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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의 생각

조회 241 추천 1 2019.05.15 12:57:04

 

세상 재빠르게 밥을 먹고 세상 가장 편한 자세로 한숨 자는 게 낙입니다. 사무실의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둘러보면 대부분 잠들어 있거나 휴대폰.. 그 와중에 이 과장님은 항상 책을 읽으십니다. 그게 좀 인상적이었는데 한 날엔 다자이 오사무를 읽으시기에 얼른 핑계 삼아 말 좀 붙여봤습니다. "어 그 책, 읽기에 어떠세요?" 그렇게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저도 책 좋아하는 척 좀 했어요. 추천해줄 만한 책이 있냐 물으시길래 5월이고 하니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안 읽어보셨으면 읽어보시라 권하고.

 

돌아와 집을 뒤적거리니 한강의 책이 있길래 엊그제 빌려 드렸습니다. 어! 이렇게까지? 하는 눈빛이 얼른 스치시더니 고마워하시더라고요. "전 읽는데 좀 많이 힘들었어요."말하고 한숨 잤습니다.

 

오늘 같이 점심 먹는 와중에 물으시더라고요. 어떻게 책 읽게 되었냐고. 책을 읽는다는 것도 어떤 계기가 있어야 읽기가 시작된다는 게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질문에는 대충 답을 했지요. 그냥 뭐 하릴도 없고 읽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라고.. 곧이어 과장님께는 다 대답하지 않은 대답이 혼자 생각났습니다. 흰 밥알을 젓가락으로 통통- 거리면서 생각의 줄기를 슬금슬금 따라가봤지요. 웃음이 났습니다.

 

여름이었나? 교보문고에 잠깐 들렀는데 어떤 예쁜 여자분이 눈에 띄었어요. 원피스에 긴 생머리를 하고, 나는 여자사람이라면 대부분 예쁘다 하고 보는 편인데, 뭔가 특별한 구석이 느껴졌던 거겠죠. 첫눈에 콩깍지인가.. 대뜸 메모지에다가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라고 써 내밀었습니다. 말도 없이요. 좀 구식인 거죠. 이리저리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러고 있더라고요. 여자분은 노트북에다가 뭔가를 필사 중이었는데 물끄러미 저를 올려다 보셨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아씨. 바지 안쪽으로 넣는 셔츠 입고 올껄. 그게 좀 더 예쁜데. 찰나에 여자분이 제가 드린 메모에다가 뭔가를 끄적이더니 다시 돌려주었습니다. 카카오톡 아이디였어요. 참나, 더 이뻐 보이데요. 알파벳에 이건 무슨 뜻이 있는 건가? 생각했는데 뜻도 모르겠고 그 알파벳조차 이쁘더라고요. 참나. 스스로 푼수 같아서 웃음이 났어요.

 

그렇게 둘 다 말 한마디 없이 나중에 카톡이 시작되고 며칠 뒤 만나게 되었어요. 통화 중에 노보텔 앞에서 만납시다. 했는데 러브호텔로 잘못 듣고는 집에 가려고 했었다.라는 인사를 시작으로 말도 되게 잘 통하더라고요. 첫 만남에 책 선물하길 잘했지요. 김연수 작가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소설을 선물했는데, 앞 표지에다가는 읽지도 않고 제목이 예뻐서 선물한다. 이제 곧 내 여자친구에게.라는 손발이 다 오그라드는 글귀도 썼더래요. 촤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제법 오래 만나다 헤어졌습니다. 그 사람에게서 좋은 영향을 무던히도 참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알고 보니 국문과 졸업에다가 독서지도 관련 일을 하는 친구였는데 제 수준에 맞게 여러 책들을 추천해주면서 제 안의 무엇인가를 많이 이끌어 내줬거든요.(저는 공대생) 이별하고서도 저를 좋아해 준 그 수고로움에 참 오래 감사했습니다.

 

과장님의 "너는 어떻게 책을 읽게 되었니?"라는 물음이 없었다면 이 시간에 발 뻗고 편히 잤을 텐데. 그 물음이 있어서 지난 일을 꺼내봤습니다. 그 사람 많이 행복했으면 싶고.

 

 

 

 

 



라영

2019.05.15 14:04:26

어멋 읽다가 순간 설레였는데, 헤어지셨다니 제가 다 아쉽네요!


십일월달력

2019.05.15 22:06:33

흐흐. 오늘 밤 달이 밝네요. 어둠이 있어야 밝게 보이는 달! 하루 마무리 잘하셨길

resolc

2019.05.15 18:14:59

재밌게 읽었습니다ㅎㅎ 이번 글은 수필인가요? 

십일월달력

2019.05.15 22:04:30

형식을 딱히 생각하진 않았지만 수필이라 생각해 주시면 근사할 것 같네요! ㅎㅎㅎ

몽이누나

2019.05.15 18:23:42

아름다워요 S2

십일월달력

2019.05.15 22:07:11

팔꿈치를 모으고. 두 손끝을 모으고 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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