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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성화로 m.net <프로듀스101>을 같이 보고 있노라면 남 일 같지가 않다. <프로듀스 101>에는 아리따운 소녀연습생 101명이 나와서 끼의 대결을 펼치며 2주마다 국민프로듀서(시청자)들의 투표로 인기 순위를 발표한다. 어떤 연습생의 순위는 예기치 못하게 올라가 함박웃음을 참느라 어쩔 줄 모르는 한편, 대신 어떤 연습생의 순위는 그만큼 내려가게 되어 태연함을 가장해 보여도 속은 바짝바짝 타는 것이 훤히 보인다. 나는 그 둘의 마음에 모두 감정 이입하게 된다.

신작소설이 출간 된 지 어언 한 달이 되어간다. 신간이 나왔으니 ‘요새 많이 바쁘지 않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실상은 그다지 바쁘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조금 분주한 것 빼고는. 나쁜 습관인 걸 알지만 책이 출간된 이래 매일 밤 스마트폰을 머리 옆에 두고 잤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에서 알라딘 인터넷서점의 판매지수와 순위, 그리고 교보문고 사이트에 들어가서 판매순위를 체크한다(오전 10시 전후로는 예스24의 업데이트된 지수를 체크한다). 판매지수/순위 페이지가 열리는 그 순간은 매번 심장이 떨리지만 어제에 비해 오늘 내 책이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두 눈으로 똑바로 체크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물론 출간 초기에는 웬만하면 꾸준히 올라가는 추세다. 올라가는 것이 문제라기보다 어느 정도의 폭으로 올라가 주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출간한 지 2주 안에 판매지수가 몇 점 정도 이상이 되어주어야 앞으로도 꾸준히 치고 나갈 가능성이 있고 판매지수가 지지부진하면 이대로 흔적도 없이 사장되기 십상이니까 말이다. 3주차를 넘기고 4주차를 바라보면서는 슬슬 한 번 더 힘을 내서 점프를 하느냐 혹은 이대로 슬슬 하향곡선을 그리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즉 기본 독자들이 일제히 다 산 이후, 2차 독자 대상의 판매가 진검승부랄까. 또한 개인적인 경험상, 3, 4주째에도 판매가 여전히 시원시원하게 상승세이면 소위 ‘세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세운다’는 것은 교보문고 등의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이 매대에 ‘누워있는’게 아니라 베스트셀러 선반에 세워져서 전시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침내 한 번 ‘세워지면’ 잘 팔리는 책은 더 잘 팔리는 법칙처럼, 그 책은 생명력 연장을 얼마간 보장받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책 출간 후 약 한 달 간은 판매추이의 노예로 살게 된다. 다른 저자들도 이럴까? 아니면 제품을 관리하는 마케팅 담당자로 십 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던 나이기에 이렇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일까? 다른 저자들은 나처럼 피곤하게 굴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전혀 우아하지도 않거니와.

그렇다면 대체 정확히 언제까지 이렇게 판매지수와 순위의 노예로 살아야 하는가? 가끔 미친 듯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나에게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그 안쓰러운 행위, 그 나쁜 습관은 어느 날 불현듯 딱 끝낼 수가 있다. 언제부터냐, 바로 내 책의 판매지수나 순위가 점차 내려가는 시점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이젠 안 찾아보게 된다. 매일 순위와 지수가 올라가고 있을 때는 하루의 작은 기쁨이자 희망이 되어준다. 그러나 한 번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모양새를 보이게 되면 저자로선 무척 괴롭다. 올라가는 날이 있으면 내려가는 날이 있는 게 당연한 세상의 이치지만 그럼에도 하락(가끔은 ‘추락’과도 같다)을 받아들이는 일은 힘겹다. 그리하여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을 보호하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대신 그때부터는 정량적인(quantitative) 체크보다 블로그의 서평을 읽는 등의 정성적인(qualitative) 체크로 돌아서며 상처받은 자존심을 조금 달래본다. 악평이라 하더라도 누군가가 내 신간에 대해 거론해주는 일은 그 신간이 아직도 하나의 확고한 존재로서 현재 살아있음을 생생히 증명해주는 셈이니까. 그런 타이밍에 초베스트셀러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연금술사』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늘부로 7년 8개월 1주째로 올라와 있다고 언급하면 그게 부러우면서도 여간 얄미운 게 아니다. 아니 그 정도 해먹었으면 됐지… 한데 그럼에도 저자 본인의 입장에선 ‘순위’에 아직도 올라있다는 안도감은 각별할 것이다. 솔직하게 기뻐하는 모습은 해맑기조차 하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쯤 되면 덕을 쌓아서 순위니 판매지수니 이런 거 일체 신경 쓰지 않고 ‘그저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단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다가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것은 작가로서 불필요한 욕심일까? 경험상 하나 확실한 것은, 그래서 내리막길 순위의 당혹감 맞닥뜨리기 전에 어서 새 책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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