺼이 상처받으라는, 어찌보면 바보의 사랑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당시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젠 말할 수 있다’같은 배포가 있었던 것 같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세 권의 책에 걸쳐 넘치게 쓸 수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과 사랑’이라고 생각하던 나는, 그 다음엔 보완하는 의미에서 ‘일’에 대한 책을 한 권 쓸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들에 대한 글을 속시원하게 다 쓰고나니 이번에는 비소설이 아닌 소설, 즉 창작에 도전하고 싶었다. 좌충우돌을 심하게 겪으면서 첫 단편소설집을 냈다. 단편소설을 쓰고나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조금 더 호흡이 긴 글을 쓰고 싶어서 이어서 장편소설을 썼다. 한 권으로는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직은 조금 더 소설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어 이제 곧 두 번째 장편소설을 탈고할 예정이다.

갑자기 왠 옛날 이야기냐고? 올해 2015년은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된 지 딱 십 년이 되는 해라서 조금 감상적이 되었나보다. 프리랜서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무렵의 혼란과 불안과 부침을 돌이켜보면 아득하기만 하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세월을 관통하며 글을 써온 덕분에 어쨌든 경험은 늘어갔고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은 점차 안정되어 갔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살았던 평탄했던 한 해였다.

한데 무슨 청개구리 심보인지 나라는 사람은 안정이 될수록 막연하게 불안해진다. 연말을 맞이하고 새해가 다가올수록 안정이라는 이름하에 내가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못마땅해지기도 했다. 나 이대로 살아도 괜찮냐고 자문하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산다는 게 다 이런 것일까.’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누구는 배부른 고민이라 할지 모르지만 정체된 느낌은 정말 싫다. 가능성을 더 시험해보고 싶었고, 살아있다는 생생한 실감을 얻고 싶었다. ‘인생, 이게 다인가?’라는 질문에 굴복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내년에는 조금 더 일부러 더 새로운 일을 도모하며 ‘고생’을 자처하고 싶어진다.

돌이켜보면 회사를 다니던 그 전의 12년간도 그랬던 것 같다. 특급호텔 홍보실에 다니다가 우아한 VIP마케팅보다는 활기찬 대중마케팅이 하고 싶어 음반사 마케팅으로 직장을 옮기고, 그 다음에는 일에 대한 보다 전략적인 접근을 배우고 싶어서 광고대행사로 옮기고, 그 다음에는 광고주에게 휘둘리기보다 내 자발적인 의지대로 일을 해보고 싶어 인터넷벤처기업으로 옮기고, 그 다음에는 큰 프레임을 가진 조직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에 대기업으로 직장을 바꿨다. 결핍이 욕구를 만들고 욕구가 변화를, 행동을 가져왔던 것이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노상 이런 불평불만을 가진 내가 그래서 과히 싫지는 않다.

글/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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