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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석 달 전, 한 후배와 단골카페에서 이런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고 싶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도쿄여행에 대한 책을 내고 싶다고 했지만 수지타산이 잘 맞지 않는 여행서를 내줄 만한 출판사는 없을 거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게다가 여행서는 편집자들이 편집을 기피하는 책 종류 1순위라고 한다. 워낙 체크해야 할 자잘한 정보들이 많아서). 그랬더니 그 후배가 대뜸 말하기를,

“그럼 직접 내시면 되잖아요. 독립출판물로.”

생각해보니 그것도 흥미롭고 신선한 도전인 듯하여, 그렇게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잔뜩 담긴 독립출판물 『임경선의 도쿄』가 얼마 전에 출간하게 되었다.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인 이번 경험을 이참에 정리해보도록 한다. 독립출판물을 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냐면-

첫째, 물론 모든 시작은 책 원고의 완성에 있다. 책에 들어갈 내용을 기획하고 취재하고 쓰고 구성했다. 『임경선의 도쿄』의 경우 여행정보서였기에 직접 일본 현지로 여행을 가서 취재를 통한 재확인을 거쳐야 했다. 수 차례의 수정 후 원고가 완성되면 전문 교열자에게 교열을 부탁한다. 편집디자이너는 완성된 원고를 가지고 책의 커버와 내지를 디자인했다.

둘째, 출판사 등록을 했다. 독립출판서점 외의 곳으로 유통시키려면 출판사 등록이 필수였다. 신분증과 등기부등본을 가지고 관할구청으로 가서 출판사 등록을 했다. 관공서 출입은 언제나 살짝 떨리지만 예상외로 신속 처리되었다. 참, 등록하러 가기 전의 큰일은 바로 출판사 이름 선정. 아이 이름 짓는 신중함으로 지어야 한다. 문화관광부 사이트의 <출판사 검색 시스템>에서 내가 생각해놓은 출판사 이름을 쓸 수 있는지 사전에 확인을 해야만 한다. ‘설마 이런 이름까지’ 싶은 이름들도 웬만하면 사람들이 이미 맡아놓은 터라 깜짝 놀랐다. 결국 이름들 중엔 ‘카프카’와 ‘마틸다’가 사용가능 했는데 고민하다가 똘똘하고 반듯한 소녀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마틸다’로 출판사 이름을 정했다.

셋째, 사업자 등록을 했다. 구청에서 만들어준 출판사 등록증을 가지고 관할 주소의 세무서를 찾아가 사업자 등록을 했다. 난생처음 개인사업자로 등록을 하는데 ‘사업’이라는 단어 하나로 마음 한 켠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친구들이 ‘임대표’라고 놀렸다.

넷째, ISBN번호를 신청해야 한다. 말하자면 책 뒷면 바코드에 있는 도서식별 번호다.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유통시스템 사이트에서 발행자 번호를 신청해야 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등록이나 신청, 로그인을 할 때는 왜 그리도 늘 어렵게 느껴지는지. 무사히 접수되었다고 화면에 떴을 때는 절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정해진 날짜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실시하는 ISBN교육도 반드시 이수해야만 한다.

다섯째, 인쇄소 담당자와 제작회의를 한다. 어떤 사양과 종이로 몇 부를 발행할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한다. 이즈음에서 유통방식도 고민해야 하는데 물류창고를 빌려 쓰거나 유통대행업체를 알아보지 않고 번거롭더라도 우리 집 안방으로 배송을 받아 내가 직접 서점들에게 유통시키기로 큰 마음을 먹었다. 왜냐하면 책이 나한테서 직접 독자들에게 가는 그 과정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여섯째, 서점들과 신규거래계약을 맺는다. 우선 독립출판물을 중점으로 취급하는 네다섯 군데의 독립출판서점들을 접촉해서 판매방식을 협의하고 결정한다. 방법은 선매입이나 위탁판매, 가격은 정가의 65%~70%로 매입을 해간다. 한 편보다 독자들에게 편리하게 책이 전달되기 위해서 몇몇 인터넷서점들과 추가적으로 계약도 했다. 거래계약서와 각종 서류들을 주고받고 책의 이미지와 보도자료를 보내는 등, 자잘하게 할 일이 많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직접 담당MD들과 통화를 하는 등, 책을 쓰기만 하는 ‘저자’일 때는 몰랐던 경험을 하게 되어 너무나 즐겁기도 했다.

일곱째, 결재 때 서점에 발행할 전자계산서를 위해 은행에 가서 전자계산서용 공인인증서를 받아온다. 그런 후 악명이 높은 홈텍스 사이트에 들어가서 씨름을 해야만 한다. 관공서 방문과 서류작성만큼이나 심리적 장벽이 높았다.

여덟째, 인쇄소에서 만든 책을 집에서 인수한다. 이삿짐센터가 따로 없었다. 트럭 한 대 분의 책을 친구들이 도와 겨우겨우 집 안방까지 날랐다. ‘노가다’가 끝난 다음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침대 옆에 켜켜히 쌓인 책뭉치들을 보고 내가 그간 저자로서 팔았던 책들의 양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아홉 번째, 서점들로부터 책주문을 받고 배송을 시작한다. 동네의 택배영업소와 계약을 맺어 저렴한 가격에 정기적으로 택배서비스를 공급받도록 한다. 인근 우체국에 가서 배송박스를 사다 놓았다.

열 번째, 예비독자들에게 책이 출간되었음을 홍보한다. 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SNS를 십분 활용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다양한 서점들로부터 주문을 받고 배송을 하고 전자계산서를 발행하고 서점 엠디들과 통화를 하고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급할 경우 직접 책들을 들고 급히 배송을 나가기도 했다.

이렇게 일련의 독립출판제작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좋았던 것? 우선 내가 속해있는 업종 - 출판유통의 기본 맥락과 개별 서점들의 운영방식을 절로 배우게 되었다는 점이다. 전에는 책 한 권당 출판사와 서점이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내는지도, 책 한 권을 만드는 데에 얼만큼의 비용이 드는지도 알지 못했다. 매일 혼자 과묵하게 글만 쓰던 때와는 달리 오랜만에 활기차게 육체노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살아있는 대화를 하면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여기서 번 돈도 인세와는 달리 뭐랄까 ‘직접 뛰면서’ 번 돈 같아서 적은 액수라도 값어치가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세심하고 태도가 단정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툰 점이 많은데도 가이드를 잘 해주셨다.

책을 ‘쓰는’ 사람이라기보다 책을 ‘파는’ 사람의 정체성으로 살기를 어언 석 달, 이번의 다양한 역할놀이 경험은 향후 지속적으로 책을 쓰고 출간하는 데에 있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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