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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속의 거울

조회 439 추천 0 2019.01.21 12:42:07

 

 

여름.

 

기차 여행 중이었거든요.

나는 아마 여수를 지나 보성역이었을 거예요.

 

역 앞 편의점에서 스트링치즈를 찢어먹는 여자를 봤어요.

짧은 단발에 제 몸보다 더 큰 가방.

나와 같은 여행객이겠죠.

 

말을 걸었거든요.

보성이니까. 녹차밭 가시냐고.

그렇데요.

그래서 같이 가시겠냐고 물었거든요.

싫데요.

껌 하나를 사서 여자를 뒤로하고 혼자 녹차밭으로 갔어요.

 

그거 아시죠?

녹차에도 카페인이 소량 있다 하더라고요.

그걸 마시면 오늘 밤 잠이 안 오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녹차밭 근처를 혼자 걸었어요.

메타세콰이어 나무 같은 것들도 높다랗게 자라 있고

아무튼 걷고 걷기 편한 흙길이었어요.

 

그렇게 걷는데

저기 저 멀리 스트링치즈 여자가 벤치에 앉아 있더라고요.

참나. 잘 찾아오셨네. 혼자 오고 싶으셨나봐요.

 

귀에 이어폰은 없던데,

또 말 걸면 분명 이상한 사람 같아 보일 테니까 그냥 지나치려고요.

그런 생각 중인데 나를 부르네요.

 

2녹차밭 가봤냐고.

여긴 1녹차밭인데 자긴 몰랐고, 정작 가고 싶었던 곳은 2녹차밭이라고.

여기서 가려면 택시밖에 없는데 어떻게 같이 가겠냐고 묻더라고요.

참나. 저는 바로 알겠다고 그랬죠.

이거 껌 하나 씹으시겠어요? 물으니까 두 손으로 잘 받으시네요.

 

하얗고 긴 손이었어요.

손톱 짧은 여자가 좋거든요.

가지런하고 잘 정돈된 손톱이었어요.

 

저도 말주변이 없다보니까

뜬금없이 동물원 이야기를 하고 했던 것 같아요.

사자를 제일 좋아한다 하더라고요.

뭐야 당신 전혀 그렇게 안 보이잖아. 조금 웃겼어요.

사자라니.

 

목적지에 와서는 같이 흙길을 걷다가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고 했어요.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네요. 어쩜 그렇게 맛있던지.

눈이 오면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지금 이 계절에도 눈이 왔으면 좋겠다.

여름..

여름이란 단어 너무 예쁘지 않나요?

 

여자가 다음 목적지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와요.

그러는 당신은요?

자기는 여수에 간데요.

향일암을 보고 싶다나.

 

저는 냅다 일정을 바꿔요.

어! 저도 거기 가고 싶었는데 같이 가실래요?

여수에서 오던 길이라곤 말 안 했어요.

뭐 어때요. 재밌잖아요.

 

그렇게 같이 다음 기차를 기다렸어요.

 

 

 



만만새

2019.01.21 12:48:34

오오 이글 완전 취저다..ㅋㅋㅋ 보성녹차밭 좋아요. 여수도 좋구요. 전 봄에 갔는데 어찌나 여름처럼 햇살이 뜨겁든지. 그 뜨거운 감이 생각나요. 저도 스트링치즈 편의점에서 간혹 사먹는데 배고픈데 요기할까 하고. 맥스봉도 간혹.스트링치즈를 찢어먹는군요. 전 두입에 그냥. 동물원 너무 싫어요. 사자도 싫어요. 다 싫어요.왜 방탄 유리안에 있다고 안심해야 하죠. 그네들은 맹수일 뿐인데. 예쁘지 않아요.ㅋㅋ

herbday

2019.01.21 17:31:08

예쁘네요. 담 편 언제나오나요? ㅋ

4000m걷기

2019.01.23 11:45:27

사자ㅎㅎ
뜬금없이 사자가 귀엽고 웃겨요-
저는 코끼리-뿌우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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