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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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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씬하게 뻗은 얼굴선이 인상적인 그녀는 버스에 올라탈 때 내가 흘깃 훔쳐본 옆모습을 가졌다. 끝까지 모른척하며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내 위선을 탓하며 내 신경은 계속 그녀의 흰 피부와 시원스런 얼굴 옆선에 머물렀다.

 

그러나 의외로 고급스러운 인상과 대비되는 조금은 기품 없는, 통화하며 웃을 때 실룩되는, 광대와 상당히 단단해보이는 하체, 그리고 얼굴과 달리 쭉 뻗지 못한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어느 시대 패션인지 알 수 없는 어깨 넓은 재킷은 가방 끈에 찌그러져 빈 어깨를 메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옆 얼굴선은 그 모든 걸 상쇄하리만큼 미려해서 내 눈이 응시한 정면보다 후두골인지 어딘지에 붙어 있을 시신경은 계속 그녀를 관찰하고 있었다.

스무살 중후반? 많게 보면 30살 초반까지는 볼 수 있으려나? 어느 새 나의 취향은 이제는 10년 강산을 가로질러 있으니 이 몹쓸 눈깔을 어찌 하랴... 그래도 아재처럼 보이면 안되는데...

 

가증스러움을 버리고 버스에서 내릴 때는 그녀가 앉은 좌석쪽으로 다가가자, 아름다움을 용기있게 바라보자’, 생각하며 일어날 준비를 할 때, 앉았있던 그녀도 내리려는지 그녀의 몸도 곧추 세워지고 있었다. 나는 나의 싸구려 의도를 들키지 않기 위해 재빨리 버스의 하차버튼을 먼저 눌렀다. 결국 버스의 뒷문에서 나란히 하차를 기다리게 되었고 우린 남남인 듯 동행인 듯 같이 내렸다.

 

내 앞에서 한 발짝 앞서가 뒷모습만 남은 그녀는 마치 공주로 태어났으나 정적들의 모반으로 노비의 집에 버려져 갖은 고생을 다하고 자라 이제는 공주의 고귀함도 거의 희미해져 가는 그런 애처로운, 아니면 고귀한 공주님과 천박한 백정 사이에 태어나 기품과 천박함을 동시에 지녀서 기품있게 보려면 천박함이 엿보이고, 천박하게 보기엔 문득 드러나는 기품이 그녀를 무시하게 하지 못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버스에서 내릴 때 우연히 가는 방향도 같길 기대했는데 이게 웬걸, 같은 방향이다. 그러나 방향이 점점 더 일치하면서 소소하게 기뻐하기도 전에 드는 생각은, 이런 후진 동네 구석에 사나? 품격있는 얼굴과 달리 볼품없는 차림새와 애처로운 뒷모습을 가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를 앞서 가던 그녀가 그 좁은 골목 허름한 빌라의 어두운 지하로 사라져 버리자 한심한 나의 호기심은 더욱 그녀를 동정하기 시작한다.

 

나는 이 동네를 가끔 연변이라고 착각하고 있으니 그녀는 조선족이나 중국인일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어느 사립명문여대를 나온 그녀가 한류에 이끌려 한국으로 건너왔으나 당장은 한국의 살인적인 월세를 이기지 못해 반지하 단칸방에서 레드까펫의 꿈을 키우는게 아닐까? 아니면 어릴때는 기사 딸린 각그랜져를 타고 다녔으나 부친의 사업실패로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결국 어렵게 얻은 반지하 그 좁은 단칸방에서 온가족이 함께 모여살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고 있는게 아닐까?, 아니면 아버지는 술주정뱅이 노름꾼인데 젊은 날 운좋게 분수에 넘치는 고운 얼굴의 여자를 만나 그 애미닮은 딸내미를 낳고 이제는 개과천선하려 했으나 엄마는 집나가고 아버지는 병에 걸리고, 결국 그 어린 딸내미가 병든 애비 부양하면서 힘들게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녀가 허름한 빌라의 지하동굴로 빨려들어갔을 때 그녀와의 짧은 인연도 그때 끝내는 것이 맞으리라, 괜스레 섣부른 치기로 당신의 고귀한 얼굴선이 좋다며 부끄러운 고백하자 그 순간행여 동네 조폭 애인이나 친오빠한테 협박당하며 마주칠때마다 겁박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만약 하늘이 보우하사 그것이 천생의 연분으로 반지하 허름하고 고단한 그녀의 삶보다는 몇층 조금 더 나은 내가 그녀의 고단함을 잊게 해줄 수는 있지 않을까 잠시 꿈꿔본다.

그러나 결국 평생에 용기없는 나는 좀 더 화목한 가정에서 나고 자라고 배운 여자를 만날 거라 위로하며 귀가길의 짧은 망상을 접고 있으니 여태 결혼 못한 이유가 되리



아이디

2019.09.07 14:55:24

님 윤대녕소설 좋아하죠...?

책장에 꽂혀 있긴 하던데 읽은 적은 없어요. 추석때 읽어봐야겠네요~

시련

2019.09.11 19:25:49

포스가 있어보이던가요? 민낯을 상상하시면 편하셨을텐데.

전 민낯을 더 좋아해요...

미래2

2019.09.21 08:53:39

음. 반지하 사는 거랑 화목한 가정에 배운 여자는 같은 선상에 있을 수 없는 건가봐요? 본인도 같은 동네 살면서 여자가 후진 동네 산다고 왜 깎아내리죠? 아재같아 보이진 않고 꼰대같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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