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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표지디자인을 보는지? 나는 본다. 많이 본다. 원래 알거나 좋아하던 저자가 아닌 바에야 표지가 눈길과 손길을 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지가 매력적일수록 그 안의 내용이 궁금해지고 그것은 곧 구매로 이어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를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봐줘.’라는 것은 어찌 보면 게으른 오만이다. 외면이 매혹으로 끌어당기지 않으면 차마 내면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3월 첫 주에 출간될 장편소설 『나의 남자』는 표지디자인을 제외한 모든 것이 완성되었다. 저자 중에는 표지디자인에 일절 관여를 하지 않는 타입과 관여하는 타입으로 나뉘는데 나는 죄송하지만 후자다. 제목이나 표지디자인에 적극적으로 관여를 하고 대신(?) 책 원고에 대한 편집자의 의견에도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며 그의 조언에 따라 수정을 한다. 즉 각자가 자기 일만 한다기보다 서로 간 의견을 조율해서 가급적이면 모두가 보다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표지디자인 첫 미팅. 북 디자이너, 편집자, 그리고 저자인 나, 이렇게 책 원고를 읽은 세 사람이 모인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이번 책의 커버 안’의 샘플들을 스크랩해서 북 디자이너와 편집자에게 보여준다. 세 사람은 각자 이 원고에 어울리는 표지디자인의 비주얼과 느낌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방향성을 몇 가지로 좁히고 북 디자이너는 그를 토대로 구체적인 시안을 만든다. 이 단계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이 디자인에 필요하면, 그림작가에게 일러스트를 의뢰하게 된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일러스트 시안이 나온다. 이때 각자가 상상하던 것과 다른 느낌의 일러스트가 나와버리면 대략 난감하다. 수정 시안을 조심스레 의뢰한다. 그림작가는 다시 한 번 작업을 해서 보여주는데 이때도 백 프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 수정은 웬만해선 한두 번 이상 의뢰하긴 힘들다. 어쨌든 그 일러스트로 표지디자인 시안은 제작이 된다. 일러스트가 마음에 쏙 들어도 그것을 활용한 표지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성에 차지 않는 일러스트가 들어가도 디자이너의 역량으로 기대 이상의 시안이 나와 우리를 만족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 일러스트가 마음에 차지 않으면 표지디자인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비정한 현실이다. 하여, 표지디자인 시안도 수정요청이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수정요청을 두 번 이상 하기에는 민폐다. 일러스트, 문양, 색상조합, 폰트, 종이 재질 등, 표지디자인에는 다양한 요소가 변수가 되는데 몇 번 안 되는 기회 속에서 직감과 감식안으로 그것들을 예민하게 살펴봐야 한다

오늘은 표지디자인 수정안을 가지고 북 디자이너의 작업실로 편집자와 직접 찾아가 미팅을 했다. 혹자에 의하면 북 디자이너들은 이런 의뢰자들을 가장 싫어한다고 했지만 내가 느끼는 절박감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허심탄회하게 현재 나온 시안들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면서 시안에 대한 생각이 각자 조금씩 다름을 알 수가 있었다. 딱 ‘이거다’라고 확고히 결정을 못 내리고 계속 우왕좌왕, 애매모호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북디자이너가 혼잣말처럼 체념하듯 중얼거렸다.

“사실 저 혼자서 이런 느낌으로 저렇게 가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요…”

오옷?!

“그럼 그렇게 하시면 되잖아요!” 나는 목소리를 드높였고

“…아주 좋은데요?” 편집자의 눈이 반짝거렸다. 물론 머릿속의 생각과 각자의 상상 사이엔 괴리가 있을 수도 있고 실제 결과물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북 디자이너 내면에서 치고 올라오듯, 본능적으로 구현해보고 싶은 어떤 디자인, 때로는 ‘그냥 내가 좋은 그 무엇’이 정답일 수도 있는 법. 이성이 아닌 감성이 설득이 되는 법. 이렇게 북 디자이너는 자발적으로 두 번째 수정에 들어갔고 편집자와 나는 ‘어떻게 생긴 아이가 나올까’ 두근두근 조마조마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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