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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L에게

조회 259 추천 0 2019.06.26 10:42:37
건강한 우울러 L에게

예고도 없이 편지를 보냅니다. 나는 예술을 좋아하지만, 본디부터 예술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모르는 사람이라서. 그대처럼 예술을 하는 사람을 경이롭게 생각합니다. -동경이 어울리는 표현인가? 싶다가도 경이로움이 더 알맞은 표현인 것 같아 그대로 둡니다- 대단한 경이로움은 아니니 부담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손쉬운 수단으로 가볍게 안부를 물으려다 이렇게 둘러 안부를 건네 봅니다. 나는 이런 것이 좋습니다. 그리움이 꽉 채워지는 느림. 대충 이정도로 둘러 댑니다. L씨 그림은 많이 그리고 계세요? 어제의 나는 불현듯, 한글자도 써 내리지 못하는 최근의 내 모습이 괴롭게 생각되었지만 스스로를 내려놓은 오늘은 비교할 바 없이 편안합니다. 내가 뭐라고? 라는 자조적인 물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거 있죠. 하하. 제가 최근 어떤 즐겨가는 커뮤니티에서 몇 개의 글을 보고 느낀 건데요. 사람들은 매우 외로움에 취약한 것 같습니다. 외로움이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사람을 그토록 가련(정확히 어떤 감정이라 명명할 수가 없네요)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질문에 답은 해주지 않아 됩니다) 운이랄까. 기회랄까. 어느 한 사람과 이야기를 좀 할 수 있었는데 나는 참 위로에 약한 사람이란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외로움을 잘 모르니, 외로운 사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종내 그 사람이 그러더군요. 무리해서 위로하지 않아도 된다고. 괜한 곳에서 별 얘기를 다 듣는 거 있죠.

별 얘기를 다 하고 있네요.

어떠세요. 부산은 며칠 전 내린 비 이후로, 제법 더워졌어요. 그래도 밤엔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 얇은 카디건을 항상 챙겨 외출합니다. 저는 재킷을 참으로 좋아하는데 그래서 가을과 겨울을 기다립니다. 제법 큰 나의 머리를 두꺼운 옷으로 보완할 수도 있으니까요!

건강한 우울러 L. 좋아하는 그림을 아주 아주 좋은 마음으로 많이 그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그대가 선물해준 그림액자의 가치도 오를 것 아닙니까. 그런, 먼 날을 가까이서 기대합니다. 좋은 날들을 많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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