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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5,392
비가 그쳤네요!

오산으로 가는 SRT 기차 안입니다. 주로 사람 만나는 일을 합니다. 내 직업을 쉽게 말하길 컨설팅이라고도 하는데 어렵게 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회의하고 적격심사하고 뭐 대충 그런 일들을 합니다.

내 직업에 만족합니다. 출장이 잦은 것도 그렇거니와 혼자 사부작 사부작 뭔가 할 수 있다는 점. 그러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또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점. 이동하는 시간에 이런 저런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요. 그게 가장 좋습니다.

어제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톨스토이 책 이름이잖아요? 저는 이 책을 고딩 때 썸녀에게 선물로 준 기억이 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좀 웃기지요. 무슨 책을.. 그것도 저런 책을. 그 땐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어요. 허세였나? 그 친구는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아무것도 모르겠네요.

혹시 저 책 읽어보셨어요? 천사 미카엘이 하늘에서 죄를 짓고 인간 세계로 내려오게되 어느 가난한 구두 수선공을 만납니다. 그리고 대천사가 미카엘에게 이르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한 답을 얻게 되면 다시 천국으로 부르겠다나 뭐라나. 중략하며 미카엘은 결국 <사랑>이라는, 대천사가 원한 답을 맞추고 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사랑..

사랑이래요.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어제 여기까지 생각하다 관뒀거든요.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 것 같아서요. 사랑이라니. 맙소사.

나는 고딩 때, 그 썸녀를 사랑했던 걸까요? 사랑이라 기억될만한 그 어떤 행위도 감각도 없었음에 불구하고 이렇게 아주 가끔 생각나는데 그것도 사랑일까요? 반대로 몇일 전 어느 이름 모르는 여자와 아침에 같이 눈을 떴는데 그건 사랑일까요? 이쯤되니 하고 싶은 말이 어떤 것이었는지조차 잊고 그냥 끄적이고 있습니다.

생각나는 세 명의 여자가 있어요.

한 명과는 아주 오래동안 편지를 나누었습니다. 7년 정도요? 군대에서 읽은 어떤 잡지를 통한 시작이었는데 전역하고도, 대학을 졸업하고도, 사회에 나가서도 편지가 계속 되었습니다. 내 생일에 맞춰 니트 같은 것과 홍차, 노트, 연필, 직접 구운 쿠키 같은 것들이 오갔습니다. 제가 보낸 것은 글쎄요, 몇 권을 책들. (고딩 때 그 버릇이 어디 가지 못하나 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가 있습니다. 봄 즈음이었는데요. 집 앞 목련 봉오리가 꽃으로 활짝 피어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그 사진 뒤에다가 소식을 써준 편지. 나는 그 편지를 제 인생에서 가장 멋진 편지로 기억합니다. 음. 어쩌면 가장 멋진 선물이었다 다시 말해도 되겠네요. 그 친구와는 네 번 정도 만났습니다. 메신저가 있어도 꿋꿋이 편지만을 고집했던 우리에게 어울리는 만남의 횟수같네요. 지금 그 친구는 동화작가가 되었습니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구요. 나는 그 남편분에게 얻어 터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단연코 이것을 <사랑>이었다 말하고 싶습니다.

확실히 <사랑>이었다. 두리뭉실하게나마 사랑이란 무엇일까? 에 대한 윤곽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을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그 마음이 사랑이라는 그것에 요구되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스물 넷 즈음 알바하다 만난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는 이자까야에서 꼬치 따위를 굽는 일을 했습니다. 유흥가여서 예쁜 여자의 왕래도 잦은 곳이었습니다. 동시에 저는 예쁜 여자를 보면 노골적으로 더 잘해줘서 매니저에게 종종 혼나던 문제아였습니다. 그렇게 그날도 눈치껏 방울토마토삼겹살말이나, 파인애플 삼겹살 말이 따위를 열심히 서비스하다 어느 여자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신비롭고 예쁜 여자였습니다. 말수가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여자였습니다. 모든 것이 적당했습니다. 주량. 웃음. 지식. 자신감. 심지어 머리길이와 네일의 과함도 느껴지지 않을만큼의 적당함. 자신에게 딱 적당한 사람을 이상형이라 불러야 된다면, 그럼 그 여자는 저에게 이상형이었습니다.

밤에만 만나던 그 분은 낮에 또 달랐습니다. 멀리 떠난 여행지에서의 버스 기사분에게 건네는 농담과 여유. 역사와 미술에도 조예가 깊어 미술관이니, 박물관이니.. 이전에는 내 팔자에도 없을 곳만 같았던 곳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저는 이만 내리겠습니다.


몽이누나

2018.12.04 16:44:57

역시 연애얘기 사랑얘기가 제일 재밌어요.
남은 1.5명 얘기 최대한 빨리 아꼈다가 내놓아 주세요.
기다리다가 목빠지고 설레어요

 

orang

2018.12.04 18:27:04

제가 다 설레이는 글이군요..

단핕빵

2018.12.05 05:14:11

사랑.

꽃보다청춘

2018.12.09 17:40:13

다음 이야기는 언제 올라오나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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