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지금 치는 손가락이 조금 떨립니다.
이번 책은 유달리 마치 첫 책을 낸 양 긴장되고 떨립니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이것이 자전적 자기고백적 에세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의 치부를, 나의 취약함을 다 드러냈으니 과연 사랑이나 인정을 떠나 나를 이해해줄까, 하는 소심한 불안감.
저라는 사람을 이룬 성장담, 지금까지의 삶과 사랑, 일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아이였지만 끊임없이 현실에 부딪치며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갔던 어린 시절, 참 많이 차였던 연애, 몸이 아파 회사를 못 다니게 되어 차선책으로 선택한 프리랜서의 삶. 자기연민으로 비추어질까 고민하면서도 그래도 담담히 제가 스스로를 관조하면서 쓸 수 있는 글을 썼습니다. 이젠 아우 몰라요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처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보편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각자의 개별적인 상처를 떠안고 살아가지요. 그것은 적어도 각자에게 “나라는 여자를 더 정직하고 선명하게” 만드는 효용이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츠쿠루와 순례의 해>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은 조화로움만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엮여 있다."
이 책을 매개로 우리가 조금은 덜 외로워지고 조금씩 더 씩씩해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임경선 드림.
이번달 통장잔금이 달랑달랑 하나, 저도 어제 책 주문과 입금까지 마쳤어요.. 경선언니 글을 읽고 저도 조금이나마 제 상처가 치유될 수 있기를...^^
글쓰기 뿐만 아니라 여러 수단을 활용해 이야길 풀어내다보면 그 표현수단을 활용해 이야길 하고 있는 내 존재에 집중하기보단 다른 이들의 반응에 휘둘려 화려해 보이는 표현법이나 가십거리 따위에 빠져들기 쉬운거 같은데, 작가님의 글들은 존재감이 분명하면서도 읽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쓴 표현들로 짜여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다른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우리 생각을 전해 줄 수 있을지.
부러움 조금, 그리고 신간 축하인사 한가득 남겨두고 갑니다.
빨리 서점에서 사 봐야겠네요.
작가님의 역서가 일본에서 출간되는 그날을 꿈꿔보며 이만 줄입니다.^^
작가님의 책을 모두 읽어 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 가끔 전해오시는 출간 소식을 접하다 보면
왠지 좋아하는 영화배우의 필모그래피 같다는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하나같이 이력서 같아보이기만 하는 다른 작가님들의 출간목록들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걸 보면 제가 그동안 러패에서 많은 걸 얻어가긴 했나봐요.ㅎㅎ
임경선을 만난 건 2년 전 가을 무렵이다. 구김이 간 셔츠에 대충 쓸어 넘긴 머리카락, 화장기 없는 흰 얼굴의 임경선과 유명 칼럼니스트,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의 '캣우먼' 임경선 사이에는 커다란 강이 흘렀다. 심지어 말문을 열자 강물이 더 불어났다. 그녀는 수줍은 얼굴로 너무 직설적인 이야기들을 건네왔다. 예컨대 "내가 왜 좋아?"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나라는 여자>에 대한 소감도 첫인상과 비슷하다. 다른 건 됐고 그냥 그녀의 솔직함에 항복하고 싶어진다. 그녀의 가장 큰 자산은 자신의 마음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할 자유를 스스로에게 준다는 것이다. 임경선의 신간 <나라는 여자>는, 과거를 길어 올려 자신의 상처와 결핍에 대해 이야기는 자전적 에세이집이다. 그러나 상처와 결핍에 대해 떠드는 책 특유의 의미가 심장만한 정신승리 같은 건 이 책에 없다. 상처란 애초부터 이겨내는 게 아니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극복해야 할 어떤 것이라는 관점에는 이미 자기부정이 깔려 있으니까.
그럼 우린 어떻게 우리의 상처와 결핍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그녀가 자신의 상처와 결핍을 능동적으로 끌어안고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써 이제 그것을 무리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라 여긴다. <상처와 결핍이 사람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오히려 사람을 정직하고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고 말하는 그녀 덕분에 흉이라 생각하며 움츠러들고 있던 다시 기지개를 켤 힘을 얻는다.
그녀가 말한다. 상처는 나뿐 아니라 타인의 정수를 이해하게 해주는 교차로 같은 것이라고.
PAPER 북리뷰
책 읽기 전엔 설렜고 읽으면서는 좀 행복했어요.
오와! 이 봄날에 읽을 책이 생겼네요. 출간 축하드려요. 잘 읽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