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혼 앞두고 있어요.
남자친구가 최근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근데 다른회사 면접보고, 합격하고 나서야 그만둔걸 말하더라구요.
전 그것도 모르고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는 줄 알고
매일 일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오늘은 야근이냐 아니냐도 물어보고...
그때마다 일얘기는 하지 말자길래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그냥 힘든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자기 딴에는 걱정할까봐, 불안해할까봐 말 못했다고 하는데..
전 너무 배신감도 들고. 서운하고 밉고 속상하고 감정이 뒤엉켜요..
내가 의지가 안되는걸까 싶기도 하고.
앞으로 더 큰일들이 많을텐데 그때도 이렇게 혼자 감내할건가 싶고...
저는 힘든거 있으면 다 말하는 타입인데
남자친구는 안그러니까.. 원래 자기 성격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너무 서운하고..
어쨋든 속인거니까 너무 화나고 그래요...
d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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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분과 세대는 매우 다르지만 저희 아버지가 그런 성격의 분이셨어요. ㅎㅎ 제가 고등학생일 때 아버지가 처음으로 오래 다니시던 일을 그만두시고 다른 일을 시작하셨을 때, 다른 일을 찾아 시작한 다음에서야 저와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는데, 그 일종의 "배신감"에 어머니도 저도 많이 힘들어했는데 어머니가 정말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우리가 부부가 되어 함꼐 해 온 지 xx년인데 어떻게 아내인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구요. 제 아버지는 잠시 무직이셨던 그 몇 달 동안에도 출근시간마다 출근복으로 집을 나가셨거든요, 어머니와 저는 늘 아침마다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했고요. 아버지는 그렇게 매일 나가서 혼자 지인들과 헤드헌터들과 만나서 이직 알아보고 준비를 하고, 그러다 퇴근 시간 되면 집에 오고 그랬었대요.
배신감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아버지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싶어 너무 슬프고 힘든 시기였어요 (아버지도 가장 가깝고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어 많이 힘들었다 인정하셨어요). 그런데 그 때 가족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솔직한 대화를 충분히 나눈 뒤에, 아버지가 그 후부터는 그런 큰 변화와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이 오는 때 마다 어머니와 저와 상의를 하는 사람이 되셨어요.
남자친구분 말처럼 분명 "성격이 그래서" 가 이유였을 거에요. 저희 아버지처럼요. 뭔가... 곧 남편이 될 사람으로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너무 묵직해서 말을 못하고 본의치 않게 숨겼을 거에요. 하지만 위에 섶섬지기님 말처럼 챠밍님이 챠밍님 입장과 원하는 바를 남자친구분과 차분히 잘 이야기하면, 남자친구분도 앞으로는 늘 챠밍님에게 먼저 귀띔하고 함께 상의하려고 노력할 거라 믿어요.
딱 제 아버지가 생각이 나서 주절주절 남기고 갑니다. :)
남자친구분이 특별히 속이려고 하신 건 아닌것 같은데, 성향 차이일 것 같아요
저도 친구가 그래서 되게 서운한 적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그친구의 성향이었을 뿐..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아보세요 이런이런 기분이라 서운했다고. 그렇게 서로 이해하는 기회가 되면 좋을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