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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5,392

제 나이 30대 후반에 드디어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습니다.

처음 소개 받아 연락한 지는 9개월 정도 됐고

연애한지 이제 200일 가까이 돼 가는데

이 사람 덕분에 타지 생활이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제 마음이 편안해져서 살도 올랐고 (이건 좋지많은 않네요!) 웃고 지내는 날이 많습니다.

그 동안 외로웠던 시간, 그리고 제 커리어와 공부를 위해 혼자서 고생하며 오롯이 견뎌왔던 시간들을

뭔가 보상받는 기분도 들고요.


제 하루 스케쥴을 궁금해 해주고, 저의 한주 스케쥴을 저보다 더 잘 아는 사람,

제가 피곤할 때나, 아플 때나, 연락이 되지 않으면 저를 걱정해 주고 챙겨주는 따뜻한 사람이네요.

제가 뭔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그걸 잘 기억해 놓았다가 꼭 다시 해줍니다.

제가 싫어하거나 불편해 하는게 있으면 그런 일은 안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예요.


20대 때 몇번의 연애를 거치면서 수없이 상처 받고 남자에 대한 믿음 자체가 없던 제가

이제는 나중 일은 생각 않고 이 사람을 대책 없이 그저 믿고싶어 집니다.

뜨겁게 애정 표현 하고 차갑게 식어버리던 예전 사람들과는 달리

처음에는 고백도 느리고 애정 표현도 서툴러서 절 답답하게 만들던 그사람인데 

그만큼 서서히 따뜻해 져서 오래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처음부터 이 사람에게 확신이 들지는 않았어요.

그치만 몇번의 갈등과 다툼을 겪을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서로가 원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양보하고 변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저를 기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이사람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다투게 되더라도 이 사람은 선을 넘어 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함부로 내뱉은 적이 없었어요.

만나면 만날 수록 이 사람의 진중함이

급하고 가끔은 감정적이며 다혈질인 제 성격을

차분하게 만들어 줘서 서로 보완이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서툴고 가끔은 어설프지만 순수한 사람이고

저와 입맛도, 취향도, 생각하는 방식도

다른듯 하면서도 놀랄 만큼 비슷한 사람이네요.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고 들자면 

저희 부모님은 제가 너무 아깝다고 하시고

저도 현실적인 상황은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 나를 사랑해 주고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저의 일을 존중해 주고, 저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잘 이해해 주는 이 사람이라면

현실적으로는 제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계속 함께 같이 하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답니다.

 

상황이 어찌 됐든 저는 계속 일을 하며 돈을 벌 생각이고

제 동료들은 혼자 수입으로 아이들까지 뒷바라지 하는데

그사람도 일을 하고 있으니 

어찌 되든 부부 둘이 맞벌이를 하면 먹고 살아가는건 문제 없겠지요.


저는 결혼을 하게 되면 좋겠지만 딱히 결혼에 대한 환상이나 로망을 가진 적은 없었어요.

이 사람이랑 제가 결혼까지 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결혼과 미래에 대해 서로 이야기 하는게 자연스러워요.


언젠가 며칠 동안 제가 느꼈던 사소한 서운함으로 다투고 난 후,

이 사람은 그 동안 자기 나름대로도 서운한 감정이 쌓인 걸

술기운을 빌어 나름대로 저에게 하소연 하더라고요.

그 다음날 슬그머니 미안했는지 예쁜 꽃다발을 사들고 와서는

생각해 보니 요즘에 꽃 선물을 거의 주지 못한 것 같다며 저에게 안겨주었어요.

그리고 나서 카페에 앉아서... 앞으로 갈등이 있으면 그때 그때 대화로 해결하자는 식의 대화를 나눴는데,

그때 이 사람의 말은 귀에 안들어오고, 

이 사람이라면 내가 결혼을 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말 한마디를 해도 예쁘게 해주는 사람이예요.

등치도 크고 겉모습은 아저씨인데 제 앞에서만은 아기가 되는 사람이네요.


연애를 하면 누구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계속 타는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했었고

그게 잘못된 건지 몰랐어요. 

평화롭고 뭉근하고 일상적인 연애 패턴이 생기게 되면

그 평화로움이 권태가 될 까봐 불안해 하던 저였어요.

열정이 있는 연애를 하면 많이 웃기도 하지만 많이 울기도 하는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이 사람 만나기 전까지는요.

이렇게 안정적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닫게 해준 사람이 이사람이에요.


이제 곧 연말연시인데 혼자 지내시는 러패 분들도 좋은 사람 만나게 되길 빌게요.



뜬뜬우왕

2018.12.04 11:04:53

궁금했습니다! 연애초기에 쵸코캣님 갈등하고 힘든 과정 글올리셨던거 기억나요.그런데 그렇게 잘 되어가고 있었군요~~미술관 옆 동물원 춘희의 대사에도 나오듯, 사랑은 풍덩 빠지는건줄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드는 건진 몰랐어.너무 공감되는 말이라는, 저두 그런 사랑을 하고 하고 싶어요~^^

쵸코캣

2018.12.04 11:12:25

맞아요. 님께서 답글도 많이 달아주셨었죠. 초반의 크고 작은 갈등들을 잘 거치면서 안정적으로 연애하게 된 것 같아요. 이사람이랑 이제 겨우 200일 가까이 사귀고 있지만 "안정적"이라고 생각되는 연애를 한 건 이 사람이 처음이라, 신기하고 행복한 마음이 들어서 여기 남겨보고 싶었어요. 서서히 물드는 사랑...뜬뜬우왕님도 꼭 해보게 되길 바랄게요!

