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지웠습니다. 그런데 제 글이 불분명하게 쓰여졌던 건지 오인하신 듯한 부분들이 댓글에 있는 것 같아요. 만나서 서로 의사에 반하지 않으면(?) 아침까지 같이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합의된 점이었었죠. 느지막한 시간을 먼저 얘기한 건 저였고, 또 정황상 그게 맞았고요. 댓글에 써진 것처럼 남성이 목적을 꾸준하게 밀고 나가고, 사정 전까지 입발린 소리하고, 저를 하룻밤 소모품으로 쓰고 말고라기 보다는요. 그리고 그런 만남이 기본적으로 그렇듯 돌발요소가 없다면 일회성이 전제였고요. 여기까지는 이상할 게 없었어요. 그런데 밤 시간을 보낸 후 여느 연인인 척 저를 대하는 남성의 행동은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었죠.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고 추후 만남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던 것도 이 지점이었습니다. 감정이 휘몰아쳐서 여기까지 글을 쓰게 되었었네요. 지금은 뭐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담담해지긴 했습니다.
재밌네요. 재밌어서 몇 번 읽었어요
상황의 재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글이 재밌어요.
한 문장으로 표현될 일을 장황하게 잘 쓰시는 걸 보니,
글쓰기를 좋아하시고 평소 내 마음을/내 상황을 잘 되돌아보시는 분 같단 느낌을 받아요.
내 안의 나를 돌보는 일.. 그게 글쓰기로 쉬이 가능한 일이잖아요.
제 경험상,
이런 타입일수록 늪(?)에 빠지면 다른 누구보다 생각이 깊어지는 타입 같아요.
별일 아닌 일도, 별일로 만들 수 있는 이상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거든요.
(제가 상황을 가벼이 본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그 사람이 말하는 '디즈니 동산'도,
불현듯 애니메이션에 들어온 듯한 카페도..
본인의 섬세함이고, 표현의 아름다움이 충만한 것이지,
상대가 그런 건 아니거든요..
너무 취해있지 마세요.
그 사람의 행동은 아주 건조하고 무심할 때에나 나올 수 있는
그냥 행동이거든요.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원나잇이 가능한 열에 아홉의 남자는
지금 현재 품에 있는 여자를 다시 볼 수 없는 여자라 생각해
손가락 마디마디에서부터 살결을 어루만지는, 행동 하나 하나가 애틋할 수 있습니다.
자기 혼자 멜로드라마 최종편 찍고 있고 있는 거거든요. ㅋㅋ
저는 대부분의 고민들을 읽고
생각해볼만한 고민이다 싶으면, 친하고 소중한 여동생들을 그 고민에 투영시켜봐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여동생이라면 내가 무어라 대답해 줄 수 있을까, 하고..
최근 몇 년간 법륜스님 설법에 취해 저는 땡중같은 소리를 하고 다니거든요.
아마 이렇게 대답해줄 것 같네요.
"뜨거우면 놓아라, 뜨겁다고 울면서 왜 잡고 있느냐."
그 사람 계속 재밌으라고, 즐거우라고,,
그걸 원하시지 않으면 연락하지 마세요. 혹여나 온다 하여도..
어떠한 말씀이라도 괜찮다는 추신을 보고,
블라블라했어요..
자신의 행동이 옳았다 옳지 않았다 보다, 나에게 '좋았다' 라는 것만 꽂힐 때가 있지요. 대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떳떳하게 말할 만한 관계는 아닐지 몰라도 범죄행위를 한 것은 아니니 자책할 필요는 없어보이구요. 때로 모호한 안개 속에서 몽롱하게 그 '좋았던' 기분과 '느낌적' 느낌 만을 무한반복으로 되풀이 하고 싶을 때가 있지요, 그 실체가 실제적 감정이 무엇이든... 상대방은 그러기에 최적화 된 인물이고, 일회성의 만남은 과연 현생의 관계에서 느끼는 구질구질함 없이 아직 깨고 싶지 않은 하룻밤 꿈처럼 남은 것이겠죠. 확인되지 않은 채 미결로 종료된 관계와 감정일수록 환상은 증폭되고 미련은 불타오르며 애틋함은 비련과 한이 되지요. 타인의 질책보다 더 무서운, 어느 순간 현타로 돌아와 스스로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충분히 만끽해도 좋은 감정이죠, 마약처럼 나른하게. 단물이 다 빠져 뱉어버리고 싶은 껌이 되기 전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저는 감히 님을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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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쓰신 글의 내용과 분위기로만 보면 어디 로맨스 소설에 나오는 내용처럼 모든 디테일이 이렇듯 생생하고 지나치게 달달한 사카린 같군요. 아직 코로나도 시국도 복잡하고 혼란스러운데, 그 와중에 개인의 삶도 흘러가는 거라지만 검증되지 않은 대상과 이런 분위기의 정념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 저는 더 놀랍기만 합니다. 대개의 연인들 연애 분위기도 저런가요? 어떤 경로를 통해 만난 게 중요한 건 아닐 수 있지만, 저런 정서와 분위기 자체가 너무 낯설어서요.
그래요, 나에 대해서 묻지 않는 남자. 나한테 관심 없는 남자 맞습니다. 그 순간의 내 몸에만 관심이 있었던 거겠죠. (하지만 저는 그 사실 자체로 죄책감을 갖거나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님의 글 보면 뭔가 본인이 옳지못한 일을 했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듯 해요. 노파심에서 의견을 말해봅니다. 저는 이게 옮은가 그른가로 판단될 성질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하는 거죠. 다만 허무하고 씁쓸한 뒷맛은 본인이 감당해야할 몫이겠죠. )
이럴 때 참 힘듭니다. 이게 비단 원나잇의 상황이 아니고 소개팅을 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의 감정이 그 크기나 방향이 엇비슷이라도 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아쉬우면 아쉬워 하세요. 연락을 더 해보고 싶다면 끝까지 가보세요. 더 후회하게 될 걸 본인이 알잖아요. 그래도 그걸 원한다면 해야죠 뭐, 어차피 억누른다고 없어지지도 않아요. 그 아쉬움이 나중에는 점점 난 널 원하는 데, 넌 나한테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그냥 하루밤 모소품으로 생각을 했어? 이런 약간의 분노?로도 발전될 겁니다.
이렇게 본인이 쓴 글 및 댓글 두고 두고 읽는 것도 그 감정에 취해 있고 싶고 아쉬우니까 그런거겠지요. 하지만 어쩝니까 당장 그렇게 밖에 할 수가 없는데.
여기서 뭐라 뭐라 사람들이 떠들어도 다른 사람들 말 귀에 잘 안들어올거에요. 본인이 원하는 바가 있으니. 그 감정이 소진되고 기억이 희미해지길 바랄 수밖에요. 간간이 명치끝이 찌릿한 듯한 통증이 따라 붙겠지만, 결국엔 잊혀집니다.
헌데 연애를 비롯한 각종 인간관계로 고통받는 여성분들을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데자부 포인트 몇 가지가 있습니다.
내로남불.
현실과는 조큼 다른 배경 속.
자신만의 bgm을 틀어놓곤 거기에 점점 빠져들어 허우적거리다 결국엔 남탓.
그 상처가 치유되기도 전에 또 다시 돌림노래 시작. 또 반복.
이런 분들이 결혼 뒤에도 방황하곤 하더군요.
근데 이 스멜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 건 제 기분탓인가요?
의무고 진심이고 예의고 매너고 다 떠나서 생각나면 연락 오고 아님 말겠죠.
성별을 떠나서 더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이 연락하는 거 하나는 사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