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거주자로, 한국에 들어온 지 10일
자가격리 중으로 본가에서 나가지 못하고, 엄마를 도와 집안 정리, 물건 버리기 하는 중인 딸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제가 한 일은, 산더미 처람 쌓여있는 엄마의 짐, 그리고 정리되어있지 않은 주방 및 모든 집안일, 그리고 저의 정리하지 못한 채 있었던 짐들, 일기장, 편지, 책, 서류 등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시차 적응 때문에 오전에는 일찍 일어나게 되어, 엄마랑 아빠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그들의 이야기, 힘들었던 시절 뭐 이야기, "라떼는 말이야~" 등 이런 이야기들을 최대한 감정적이지 않게 이성적으로 들으려고 했습니다. 그저 엄마·아빠 편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중심을 잘 잡으면서 들으려고 했습니다. 마치 제가 이성적인 사람인 것 처럼 말이죠. 저도 꽤 감정적인 편입니다만, 가족과 있을 때는 그럴 수가 없어서(나까지 그럴 수가 없으므로), 우리 가족과 대화할 때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게,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지내왔습니다..
이 내용을 쓰는 이유는,
오늘, 바로 전에 엄마에게 저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엄마의 반응과, 그에 대한 우리의 대화를....풀어놓고 싶어서입니다.
엄마, 아빠의 예전 과거 얘기를 요 며칠 간 죽 듣다 보니,, 그 안에 언니랑 내 얘기는 없다며, 우리도 엄마·아빠가 지나온 폭풍 속에 있었던 자식들이라고. 나도 그 속에서 방황하고, 아무런 후원 없이, 불안정한 상태로 자라 와서 지금도 그 과거가 나를 힘들게 한다고.
상담해온지 3년 정도 되어,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지만, 지금도 그 과거로 회귀하는 시간이 많다. 그렇기 떄문에 나는 나의 현재를 살지 못하고, 미래를 불안해하기만 하는 마음으로 지내는 것 같다. 같다는 내용.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누굴 탓하고자 하는 얘기가 아니라, 내가 이런 마음이었다. 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고, 이 마음을 그냥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왜 그런 안 꿀꿀한 과거 얘기를 하는 거야,,아 정말 이런거 얘기하기 싫은데. **(언니)랑 얘기할때는 안그러는데 꼭 너랑 만나면 이런 얘기를 하게 돼. (에잇 짜증 나:하는느낌으로)"
왜 너의 그런 과거에 사로잡혀있니? 라고 하기에, 내가 엄마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 내가 이런 과거에만 묶여있고, 그로 인해서 현재를 잘 살지 못하고 미래를 두려워하게 된 내 본판, 바탕을 잘 다듬고, 정리하고 가고 싶어서 이런 마음을 말하는 거다..... 라고 얘기하니까 일단 듣기 싫다는 식으로 되받아치더군요...
엄마의 대답은 "그래서 내가 널 죽였니? 내가 널 헤쳤니? 엄마도 그 폭풍 속에서(과거)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아 온 게 기적이야. 내가 무식해서 그렇지. 그냥 엄마가 무식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내가 무식하고 네가 유식해서 그런다고 생각해.
내가 자식새끼한테 이 나이 먹어서 그런 사과를 해야 해??? (이 쌍: 하는 느낌으로)
네가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뭐, 이제 와서 어떻게 하라는 얘기니?
내가 너한테 무릎 꿇고 너한테 사죄해야 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나는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야.
엄마는...좋은 말씀 라디오나, CBS (목사님 설교), 법률 스님, 뭐 가톨릭 설교방송 등으로 좋은 말씀을 많이 듣는데, 새벽기도도 꼬박꼬박 나가시고, 그런 것을 듣고, 좋은 말씀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것처람 제가 이런 얘기를 진짜 조심스럽게 얘기를 했더니....
저런 말을 하십니다..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물론 기독교인이라, 아니면 좋은 말씀을 많이 듣는다고 그 사람들이 모두 그들의 인생에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건 압니다.
그러나..후....
아...진짜...너무 화가 나서.엄마의 그 태도가 너무 화가 났어요.
저도 제 얘기를 하는지라, 엄마의 말과, 표정,행동,에 감정적으로 언성이 높아지긴 했습니다..
엄마는 본인 이야기를 하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말씀 잘하십니다...눈물도 보일 때도 있고, 아니 과거 얘기하면 눈물을 항상 흘리시는 것 같아요.
마지막은 항상, 우릴 괴롭힌 그런 사람들은 다 끝이 좋지 않지 않으냐며, 우리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누굴 속이지 않고 그저 그래도 소위 말해 "존버정신" 으로 잘 버티고 살아왔으니, 현재 우리가 평안하게 사는 것이야. 그러면서 마지막은, 지금은 지금이야! 지금은 잘 살고 있으니까,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살자~!! 하면서..