야야호

2018.12.04 13:59:55

나이 먹고 뭔가 예전만치 와닿는 인연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은데 

와웅 부럽네요

올 겨울은 부디 따뜻하기를..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쭉 행복하소서

쵸코캣

2018.12.05 04:31:49

야야호님, 감사합니다~ 야야호님도 좋은 인연 꼭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래요!

ㄷㅊㅋ

2018.12.04 14:13:48

항상 뜨겁고 괴로운 연애에 익숙했다가
지금 남편 만났을 때 저도 걱정했어요.
권태로워지면 어쩌지 심심해지면 어쩌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사랑을 주는 사람,
함께 해온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고 즐거워요.
행복한 지금의 시간 잘 가꿔가시길 바라요.
오랜만에 기분 좋아지는 글 잘 읽었어요:)

몽이누나

2018.12.04 16:59:37

뜨겁고 괴로운 연애 :(

 으 그만하고 싶어요 저도 이제

쵸코캣

2018.12.05 04:32:40

맞아요 저도 딱 그런 기분이였어요.

안정적인 연애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살아왔으니까요.

안정감을 느끼는게 행복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몰랐어요.

열정보다 더 중요한게 따뜻하고 훈훈한 마음같아요.^^

Marina

2018.12.04 21:18:00

축하드려요. 정말 부럽습니다, 인연을 만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저로서는... 매년 인연을 만나게 해달라고 소웡을 빌었는데 이젠 그거 비는거조차 지쳐가네요 ㅋㅋ 암튼 정말 축하드려요!

쵸코캣

2018.12.05 04:34:40

마리나 님도 곧 좋은 인연 만나실 수 있을거에요~

저같은 경우 아주 최악의 연애가 물고 뜯는 전쟁으로 끝난 후에

남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을 감사하며 5년간 홀로 공부만 하면서 산전수전을 오롯이 홀로 겪었는데,

가끔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일에만 열중하느라 바빠서 연애를 오랫동안 쉬었지요.

그렇게 수녀처럼 지내는 시간동안 나름대로 힘들고 부정적이었던 과거 인연들이 클렌징(?)이 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단핕빵

2018.12.05 05:23:00

추천
1
쵸코캣님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항상 다른 분들 글에 정성껏 진심어린 답글 들어주셔서.. 참 지혜로운 분이다. 했는데
이렇게 마음이 닮은 분을 만나고 계셨군요.

저도 지금 30 넘어서 처음으로..
헌신적이고 진실되고.. 저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서.. 그동안의 상처가 다 아물고
나아갈 힘이 생기고.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더라고요.

김지윤. 강사가.. 호화로운 결혼 생활은
큰 집, 외제차를 타는 게 아니라
남편이 음식쓰레기를 군말없이 버려주고
자다가도 아기가 울면 깨서 달래주고. 하는 거라고..

저도 스펙. 돈.나이. 외모(키)를 포기하니.
진실되고 좋은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너무 잘해주고 챙겨줘서
과잉보호 한다고 투덜대기도 하지만요.

축하드려요.
그동안의 마음의 상처들이 치유받고
더욱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

쵸코캣

2018.12.05 06:11:07

단핕빵님, 감사합니다! 님도 좋은 분을 만나서 좋은 사랑을 하고 계시군요^^

저도 많이 내려놓았더니, 사람의 됨됨이가 제대로 보이더라고요. 

제가 외모를 보고 첫눈에 반했던 사람 앞에서는 스스로의 조그만 흠이 너무나 크게 다가오고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가득 차서 마음이 결코 편안하지가 못했어요.

이 사람을 만날 때도 신경을 쓰고 예쁘게 보이고 싶지만,

이 사람을 만나려고 준비를 할 때는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하던 때와는 다르게 그냥 기쁘고 설레이는 마음이예요.

내 불완전한 모습 마저도 이 사람이라면 왠지 이해해 주고 예뻐해 줄 것 같은 믿음이 있어서요.


살아가는데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돈도 중요하지만,

저는 큰 욕심 없고 그저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주의라서...

돈이나 조건, 스펙보다 마음 맞는 사람과 서로 아껴주고 배려하며 내 마음 편하게 지내는게 최고라고 생각한답니다.

단핕빵 님도 행복하게 계속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라영

2018.12.07 10:26:16

오랫만에 댓글남기고 싶어 로그인했습니다*^^*

축하드려요~

저는 요새 회사에서 자꾸 눈치를 보고 있어서 글을 정독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역시 초코캣님 응원합니다~^^ 따듯한 겨울 보내세요~

쵸코캣

2018.12.08 07:07:04

라영님 감사합니다~~ 라영님도 제가 응원할게요!! 즐거운 연말 연시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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