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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친 Y는 내가 이슬아 를 좋아하는 걸 못마땅해 했다. 내가 오래전부터 이슬아의 인스타 피드를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일간이슬아 의 첫 달 구독을 신청했던 것도. 그녀가 지워버리라 했던 에세이 메일들을 몰래 따로 보관하고 있었던 걸 들켰을 때도, 그녀는 크게 화를 냈다. 억울했다. 아니, 대체 내가 뭘 어쨌길래? 헐벗은 여자 아이돌들의 몸사위에 헤벌쭉 하는 것 보단, 이쪽이 훨씬 건전한 것 아닙니까? (물론 그렇지도 않단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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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는 이슬아가 자신과 대척에 있는 인물임을 알았다. 그건 자연계에서 천적 간에 느끼는 본능적인 적의에 가까웠다. 실은 그들은 한 신문사가 주최한 작은 글쓰기 문학상 시상식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난 이슬아가 그 문학상에 어떤 글을 냈는지 모른다. 다만 Y의 글을 읽고서, 대척에 있을 이슬아의 글을 상상해 볼 뿐이다. 그건 아마 아주 따뜻하거나, 때로 찌질하게 귀엽거나, 설레다가 화났다가 절망했다가 결국 희망과 사랑에 부푸는. 뭐 그런 아주 인간적인 이야기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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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Y의 삶을 상상한다. 난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불행에 빠뜨리려는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다. Y를 행복하게 해 주는 건 곧 연인으로서의 내 효용을 증명해내는 일이었고, 동시에 내 오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끝내 무산되었다. 이제 와선 그 모든 노력의 과정이 그저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누군가에게 삶의 행복을 주입하고 채워줄 수 있다고 믿는 건 지나친 오만이었다. 평범한 삶의 행복을 평가절하하는 Y의 태도를 도무지 견딜 수 없어 그녀를 떠났다. 나는 그녀만큼이나 나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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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순간이 없지는 않았다. Y와 나. 한 겨울 볕드는 창가에 앉은 듯, 서늘하고 또 따뜻했다. 무슨 이유로 다퉜는지조차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그땐 그게 정말 어쩔 수 없어서 서로의 목을 조르듯 했던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잊어버리고 싶다. Y를 다 끌어안기 겁이 났었다. 내 나약함이 끝내 그녀를 게워낼까 봐. 그런 같잖은 이유로 다 주지 못했다. 미덥지 못한 사랑을 했다. 그건 온전한 나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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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에 만났다면 우리 좀 더 잘해나갈 수 있었을까. 상처 없이 만나서 함박 웃는 우리들. 그걸 상상하는 것만으로 울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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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이젠 더 널 사랑하지 않는다. 바라건대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의 이별이 누구 하나 비참하게 만들지 않게. 끝까지 욕심만 부린다고 넌 말할 것이다. 그래, 그것이 나란 사람이다 그러니. 넌 미련을 이만 거두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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