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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5,037

도망

조회 401 추천 0 2018.06.01 13:18:09

아버지의 코를, 어머니의 눈을 나는 닮았지만

사실은 연인이었던 L을 더 많이 닮아 있었다.

 

그녀는 항상, 약한 자를 더 사랑하라 했고

몸을 해칠 수 있는 것들로부터 무던히 피하라 했다.

 

서른해 가까이 싫어하던 비를 좋아하기 시작하던 때도 그 즈음이었다.

나를 이루는 대부분이 그런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L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L은 늘 내게 강자였고,

그로 인해 내 몸이 망가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 사라진 자리에,

타고난 코와 눈처럼 어쩔 수 없이 닮아 있는 몇 가지가

가끔 그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단지 그것 뿐.



뜬뜬우왕

2018.06.01 13:26:19

무지무지 좋아했던, 지금도 좋아하는, 그 사람이랑 닮았다고 생각했고,

안어울린다고 했던 사람에게도 우린 닮았다고, 같은 세계 사람이라고 우기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생각은 시각도 위조해요.ㅋ

봄냉이

2018.06.01 13:47:25

시적이네요. 강해서 피한다라... 저는 보통 싫어지면 지긋지긋하면 피하게 되던데. 도망보단 차단, 단절. 아직 인생을 더 살아봐야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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