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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뭘까?

조회 430 추천 1 2017.12.04 14:56:28

나는 주말마다

작은 흑백 티비에서 상영되는

반공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일요일 낮의 반공영화는

토요일 밤 주말의 명화처럼 나에겐 그저 당연한 일상이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국군인지 공산군인지 알 수 없지만

군인들이 마을에 들어와 여자를 강간하려 하자

여자가 똥물을 뒤집어 쓰고 그 위기를 모면한 에피소드였다.

 

당시 내가 몇 살일지 나는 기억 못한다.

그러나 당시에도 강간이란 것이 어렴풋이 뭔지 알았었고

그게 똥물을 뒤집어 쓰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것을

이해했었다.

 

나에게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사람이 똥물을 뒤집어쓰고 살아남아야 하는 것

엄마가 9살에 쌀 한가마니를 짊어지고 몇 리를 걸어야 했었다고

자랑처럼 말하던 육이오의 이야기도

그냥 엄마의 수많은 삶 이야기 속의 하나의 레파토리였을 뿐

그 와중에 죽이 싫어서 죽을 끓인 날이면 뒤돌아 누워서 자는 척을 했었다는

엄마가 왜그리 어리지만 철없이 느껴졌던지..

나에겐 전쟁이 그런 것이었다.

죽을 먹어도 불평할 수 없는 것,

9살 꼬마가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곡기를 이고 몇 리를 걸어가야 하는 그런 것.

 

어찌나 전쟁이란 것이 뇌리에 박히도록

반공영화를 틀어대던지

나는 그래서 의료계에서 일하려고 맘 먹었었다.

다시 전쟁이 난다면 의사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왜 새삼스레 전쟁 이야기 보따리일까?

오늘 출근길에 탄 택시의

택시 기사분에게서 강남에 원자폭탄이나 시원하게 확 터져버려서

다 쓸어버리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자기는 산으로 들어가서 특공대를 꾸려서 살아남고

마트를 점령하겠다고 하는 비현실적인 전쟁 판타지를 펼쳐내는

40대 후반 남짓, 50대 초반의 남성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어릴 때 반공영화를 자주 못봤나봐.'

 

라는 생각.

전쟁이란게 두 종류가 있다.

거대한 힘과 힘 사이의 전쟁

그리고 인간이 인간을 학살하고 살해하는 그런 전쟁

반공영화에서는 후자에 대한 개념을 너무나 잘 그려냈었다.

아마도 공산당에 대한 반공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만든 영화였겠고

아마도 많은 미화가 있었겠지만

전쟁을 아는 사람들이 만든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었던 것 같다.

 

전쟁만큼 당시에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분명히 없었을 것이다.

 

전쟁의 기억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가상세계에서 전쟁 게임에 젖어들면 젖어들수록

실제 삶에서의 불만족이 커질수록

세상은 모두 잘 사는데 나만 잘 못살고 있는 것 같고

이렇게 매일 노력하는 데도 항상 나만 밑바닥인 것 같은 느낌일때

그래 뒤엎고 싶을 것이다.

전쟁이 필요할 것이다.

 

전쟁은 그런 분노를 분산시키는데

효율적으로 활용되기에 적당한 인류 역사의 부산물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역시

전쟁은 너무나 많은 파괴를 가져온다.

전쟁으로부터 멀어져 이루어 놓은 문명이 더 거대할수록

더 발달될수록

전쟁의 참혹함과 참담함을 견뎌낼 수 있는 정신력을

인류가 가질리 없다.

 

이제 겨우 나는 내 안의 전쟁을 잘 치뤄내고

삶의 가치를 찾아가면서

이 삶을 조금 더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생존만을 위한 살아남이 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하차할 때가 되어 미터기를 보니 5100원이 나왔다.

아저씨가 오천원만 달라고 했다.

나는 강남을 원자폭탄으로 다 파괴시키고 싶어하는 이 중년 남자가

나에게 백원을 깎아주는 것=베풀수 있는 마음 보에 사뭇 놀랐지만

다시 백 원을 돌려주며 말했다.

"요 백 원으로 전쟁 준비 하세요."

그 말을 한

나도

아저씨도

둘 다 통쾌하게 웃었다.

 

원자폭탄이 투하되는 전쟁의 에너지가

백 원 덕분에 개그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전쟁을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대체 삶은 어떤 의미이고

전쟁은 어떤 의미일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백야

2017.12.05 01:16:20

반공영화를 보지 않은 세대라.. 잘 모르겠지만 뭔가를 잘 아는 사람들이 뭔가를 세뇌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것들은 역시 무섭습니다..'ㅁ' 

저는 어린시절 외국 전쟁영화들을 보았어요. 명절특선으로 빠지지 않던 영화가 있었는데 이름은 뭔지 모르겠어요. 화면은 온통 회색빛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누군가의 팔 다리가 잘려나가거나 회색 동공의 빛을 잃어버리는 사람의 얼굴이 기억이 나요. 보고 나면 우울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것 같았더랬죠.


청소년기의 한 때에는 종군기자를 꿈꿔보았어요. 어디서 그런 건 알았는지 몰라요. 그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최전선에서 무언가를 탐사하고,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동경했던 것은.

