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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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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술을 마셨습니다.

사실 저는 술을 참 못해요. 한 잔 마시면 얼굴이 발갛게 되는. 이윽고 서서히 몸까지 발갛게 되는 하늘도 무심한 체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자까야에서의 알바 경험이 있다고 말한 적 있었어요. 자리가 그리 많지 않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이자까야였습니다. 주류/안주류의 단가도 낮지 않아 그때만 해도 젊은층이 쉬이 오지 않는 술집이었죠. 때문에 토사물을 치운다거나 하는 수고스러운 일 대신에, 손님들 이야기나 귓등으로 들으면서 음식 먹는 속도에 눈치껏 다음 꼬치구이를 내놓는 식의 술집이었습니다.

히레사케라고 아실까요?

간단히 말해 중탕한 사케에 말린 복어 지느러미를 구워 올린 술입니다. 술이 다 식어 콤콤한 냄새가 나기 전까지 마시면 풍미가 아주 좋은 술. 지금처럼 추운 겨울날에 딱 어울릴만한 술이죠. 좀 있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오, 이 사람 술을 잘 즐기는 사람인가? 그런 느낌을 주지 않나요? 뭐랄까.. 분위기 내기에 와인, 칵테일보다 이 쪽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사케에 오뎅탕.. 크

왜 갑자기 술 이야기인가요. 사실 사랑가는 길에 술 또한 빠질 수 없잖아요.

이야기하다만, 그 여자분의 직업은 '독서지도사'였어요.​ 그 여자분을 만난건 행운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래 연애를 하진 못했지만 저는 참 많은 걸 뺏어올 수 있었습니다. 뺏어온다는 표현이 아주 적절하게.. 저는 그 여자의 많은 부분을 뺏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작게는 책을 읽는 요령부터, 크게는 감수성. 예민함. 자의식. 자존감.. 구구절절 나열하기 힘든 이전의 나와는 한참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습니다. 같은 영화를 봐도 해석되는 방식들도 달랐습니다. 네.. 인정합니다. 저는 그냥 그 여자에게 푹 빠져 있었던 거예요.

​8개월 정도 만났나?

그런데 결국 제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저는 이 연애에서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을 꽤 참았어요. 표현에 한참 풍부한 내가 아니었었죠. 사랑한다는 말은 서너 번 했나요. 섹스는 글쎄요. 열 번 정도? 숫자를 헤아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이 만남에서 꽤 많은 숫자를 헤아렸어요. 결정적으로 왜 헤어지고 싶었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피하고 싶었어요. 을의 본능이랄까.. 위험하다, 뭔가 이 연애는 위험하다는걸, 엉뚱하지만 그렇게 느꼈거든요.​ 이건 <사랑>이 아니야.

그때 시기에 써놓은 메모가 있네요.

"나는 아버지의 코를, 어머니의 눈을 닮았지만. 사실은 나의 연인 L을 더 많이 닮아 있다. 약한 자를 항상 사랑하라 했고. 몸을 해칠 수 있는 것들로부터 항상 피하라 했다. 스무해 가까이 싫어하던 비를 이제는 가장 좋아하는 것도 다 L을 닮아서이다. 나를 이루는 대부분이 그런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L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L은 늘 내게 강자였고, 그로 인해 내 몸이 망가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 사라진 자리에, 타고난 코와 눈처럼 어쩔 수 없이 닮아 있는 몇 가지가 가끔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단지 그것뿐"

헤어지고 잠깐 동안 열병을 앓았지만, 사귀고 있을 때의 신경성 위염은 더 이상 없더라고요. 저는 지나고 나서도 그때의 연애가 사랑이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사랑이 아니었다. 라고 말할 것 같아요. 이처럼 ​둥실둥실 떠다니는 형태도 없지만 달콤한 이, <사랑>이란 녀석 참 모를 일이에요. 그래도 나는 한가지를 확신했잖아요. 상대방을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그게 사랑이란 것을요.

날씨가 춥네요.

모르는 사람이랑 술 마시고 싶은 날씨.
모르는 사람이랑 마시는 술이 제일 재밌지 않나요?

어쩐지 나는, 그 여자에게서 좀 잘못 빼앗아 온 것 같기도 해요. ​그게 뭘까요?



뾰로롱-

2018.12.10 13:08:16

좋은 글이네요.. 

음... 마음속 경보음이 들리셧던 거겠죠?? 


성숙되고 현명한 결말이였을지도.. 

끝까지 가서 상대라는 존재가 나라는 사람을 좀먹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된후,

상처만 남아. 예뻤던 그사람의 모습이 기억에서 희미해진 후에.. 그떄 헤어지는것 보다는.. 

훨씬나은 현명한 결말일것 같아요..  


결국엔 눈으로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저라는 사람은.. 

알람소리를 무시하고 끝까지 가고서야 최선을 다했다 나는... 이라고 하는것 같아요. 

몽이누나

2018.12.10 13:59:37

제 인생에 있어 사랑은 딱, 1번 왔던 것 같아요.

내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됐던 단 한사람.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그런 벅찬 감정은 사랑이 맞았겠죠?

희망사항이 있다면, 다음에 사랑-하게 되는 사람과 결혼하는 거요.

(타이밍 맞는 사람과 하게 되는게 결혼이라지만.. 멋없어서 시러요.)

단핕빵

2018.12.10 14:45:00

사랑하면 나.를 다 주는 사람이 있고..
나.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이 있죠.
이성적인 감정과 쾌락은 오가지만..
너는 너. 나는 나. 인 사람.

그리고 여자분은 남자를 좀 아는 눈치 네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고 심리전에 약한 상대가 휘둘릴 수 있죠.

저 역시 강렬한 감정에 휩쓸리고 압도되는 것이 사랑인 줄 알고 끌려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받아주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던 상대에게
진심을 받아들일 줄 모르는 상대에게 제 자신을 다 태운 결과, 허무함이 남더라고요.
감정의 끝까지 가보았던 것은 황홀했고
가슴 깊이 뜨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요.

하지만 웃긴 것은
지나고 난 뒤...
진심을 받아들일 줄 모르고
자신을 보호하기 바빴던 그 사람 조차도
이기적인 방법이긴 했지만, 날 좋아했구나
깨닫게 되죠.

북어 지느러미 사케.. 술의 과일향과 생선의 말린 향이 사케의 온도와 어우러져 뭐랄까
오묘한 연애. 같지요.

단핕빵

2018.12.10 14:47:29

어쩌면 누굴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이기적인 행동 일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다 주기만 했고, 더 사랑했다고 한들
상대가 요구 한 적 없고, 결국 내가 하고싶어
내가 행복해서 사랑 하는 거니까요..

사랑은 참 비오는 날 작은 이자카야에서 혼자 따뜻한 술을 마시다 오르는 취기처럼
마냥 나쁘지만도.. 좋기만 한 것도 아닌 어떤 것.인가봐요.

만만새

2018.12.10 15:40:44

누가 한 말이 생각나요. 힘든사람 만나면 장기가 나뻐진다나. 반면 유익한 사람 만나면 장기가 좋아지겠죠?ㅎㅎ

Waterfull

2018.12.10 17:34:04

인간은 필요와 사랑을 꽤 헷갈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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