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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의 형이상학

조회 113 추천 0 2018.08.09 23:55:41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없음은 공(空)도 불확실함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아무것도 없음 그 자체였다. 그것은 신이 보기에 좋았다. 신이 하는 일이라고는 삼키고 소화시키고, 그 직접적 결과로 배설하는 것뿐이었다. 신은 제 몸이 하는 식물성 활동을 의식하지 못했다. 한결같은 음식은 신의 주목을 끌 만큼 자극적이지 않았다. 신은 고체성과 액체성 먹거리가 제 몸을 관통하도록 모든 필요한 구멍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는 신을 가리켜 파이프라고 부른다." 

"시선은 선택이다. 뭔가를 응시한다는 것은 거기에 시선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시야의 나머지 부분은 관심 범위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이 담기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생명의 본질인 시선은 무엇보다, 거부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거부한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세면대에 난 구멍만큼밖에 생명력이 없다. 살아 있기 위해서는, 엄마와 천장을 동일선상에 놓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엄마와 천장 중에서 관심의 대상을 정하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는 거부해야 한다. 유일하게 나쁜 선택이 바로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다."

"먹는 것, 이건 냄새가 난다. 희끄무레한 막대기에서는 신이 모르는 냄새가 난다. 비누나 포마드보다는 좋은 냄새다. 신은 한편으로는 겁이 나면서도 욕구가 생긴다. 혐오감으로 인산을 찡그리면서도 욕망으로 침을 흘린다.
신은 용기를 내어 날쌔게 뛰어오른 뒤, 새로운 물건을 이빨로 잡고 씹는다. 아니다, 씹을 필요가 없다. 이 놈이 혀에서 스르르 녹더니, 입천장을 뒤덥는다. 신의 입이 초콜릿으로 그득하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난다.
쾌감으로 신의 기분이 알알해지고, 신의 뇌가 찢어지고, 그때가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가 뇌 속으로 울려퍼진다."

 세살의 노통브를 따라가는건 참 재미있다. 니쇼상이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할때 노통브는 신놀음을 하고 있다. 한명의 신도와 세살의 신. 
 세살배기 신은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이다. 이제 앞으로 나갈 길이 없었던 할머니가 돌아갔을 때 신은 죽음을 알았다. 신은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자살을 택한다. 
 하지만 신의 추종자에 의해 세살배기는 다시 삶으로 돌아온다. 세살의 신은 호기심도 많다. 

 세살때의 일을 단 0.001%라도 기억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분명한건 세살을 지나왔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형이상학.. 은 뜬구름잡는 말, 혹은 이상한 말이다라는 뜻으로도 들린다. 그렇지만 형이상학은 존재, 가치, 신의 유무, 자유의지 등 현대 철학의 근간이 되는 학문이다. 
 사실 한국판 제목은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이다. 하지만 이 책의 원제는 제목과 같이 튜브의 형이상학이다. 책을 덮을때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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