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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5,804

미장원에서

조회 459 추천 0 2019.09.17 10:24:14

  

 

- 서연 쌤은 언제 오세요?

- 이제 아기 낳으셨대요. 산후조리까지 해야 하니 오래 걸리거나 아마 오지 않을 수도 있겠어요. 

- 그래요? 제 머리 잘해주셨는데..

- ​어떻게 해드리죠?

- ​저번처럼 투블럭요. 앞머리는 저번보다 많이 쳐주시구요. 특수컷 2천 원 추가 맞죠?

- 네. 

(사진첩에 저장해둔 빈지노 투블럭 사진 컷을 보여줄까 말까 망설이다.)

- 휴가는요? 언제 가세요.

- 내일.

- 어디루요?

- 괌이요.

- 가깝고 좋은데 가시네요!

- 쌤은 휴가 다녀오셨어요?

- 전 지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요.

- 어디로 가셨었는지 물어봐도 돼요?

- 해운대요. 근데 이만큼 가슴까지만 들어가도 들어가지 말라 하더라구요. 

- 어 그렇지. 

- 얼마 전에 사람이 빠져 죽었데요. 외국인. 

- 허얼. 

- 뭐 그거 말곤 집에서 쉬고 했죠. 집이 최고네요. 오늘부턴 차도 엄청 막힐 텐데 말이에요

- 그쵸. 저희 집은 근데 에어컨이 아직 없어요. 

 

- 앞머리 어때요?

- 옆에 조금만

- 그럼 이쪽으론 눕혀주고 관리하셔야 해요. 

- 네.. 근데 벌써 실장이시네요.

- 그쵸. 제가 빨리 뛰어들었어요. 6 정도 되었나. 이제 이십 대 중후반이에요. 

- ​진짜 빠르시네요. 그럼 어린 친구들은요?

- 수습이에요. 박봉이죠. 틈틈이 가르치고 해서 번다는 느낌보단 배운다는 느낌으로 일하는 거죠.

- 힘들겠어요. 

- ​. 요즘 친구들이 얼마 못 가요. 많이들 중간에 관둬요. 힘들고, 밥도 제때 먹기 힘들고 남들 쉬고. 돈도 적고 하니까

- 음. . 친구도 미용했었어요. 지금은 관뒀구요. 예전에 머리 잘라주고 그랬는데 되게 좋더라구요.

- 그쵸? 그런 게 좋죠 . 부모님도 머리해드리고. 저희 부모님은 이제 항상 저에게만 자르세요. 전에 어디 가서 맘에 안 들었는데 생각나서 뭐라 하지도 못하셨다고.

- 아. 그러시겠네요.

- 친구들도 좋아하구요.

- 와.. 월급도 많이 올랐겠어요.

- 진급하고 나니까 다르네요. 이젠살만해요. 

- 하하. 그래요?

- 네. 머리 감고 오세요. 그러고 다시 볼게요

- 빈지노 친구처럼 하면 웃길까요?

- ​크크. 근데 이렇게 되시려면 이제 앞머리만 자르시고 중간부터 기장 남기셔야 돼요

- 그럼 담에 오면 이렇게?

- 네. 근데 빈지노는 모르겠어요..

 

 

고딩 미용하겠다며 여상을 자퇴한 J 생각났다.

그걸 끝까지 말렸었는데 말리는지도 모르고 그냥 학교만은 관두면되는 것만 같았다.

 

". 학교 그만두면 좆된다 진짜."

사이좋게 담배와 우유를 마시다 말했다. 그게 큰일인 줄만 알았다.

그렇게 몇 개월 뒤엔 이따금씩 혼자 사는 J 집에 찾아가선 파마를 부탁하고 염색을 부탁하곤 했었다.

쿠킹 비닐랩 따위를 몸에 두르고 갈색으로 염색하는 나와, 

에어컨이 없는 7짜리 한 칸에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대며 빗질을 해주는 J.

 

미용실에 앉아 있자니 그때 생각이 문득 났다. 

 

J 결혼식을 도왔고 다음해 언제였던가 이혼 소식을 들었다.

J 남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행님 누나 이혼했어요. 새끼가 누나한테 하도 손찌검을 해가."

내가 불러준 축가 때문인 것만 싶어서 미안한 감정도 거기 함께 있었다.

J 와는 둘이서 영화를 봤었다. 극장이 없는 촌구석에서 부산에 나오기까지 J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긍휼. 어머니는 몸이 아프셨지만 몸이 아프신 분들을 돌보신다며. 

 

나는 J 좋았다.

그런 기특함이. 그런 애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천천히 느리게 빛내가고 있는 것들이.

그래서 J 미용을 관두었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안타까워 했었다.

그 뒤로 J  시내 한복판에서 마주쳐 만났었다. 모르고 지나쳐가는 나를 J 잡아 불렀다.

". 임마 와이래 늙었노. 이제 아저씨 다 됐네. 눈도 안 비나. 못 봤나."

- 머꼬. . 못 봤지. 뭐고 어디 가는데.

- 내 저기서 일한다이가. 청바지 한다. 들리라. 옆에 여자친구?

- 어. 인사할래? 

- 그새 갈아탔나. 간다이. 온내이

 

J 멀어진 빈자리에서

여자친구는 자신을 무시한 태도에 기분 나빠하고 나는 웃음을 참는다.

달래지 못하고 J 편에 서서 이야기하게 될까 아무 말 않는다.

여전한 모습친구들은 J 가 그저 억세고 씩씩하고 깡다구 있는 친구로만 안다.

 

처음 나랑 <희재> 영화 J 얼마나 울었었는지도 모르고.

 

 

 



만만새

2019.09.17 16:15:53

1.투블럭컷 해보고싶네요!
2.희재란 영화가 있나요? 노래랑 주인공이름 만아는데 힛

십일월달력

2019.09.18 13:03:42

엌 맞아요. 희재란 영화는 없어요 ㅋㅋㅋ '국화꽃향기'였어요.

Hardboiled

2019.09.17 18:55:02

단편드라마를 본 것 같습니다..나의 J는 누구였을까 또 누구일까를 생각하며..

십일월달력

2019.09.18 13:04:18

이 댓글이 한 줄 드라마네요. 나의 J는 누구였을까. 키햐!

라영

2019.09.18 15:20:41

저도 희재 영화 엄청 재미있게 봤어요. 근데 궁금한게 J랑 정말 아무런 감정 없는 친구일 뿐이였어요 ?(이건 제 개인적인 어떤 상황때문에 단순한 호기심에 묻는거에용)

십일월달력

2019.09.19 08:34:08

J와는 알고 지낸 시간도 시간인지라 이야기를 길게 늘어 뜨리면 하루도 부족할 것 같아요 ㅋㅋ 그래서 축약하고 답부터 말씀드리면 감정 없는 친구였던 것 같아요! 저는 아직까지도 지구최강금사빠라서 아마 어렸을 그때도 좋아한 순간은 있었겠지만 가볍고 일시적인(?) 저의 그 마음을 더 잘 알아서 깊게 좋아하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서로에게 고백도 없었고(있어도 서로가 서로를 거부했을듯 ㅋㅋㅋ)응큼할 뻔한 순간도 더러 있었지만 그때마다 응큼했다면 무슨 사단이라도 났어도 벌써 났을 것 같아요.

Waterfull

2019.10.03 10:34:06

그녀와 난 그냥 브라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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