불란이 있을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도 엄마에게 제 입장, 나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엄마가 저의 마음을 말로나마 잘, 받아주시길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야 제 마음이 좀 누그러들고 정리가 될 것 같아서요.
제가 예상한 좋은 시나리오는, (엄마가 이렇게 말씀해주셨다면 좋았을거에요) ---> "아.... 너도 너 나름대로 힘들었었구나...엄마가 그 마음은 잘 몰랐었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데 열중하다 보니 자식들인 너희 생각을 하지 못했다...미안하다.. " 뭐 이런 부류의 엄마의 반응을 기대했었거든요?
물론, 엄마가 실제로 내보인 태도도 예상했고요. 약간 7:3으로, 물론 3이 엄마가 내 이야기를 이해하고, 수긍해주고, 들어주는 쪽이었죠.
엄마는 100이면 100, 예전과 똑같았어요.
엄마의 그 태도. 내가 엄마·아빠 얘기를 잘 들어주고 비유 맞춰주고..본인 얘기할 때는 제가 정말 충분히, "엄마를 이해한다.." 하는 느낌으로 잘 들었거든요. 또 너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이성적으로 들으면서, 그 상황을 생각하려고 했고.....그랬는데..
제 얘기를, 엄마 눈치 보고, 상황보고 조심스럽게 전달하니 엄마는 그저 그건.. 생각하기 싫은 꿀꿀한 과거 이야기. 너는 왜 그 과거에 사로잡혀 살고 있느냐면서.. 너는 네가 완벽주의성향이 있어서 과거에 매여있는 걸 수도 있다고. 너는 왜 그렇게 사냐고. 그냥 힘들면 그 생각 안 하면 되지 않느냐고..., 네가 힘들면 뭘 힘들어!! 네 몸 건강하게 낳아줬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살아야지! 엄마한테 뭘 바래! 엄마도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내온 게 기적인데, 이런 내가 자식한테까지 사과하고 내가 그래야 하니???? -------------- 엄마의 이런 태도는.....정말 오만 정이 떨어지게 합니다.....예나 지금이나...
역시..엄마랑 우리 집은 변함이 없구나...
역시 내가 틀렸어.
내가 엄마가 변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역시 아니었어. 라는 결론으로 치닫게 됩니다.
엄마는 "아집" 이라는 말을 좋은 뜻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남의 말은 안듣고, 자기주장만 하는, 앞뒤 안 가리는 그런 것을 "아집" 있는 거라고 하는데...자기가 이 "아집" 있었으니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덧붙이자면 엄마는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잘못을 하지 않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중이다....라고생각합니다.
정말 노답....
정치 얘기는 어디 밖에 나가서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일단 엄마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너무 쉽지가 않네요.
엄마랑 아빠는, 그 엄마부대라고 하나요.. 그런 분들이십니다.
정말 싫습니다..
우리집은 왜 상식적이지 않을까......왜 우리는 남들 같은 가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엄마가 내 엄마라니...그 밑에서 자라온 나, 우리 언니...정신적으로 불안정한건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를 낳아준 내 부모이기에, 저도 엄마, 아빠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 엄마 아빠가 자랄 때, 제대로 된 후원을 못 받고 그렇기에 자식에게 베푸는, 교육에 힘쓰는, 이것저것 챙겨주고, 배우게 하려는 마음을 못 써준것이, 그럴 수도있다고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대화를 하고 나니,, 제게 엄마는 친근하지만, 진정으로 내 평생 내엄마를 사랑으로써 가까이하지 못했던 것이 어찌 보면 너무 당연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엄마를, 이런 내 부모를 등져버리게 되면 내가 죄스러우니, 우리 엄마, 아빠는 원래이래! 우리 가족은 원래이랬어! 괜찮아!
하는 마음으로 지내왔었는데(정신승리의 일종같은.) ... 그렇지 않은 가족들이 많더라고요..
대부분은 자식에게 희생하고 하는게 부모님 모습인 것 같은데요. 이것은 저의 착각인가요? 제가 좋은 가족예를 들어 생각하는건가요? ,,
우리도 그런(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은 꼭 한번씩 하게됩니다.
(부모의 희생을 바라는 게 아니라, 대부분 다른 부모님은 자식 교육에 힘쓰고,,,그러시는 분들이 많으시니,...)
