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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5,920

오래 알고 지내는 여동생과 종종 카톡을 합니다.

서로 웬만큼 알고 있어서 별 할 말도 없지만 사무업무 보는 틈틈이 적당한 수다 나누기 딱 좋은 정도죠.

그야말로 아무말 대잔치입니다. 그것도 밑천이 다 드러나 최근엔 서로 자극적인 사건 없냐고 물어봅니다.

이를테면 서로 다른 회사 내의 섹스 스캔들이나 불륜 뭐 그런 내용들 말입니다.

사실 그것도 딱히 자극적이진 않은데, 들었던 이야기를 다시 또 듣는 일보단 재밌습니다.

'오 ㅁㅊ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흉도 보고

'오 뭐 구건 구럴 수 있겠다.' 편도 들어 보고.

결국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전부 머리 속에서 사라질만한 모래성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

저에게 있어 자극적이고 흥미 있는 일들은 그 여운(?)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길면 보름?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의 키스라던가.

안면만 겨우 아는 사람과 술 마시다가 같이 밤을 보낸다거나. 그런 것들 말이죠.

사실 이런 일들이 흔히 있는 일들.. 아니 거의 없는 일들이죠

슬프지만 그렇다는 가정하에 생각해보는 일들입니다.

모를 일이지만 아마 그 여운이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

반대로 별것 아니었던 일 같은데, 오래 시간을 두고도 잊혀지지 않는 일들이 있습니다.

대학시절 혼자 사는 나를 위해 수녀님께서 해주시던 몇 가지 반찬이라던가.

5월의 광주에 맞춰 간 금남로라던가, 전남도청을 걷던 일이라던가.

야학에 다니던 그때. 어린 학생들과 공부를 마치고 밤길을 걷던 일이라던가.

나열하기 시작하면 줄줄이 생각나는 몇 가지 기억들이 있는데

아무튼 그런 일들은 오래 시간을 두고도 잘 잊혀지지 않습니다.

깊은 여운이 여전히 아직도 남아 있는 셈이죠.

*

어제 주말에는 모쪼록 침대에 가만히 누워 책을 오래 읽었습니다.

<케빈에 대하여>라는 영화로는 이미 본 제목의 책이었는데

그 두께가 제법 두꺼워 미루고만 있다가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여동생이 저번에 자신의 이상형이라면서 써갈긴 글귀를 내게 보여줬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침대 위에서 독서와 섹스가 가능한 사람'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대충 어떤 의미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섹스는 아이고 됐으니 독서나 해야지. 아무튼 그렇게 시작한 독서가 <케빈에 대하여> 입니다.

이런 책들을 읽어 두면 아무래도 자녀와 부모의 이야기이니,

나중에 자녀 양육에 있어서 막연히 어떤 작은 도움도 될 거야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

책을 읽으니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케빈에 대하여>가 주는 위로가 아니라 그냥 바람이 잘 드는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종잇장을 넘기는 일이 그랬습니다.

동시에 아까 말씀드린 오래 시간을 두고 잊혀지지 않는 일들이 겹쳐졌죠.

시너지 효과랄까?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그 순간, 위로받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기분에 생각나는 그것을 얼른 메모해봤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어떤 방식의 위로에

훨씬 더 예민하고 섬세하게 반응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 남은 내 삶의 방향을 알려준다.

소설의 모퉁이에 그렇게 적어내린 그런 주말을 보냈습니다.



뾰로롱-

2019.06.03 15:27:14

자극적인 가십의 가벼움과 내 마음을 흔들고 가는 어떠한 것들.. 

나의 경우엔 어떤지 생각 해볼만한 거리이네요 ㅎㅎ 

십일월달력

2019.06.03 15:41:08

앗. 댓글에서 번뜩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소설이 생각나네요. 

즐거운 한주 시작 보내세요!

웃귄펭귄

2019.06.03 19:41:01

오 메모가 인상깊어요. 특히 남은 내 삶의 방향을 알려준다는것.저는 걷는것에서 위로를 받는데 구름한점 없는 맑은 하늘, 적당한 습도, 햇빛, 편한 신발이면 지구끝까지 걸을것 같이 하다, 왜 한가지라도 성에 안차면 기분이 안나는이유. 그건 마치 저에 대한 태도 타인에 대한 태도와도 비슷해요. 오늘 나 뭐가 만족스럽지 않아 하면 인상부터 구겨지는,저사람 다좋은데 뭐하나 우습게 보이면 말이에요. 생각을 많이하게 되는 부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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