그리고 전쟁에 대해 알고 싶어졌어요. 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으며, 그 뒤에는 어떤 힘이 존재하고, 누가 득과 실을 얻게 되는지. 

적극적이지는 않게 게속 접해가고 있는데 그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여전히 심장이 끓고 깊이 절망해요.

우리 일상속에 존재하는 무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끔찍하게 싫고 알면서, 모르면서 소비하는 나도 싫어요.

과연 이 굴레가 끊어지고 전쟁없는 세상이 도래할까. 궁금합니다.


저는 전쟁을 분노보다는 공포로서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많이 보았는데요.

분노의 표현으론.. 의미는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자연재해에 대해 자주 떠올려보곤 해요.

자연에 무자비한 인간에게 자연재해를. 기침하는 지구를 위한 자연재해를. 등등?

인간이 모든 해악의 중심이라고 믿는 일인으로서. ㅋㅋ 한 번은 정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개인적인 고난들도 가끔 요인이 되는 것 같아요. 다 망해버려라- 하고.

부끄럽습니다만 뉴스를 보다 열이 받쳐서 저런 것들은 지진나서 싹 죽어버렸으면 좋겠다-하고 분노, 파괴의 정도가 극에 달한 생각을 하기도 하죠.

내 안에서 조차도, 평화의 길은 멀고 험합니다. ㅠ


전쟁의 총칼이 향하는 것은 모두 선량하고 불쌍한 보통 사람들이니까.

저는 전쟁이 자연재해보다 아주 무겁게 다가와요. 그래서 생각도, 말도 쉬이 꺼낼 수가 없더라고요.

정리 어떻게 하지..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구 적어보았습니다;; 

Waterfull

2017.12.05 12:10:06

네 인간에게는 끊임없이 갈구하게 되는 몇가지 환상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그러면 왠지 다른 삶을 살 것 같은

그런 환상이 하나 있는 것 같아요.

그 부분에서 전쟁의 암시가 들어오면 왠지 너무 무서워지는 건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은근히 요즘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가

각각의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다양한 것 같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경험이었어요. ^^ 경험 공유해줘서 고마워요.

자연재해나 전쟁이나 인간이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환상을

제대로 깨는 것인데 하나는 신적인 것이 하나는 특정한 목적을 지닌 인간들이

그런다는데 좀 씁쓸함이 있는 것 같아요.

Quentum

2017.12.05 10:49:49

북한 김정은씨한테 하는 말인가요? 전쟁 공포를 조성하는건 사실 남한보다는 북한이 가장 큰 단초를 제공했는데 

한국전쟁의 결과는 참혹했고 공산주의의 몰락을 지켜봤을때 반공 교육을 하는건 당연한 순리였죠. 

그래야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자유진영의 혜택을 받을수 있었구요.


그 방법이 잘못되어 각종 부작용을 낳게 한건 반공 정책 입안자, 시행자들의 실책이라고 봐야겠죠. 

Waterfull

2017.12.05 12:11:26

누구의 잘잘못이라기 보다는

그 얘길 들으니 김정은에게는 전쟁이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상상도 한 번 해보고 싶어지네요.

전쟁에 대한 입장은 트럼프나 김정은이나 비슷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나는데 그 부분은 조금 더 정교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겠어요.



Quentum

2017.12.06 20:41:50

누구의 잘잘못이냐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굉장히 복잡하긴 한데요 적어도 20세기 중반 이후로 한정 짓는다면 한반도 긴장의 원인은 100프로 북한이라고 봐야죠. 

트럼프하고 김정은의 입장도 전혀 다릅니다. 김정은은 자기 봉건왕조의 수호로 병참국가로 만든것이고 트럼프는 초강대국 미국의 재건을 달성하여 역사에 남고싶은거지요. 

튜닉곰

2017.12.06 01:05:23

저는 총을 처음 쏴보고 나서야 아... 목숨이라는게 이런것이겠구나 하고 처음느꼈습니다.

훈련소에 처음 들어가보고 나서야 아... 자유라는게 이런것이겠구나 하고 처음 느꼈구요.


사격장에 한번 가보시는것도 좋은 경험일것 같습니다.

사람 목숨이라는게 방아쇠 당기는 사소한 행위에 사그라들 수 있다는것도 경험해봐야 함부로 국방에 대해서 입을 못놀리는것 같아요.

Waterfull

2017.12.07 16:56:24

국방이 입 놀리면 안 되는 신성불가침한 건가요?

 

 

튜닉곰

2017.12.08 20:23:29

다시보니까 충분히 오해하실만한거같아요 기분 나빴으면 사과드릴게요

요새 전쟁이 나야한다느니 핵을 만들어야 한다느니 함부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저는 글쓴분이 함부로 놀렸다는게 아니라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 아님으로서 

생명의 존엄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사격장을 추천드린거였어요


권토중래

2017.12.06 18:56:22

전쟁 무섭죠. 안 났으면 좋겠지만 만약 발발하면 나라를 위해 싸워야겠죠.

Waterfull

2017.12.07 16:55:28

안 나는게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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