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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5,084

잘 받기

조회 766 추천 0 2018.04.18 00:56:55



조직생활에 환멸을 느껴 직장을 그만두고

밥벌이는 해야겠기에 시작한 학원강사 일이 1년 가까이 되어가네요. 

제 안에 상처가 많았던지 처음에는 아이들을 다루기가 조심스럽기만 했는데

모르는 만큼 강한 아이들과 부대끼며 점점 관계가 깊어짐을 느낍니다. 


아이들을 혼내고 마음이 아파 울고 싶은 적도 여러번, 

아무리 아이들이지만 상처 받은 적도 여러번.

사소한 순수함에 그리고 그 한 순간에 위로받은 적도 여러번이네요.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해요.

아이들과 지내며 청소년기를 다시 살고 있는 느낌이거든요.


날씨가 풀리면서 한 아이가 벚꽃 가지를 꺾어와서는

선생님 드리려고 가져왔다는데,,

여자친구 갖다주라고 했습니다. 그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네요.

군것질을 주며 오다주웠다고 하는 아이고,

어려운 가정사가 있는 것도 알고 있어요. 


고맙다고 하고 받아줄 수 있었는데

그리고 더 많은 사랑으로 포용해 줄 수 있었는데

뭐가 두려운 걸까요. 잘 받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고 어쩔 줄 모르는 요즘이네요.

잘 받지 못하는 내가 잘 줄 수 있을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어제 오늘 계속이네요..  




Blanca

2018.04.18 05:54:01

다음에 또 뭔가 가져다주면 그때는 정말 기쁘고 고맙게 받아주세요.

의심하지 않고 기뻐하며 뭔가를 받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가봐요.

헐헐

2018.04.19 00:40:34

네.. 그러려구요. 기다리고 있어요 

십일월달력

2018.04.18 07:37:14

고운 마음이 느껴지네요. 예전에 야학에서 저소득층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던 날들이 기억납니다. 때마침 봄이었는데 어느 날 다섯 살배기 꼬마 애가 손에 꿀 꽈배기를 한주먹 들고 와서 내 주먹에 전해주던 기억도 나네요. 시기적으로 참 많이 흔들리던 때였기도 한데 그 꼬마 애를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었어요. 잘 줄 수 있는 것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말길 바라요. 그렇게 잘 받다 보면 어느새 반대로 잘 주는 날도 오더라고요.

헐헐

2018.04.19 00:43:32

꿀 꽈배기 한 주먹.. 공감할 수 있는 느낌인 거 같아요. 그 한 순간.. 정말 찰나인데, 참 좋죠? 아이들한테 오히려 제가 더 받는 것 같아요. ㅠ 

뜬뜬우왕

2018.04.18 08:20:02

혹시, 받으면 이 사람이 날 좋은사람이라 여기고 기대하는게 공식화 될까봐...? 저는 그렇더라구요. 우린 좋은 관계지.알고 있는것까지만 좋아요. 그걸 선물로 표면화시키면 부담되고 내가 앞으로 더 잘해야 할거 같고..아이들..저는 길가다 재잘재잘 떠드면서 하교하는 아이들만 보지만, 그때마다 귀엽다 느끼지만 부대끼며 가르치는건 상상이 안되는데, 그렇게 해맑은 얼굴로 무언갈 주면 어떨런지..ㅎㅎ 돈벌이라고 하시지만 좋은일 하시네요.^^

헐헐

2018.04.19 00:47:15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나는 계속 좋은 사람이려고 노력할 생각이 없어. 나로 인해 상처 받을 수 있어... 같은 게 깔려있는 것도 같네요. 돈벌이로 시작했는데,, 쉽지 않은 일 인것 같아요. 그런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데서 훅 들어오는  뭔가가 있네요

알린

2018.04.18 10:03:09

저랑 다르시군요... 저는 상납(?)을 요구하는데 말이죠..

헐헐

2018.04.19 00:48:41

하하.. 저는 언제쯤 ..? 부럽슴다

예쁘리아

2018.04.18 10:17:59

사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고등학생이 순수하게 보이죠..

헐헐

2018.04.19 00:49:20

그쵸.. 그때는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초등학교 때 애 취급한다고 화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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