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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4,605
너가 작고 어린 몸뚱이로
보드라운 살결을 가지고 태어난 날,
너가 첫 울음을 뗄 때를 나는 기억하고 있지.

너의 어린시절을 영화처럼 한 장면 한 장면 간직하고 있단다.
뒤로 묶는 머리를 좋아할 무렵, 
비오는 날을 유난히 좋아하던 너는
그런 날이 오면 애늙은이가 되어 멍하니 먼곳을 영롱하게 바라보는 걸 즐겼지.

남동생의 얼굴을 씻겨주면서
함께 옆집 남동생까지 씻겨준 거 기억하니?
그 아이는 엄마 외에 자기 얼굴을 씻어준 여자가 너가 처음이고 또 마지막이어서
네 손의 따뜻한 감촉을 여태 어디선가 잊지 못하고 있는데 
너는 상상도 못하고 있을 거다.

너는 아이에서 소녀로 아름답게 자랐고
머릿결을 빗으로 하루 종일 빗어대기를 3개월 하더니
립스틱을 난생 처음 바른 날, 
오므린 입술 위에 떠 있는 통통한 뺨이 얼마나 예뻤는지. 

오지 않을 것 같던 수능이 끝나고 고등학교 정문을 나서며 했던 다짐들 기억나니? 
친구들과는 달리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서 쓰라렸지만
너가 합격했다는 소식에 아버지는 그날 회사 화장실에서 몰래 우시더라.
참 어설펐던 20살, 그래도 세상의 벚꽃나무들은 너를 위해 꽃을 피었던 것 아니겠니.

너가 첫 남자 친구를 사귀고
부르르 떨리는 가슴으로,
길가에 나무들과 하늘의 구름을 보며
이 사랑이 영원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더랬지.
나는 약간 질투가 나더라?
그래서 남자친구가 불안하여 널 더욱 꼭 껴안았던걸까?

너가 지금 매일 직장생활을 하는 모습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화장하고, 지하철을 타고, 근무를 하며, 성과를 내려고 고민하는 모습들,
청춘의 바쁜 날들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
너가 매일 수고로이 일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구나.

어떻게, 이제 좋은 남편감은 잘 찾고 있니?
지난번 A군처럼 거짓말을 하는 녀석은 피하거라.
또 그때 B군 참 성실하고 괜찮아 보였는데
얼굴이 맘에 안 든다니 나도 별수가 없구나.

사는 일이 뜻대로 안 될 때가 있지.
여행과 잡담으로 기분전환을 해도 금방 고독은 다시 찾아오지.
그럴 땐 글도 쓰고 단풍도 집어보고... 
그냥 눈을 감고 빨리 잠을 청하는 게 정답인지도.(피부에 좋지 않니?)

자고 있는 너를 꼬옥 안아주어야겠다.
따뜻한 내 품에 편히 잠든 너의 귀에 속삭일거야. 
너와 함께 있는 것처럼 내게 행복한 건 없다고.

너의 친구로부터.



뜬뜬우왕

2017.12.02 07:57:49

친구는 엄마?ㅎ
글이 너무 따뜻해요~^^

노타이틀

2017.12.02 10:58:17

갑자기 영감님이 오셔서 우왕좌왕 휘갈겨 보았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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