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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녀석

조회 38283 추천 0 2011.07.18 09:37:48

어제, 친한 친구의 신혼집을 방문했다.

 

친한 친구, 좀 묘하다...

 

동네 친구다. 동갑내기. 손가락 부러져라 같이 농구하고, 달리고, 게임하고, 옥상에서 화약 터뜨리고...

 

한때 잘나갔던 집. 80년대 후반에 그랜져를 몰고 다녔던. 

 

그러다 폭삭 망해서 우리집에 월세로 들어왔다. 그 친구와 멀어진 것은 그 이후부터다.

 

나 역시 나가살게 되면서 그 친구를 볼 일이 없었다가, 내가 집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 야밤에, 그 친구는 담배피러, 난 답답한 마음에, 역시 옥상에서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도둑인줄 알았다.

 

낯익은 키와, 자세 덕분에 누구인지 알아봤다. 몰라보게 변해있었다. 아저씨

 

옥상, 나와 부모님의 텃밭 주변에 굴러다니는 벽돌 하나 깔고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데, 결혼했다고 한다.

 

오늘은 부모님 뵈러 왔다가 가기 전에 담배 피러 올라왔다고.

 

가끔 옥상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되서 짜증을 내곤 했는데, 범인이 그 녀석이었다.

 

놀러오라고 해서 어제 방문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불과 5분거리... 반지하.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눅눅하다. 입구에 임시로 문지방을 만들어둔 것이 눈에 띄였다.

 

방 하나. 좁다. 식탁은 물론, 의자도 없다. 세명이 있으니 꽉 차는 느낌이다. 가득이나 더운 날씨 덕분에 선풍기는 존재감마저 안느껴졌다.

 

당황해하는 제수씨를 두고, 친구 녀석과 라면을 끓여먹고, 국물을 안주 삼아 소주 한명씩을 마셨다. 취하지는 않을 정도의 정량.

 

코 끝에서 땀이 흐르고, 옷이 온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에 짜증이 몰려왔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소주 맛이 시원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 이야기, 취업이야기 등.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릴 이야기들을 주거니받거니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척인데도 마중나오는 녀석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들어왔다.

 

내 방에 들어서자, 방크기가 친구녀석 방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화 내용이 거의 기억 안나지만, 하나는 기억난다.

 

내가 물었다. "그래, 인제 좀 행복하냐?"

 

그 녀석, "글쎄 모르겠다. 그냥 예전보단 좀더 노력하고 있어. 행복해지려고"

 

나. "가장이구만."

 

그 녀석, "그렇지. 저 사람은 날 믿고 있으니, 그러니 노력해야지."

 

그 녀석과 나와의 또다른 격차가 벌어진 듯한, 그 녀석이 나보다 훌쩍 커버린 듯한(원래 키는 좀더 컸군) 느낌.

 

동시에 내 방이 쓸떼없이 넓다고 느껴졌다.

 

p.s. 버르장머리 없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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