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선임이었던 그는 알고 보니 나와 고향이 같았다.
그는 겨우 불편할 정도로만 다리를 다쳐 내무실에서 오래 혼자 지냈다.
내가 전역을 겨우 몇 달 앞둔 말년이었을 때, 우린 깊게 친해졌다.
그러다 그가 먼저 전역했고, 뒤이어 나 역시 전역했다.
연락이 닿아,
카페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된 그가 말했다.
"내 여자 사업을 하나 할까 한대이"
"여자 사업? 그기 뭔데?"
"그냥 오피같은 거 있다이가."
"오피? 그기 뭔데?"
"니 진짜 모르나?"
"모르니까 물어보지"
"여자들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알선 하고 난 중간에서 뽀찌 챙기는 거"
"마, 그기 가능한거가?"
말로만 대충 들었던 걸. 한 술 더 떠 돈 벌 생각하는 그에게 좀 놀랬다.
"가능하지. 와꾸 좀 잡고 텃세만 어째 비벼지면 가능하다"
같은 군복을 입고 있을 땐 그저 나처럼 물렁한 놈이겠거니. 했는데
세 번인가, 두 번인가 유예를 주고도 적발 되면
철창신세를 질 수도 있다는데.
무서워 하지 않는 그를 보고 한 편으론 대단하단 생각도 들었다.
며칠 지나 그가 일하는 곳으로 놀러 갔다.
전화로 몹시 분주하던 그가 잠시 자리를 비웠고,
어느 젊은 여자와 나는 같은 공간에 있게 되었다.
나는 허공을 한번 바라보았다가 앞을 다시 바라본다.
그러다 다시 허공에다 대고 묻는다.
고향이 어디세요?
딱히 궁금했던 것은 아니었다.
거제도요.
허공에서 대답이 떨어진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좀 가까운 곳이네요"
"네, 그쵸"
"왜 부산까지 오셨어요"
"거긴 다 알아요"
"?"
"고삐리 때 담배만 펴도 어느 집 딸내미가 어디서 담배를 피더라. 소문이 다 나는 곳이에요. 그만큼 좁은 곳"
나는 멍청한가.
왜 부산까지 왔느냐는 물음 대신, 왜 더 멀리가지 않았느냐고 물었어야 했나.
다시금 무얼 좋아하시냐, 물었다.
"햄버거요, 햄버거"
허공이 햄버거라고 대답을 했다.
"어! 내 친구 중에 해장을 꼭 햄버거로 하는 친구가 있는데.."
내가 말했지만 대화가 더 이어지진 않았다.
딱히 누군가 미워지는 건 없었는데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음에 놀러 올 때는 햄버거라도 내가 하나 사올게요"
"정말요?"
"예. 그 뭐시라고요. 육천원삐 안하는데"
햄버거 하나에 어지간히 반가워하기에 육천 원이란 말을 덧 붙였다.
육천 원쯤이면 어느 누구에게 어렵게 쓰지 못할 돈은 아니랴. 뭐 그런 의미였다.
전화를 받고 자리를 비웠던 그가 돌아왔다.
그런 그가.. 여자에게 일정을 알려 준다.
나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시선을 허공으로 둔다.
아마 나는 햄버거를 사들고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도 그럴 것이 햄버거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그날,
선임이었던 그와 술을 아주 많이 마셨다.
나의 감정에 미세한 스크래치가 계속해서 느껴졌다. 그 여자는 햄버거 그게 뭐라고 그렇게 반가워하나. 라는..
잘 좀, 똑바로 좀 하란 말을 그에게 남기고 집 방향으로 가는 택시를 잡아 세웠다.
이런 일이 있었다 심심하게 적은 글에 그래도 기분이 상하셨다면 심심한 사과 먼저 드릴게요.
잘 좀, 똑바로 좀 하란 말의 속내는 “똑바로 좀 살았으면 좋겠다. 내(기준에)가 생각하는 좋은 일 하면서.”
라는 마음이었는데, 그 속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어요.
저는 제 에너지를 쏟고 직접적으로 개입하려 하지 않는 일들은 상대방의 생각이 있다고 봐요.
그 책임의 결과는 그의 것이고요.
성매매를 하지도. 젤리빈님이 생각하시는 똑바로 잘했으면 하는 마음도 가져본 일 없어요.
대화와 상황의 결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제 미숙함이라고 봐요. ㅎㅎ
여담이지만 친구는 돌연 연락이 안됩니다.
아무래도 잡혀간 것 같은데.. (진지)
마지막 문장은 또 뭐죠
뭘 잘 좀 똑바로 하라는건지..
그 여자한테 햄버거라도 사주면서 성매매 알선을 잘, 똑바로 하란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