부모에게 완벽함을 바라는 것은 아닌데, 그저 지나간 과거를 남일처람 휙, 생각 안 할 수 없는 저이기 떄문에, 엄마에게
이런마음을, 내가 갖고 있다. 생각해 왔었다는 것을 알렸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너의 결정이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과거에 메여 살지 말라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창창한데, 왜 네가 과거게 메여 그렇게 우울증이니 뭐니 그러고 앉아있느냐고....하는게 ........ㅜㅜ...
저는 그냥 자식으로서 최소한의 도리 만 하고싶습니다.
뭐 살가운 척 부대끼고 싶지 않아요. 이건 오늘대화로 더 확실해 졌어요.
엄마와 마음을 나눌 시간을 갖는다거나 그러지 않고 싶어요.
놀러 온다고 해도 본가로 오지 않고, 그냥 호텔잡고 지내고..
본가 라는 개념이 아예 사라지게되는 .
이렇게 생전에 엄마랑 마음의 담쌓고 하면 나중에 돌아가시고 후회하니, 부모님 건강하고 살아계실 때 잘 해드려...라는 말 많이들 하시는 것 같은데...나는...나는 내가 엄마 옆에 가서 내 마음을 내비치면 내가 생채기가 나고 상처를 열어 보여주면 안에 천일염 고운 것, 김장용 소금 (딱딱한 큰 결정의 소금)을 막 쳐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엄마라는 사람을 제가 감정적으로 의지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 못하겠어요.
너무 두려워요. 이 마음은 지금 방금 든 게 아니고, 제 평생에 엄마를 친근하게 대했지만, 가슴으로 마음으로 사랑으로 엄마를 의지하지 않았어요. 나를 사랑으로 보듬어주겠다는 보호자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할까요...? 그냥 부모, 보호자 말고...마음으로 보듬어주는. 이런 부분은 제가 너무 큰, 완벽한 엄마 상을 엄마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인지요?
엄마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죄스럽지만, 그 곁에 가면 내가 다치는 꼴이 되니까 그렇게 하기 싫네요.
엄마 영정 앞에서 후회하더라도..
집에온지 10홀 만에 엄마와의 대화 속에 엄마의 말과, 행동, 표정.. 익숙한 모습이지만 또 전혀 익숙해지지 않은 그 태도.
엄마는 인격이 몇 개 있는거 아니냐고, 왜 이럴 때 다르고, 저럴 때 다르고 그러냐고 그랬더니
"인격은 무슨 인격이야 엄마가!!, 엄마가 인격이 뭐!! 엄마가 인격이 뭐 있어!!?" 하는 투.. 인격이라는 말뜻을 모르는 것인지..말꼬리 잡는.
정말 1:1로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를 해보니.....
다시 한 번, 내가 틀리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이 가족은 역시 틀렸다.
엄마를 안쓰러운 마음으로 생각했었는데,
역시는 역시야..
하는 식으로.
엄마와의 마음의 격차, 절대 좁아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답일까요?
너무 답답해요.
눈물을 한바탕 쏟고, 내 입장을 얘기한 것만으로도 저는 저의 목적(내 얘기 공유)을 달성한 것 같긴 하지만, 엄마의 이 반응과 우리 대화의 흐름은 ..... 또 제자리로 돌아가진 것 같은, 다시 한 번 엄마는 말이 안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같습니다.
제가 엄마에게, 나를 이해해달라고 강요하고 있는 건가요?
그냥 포기하고, 그냥 내가 엄마를 감싸 안아야 할까요?
나의 현재가, 과거의 그런 여러 일로 인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잘 자라오지 못한 나의 모습을 불쌍히 여기는 자기연민 하는 것일까요?
그냥 엄마, 아빠 탓하자고 한 얘기가 아니었는데,
엄마의 그런 태도가 제가 억눌러온 원망 을 훅 끌어오르게 한 것 같아요.
엄마와의 갈등, 그저 제가 딸이니까 받아들여야할까요.....
답답하네요..휴..
어머니/아버지를 억지로 안으려 하지마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귀중에 하나는, "자식은 부모의 부모가 될수 없다" 라는 글 입니다.
불효를 하라는것이 아니라, 30s 님이 감정적으로 다치시지 않는 선까지만 대하세요.
괜찮아요. 부모와 자식 사이라고 무조건적으로 좋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족도 또 하나의 인간관계 일 뿐이에요.
좋을때도 있고, 나쁠때도있고. 귀찮을때도있고.
즉, 감정소모가 점점 커진다면, 선을 그어주는것도 하나의 방법 인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된, 독립이 확실히 된 자녀가 부모님에게 많은 이해를 바라는것도 본인을 더 힘들게 하는것 같아요.
괜찮아요.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아무도 그대를 탓하지 않을꺼 에요.
본인이 소소하게 행복할수있는 일들로 오늘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