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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임경선의 성실한 작가생활>

저자 프로필에 대하여

신작소설 <나의 남자>의 저자 프로필을 쓰며 느낀 바가 있었다. 프로필은 다음과 같다.

‘2005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사랑과 인간관계 그리고 삶의 태도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왔다. 소설 <기억해줘><어떤 날 그녀들이>와 산문 <어디까지나 개인적인><태도에 관하여><나라는 여자><엄마와 연애할 때>를 펴냈다. <남의 남자는 그녀의 세 번째 소설이다.’

이 프로필의 심플함은 내게 잔잔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과거에 펴낸 책들의 저자 프로필란에서 사라진 것들을 한 번 살펴보자.

우선 출생년도. 예전에는 꼬박꼬박 1972년생, 이라고 처음에 적었다가 어느 날부터 안 적게 되었다. 담당편집자가 “선생님, 이제 나이는 프로필에서 빼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고 아뿔싸, 그때부터 나는 내 나이가 더 이상 젊지 않음을, 즉 매력적이지 못함을 깨닫게 되었다.

둘째로, 출신대학. 출신대학이 세간에서 좋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보면 대학이름을 써넣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가 있다. 실재 명문대학 이름, 가령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레떼르는 독자들에게 느낌표를 주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과거 초기 책들의 프로필에는 내가 완전히 ‘졸업’한 게 아닌 ‘수료’한 해외의 한 명문대학 이름이 들어가있다. 어떻게든 자랑하고 싶던 나의 자의식이 작용했다. 그러다가 몇 년전부터는 아예 대학에 대한 언급을 없앴다. 출신대학이 지금 사십대의 나,를 설명해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셋째, 글쓰기 이전의 경력. 정확히는 회사생활 12년간에 대한 언급이다. 어떤 직장들을 다니면서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나는 얘기하고 있었다. 마치 ‘글을 쓴 커리어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 이유는 그전에 착실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하는 것처럼. 혹은 ‘나는 출신이 독자여러분들과 엇비슷해요’ 같은 동질의식을 어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직장여성대상의 책을 쓸 때는 마치 열혈 커리어우먼인양 스스로를 묘사했던 프로필도 있어서 낯뜨거워졌다. ‘남들에 비해 대학을 일찍 졸업해 어느 조직에서든 ‘최연소’라는 호칭을 달았다’라는 자랑아닌 자랑도 부끄럼없이 했더라. 아이 참.

넷째, 매체연재경력과 방송출연경력. 가끔씩 어떤 책들을 보면 1회성으로 나온 방송명이 주루룩 나열되어 있는 프로필들을 보곤 하는데 보는 내가 다 낯뜨거워진다. 하지만 나도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신문과 잡지, 온라인매체에 칼럼을 연재하는 일을 주로 했던 시절에는 내가 어떤 매체에 어떤 제목의 연재칼럼을 썼는지, 어떤 방송을 출연했는지 이걸 다 꼼꼼히 기재하면서 독자들을 유인하는 방책으로 썼다. 지금은 예전만큼 연재칼럼이나 방송을 안해서도 그렇지만 책은 책만으로 승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 외의 모든 기타 등등. 나이가 지금보다 젊어서도 그랬겠지만 ‘나’를 드러내는 데에 참 발랄(?)했던 것 같다. 가령 이런 문구 - ‘감정에 솔직해 손해를 보면서도 그걸 은근히 즐기는 물병자리 AB 형이다.’ ‘겉보기와는 달리 수줍음이 많지만 어쨌거나 솔직하긴 솔직하다.’ ‘남미와 유럽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미국과 일본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리고 마치 생일맞이 소원빌기처럼 나의 바람들도 촘촘히 적었더라. ‘숲과 비, 수국과 보사노바 음악에서 영감을 얻는 그녀의 희망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과 끝까지 자유로운 여자로 남는 것, 이 두 가지밖에 없다.’ ‘심플하고 성실한 삶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세월이 흘러도 마음에 굳은살이 안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더 자유로워지고 더 개인으로 설 수 있고 더 관대하게 사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니고 있다.’ 지금은 바라는 게 있어도, 욕심내는 게 있어도, 마음속으로만 읊조린다.

아무튼, 이제는 프로필에 실질적으로 그간 펴낸 책들 타이틀만 집어넣게 된 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셀프 홍보를 덜하지 않았나, 아쉽거나 걱정되지 않은 점이 스스로도 신기했다. 아니 오히려 프로필이 단순해질수록, 내가 나 자신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질수록, 덜어낼수록, 가뿐해지고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단 두세줄짜리 프로필을 가진 이석원 작가나 김훈 작가는 역시 ‘고수’라는 생각이 든다.

글/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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