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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5,827

생강이 있는 풍경

조회 2030 추천 0 2002.09.14 16: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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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전이었던가....

요리에 쓰려고 사 두었던 생강 서너개가 있었는데....
싱크대 밑에 두고 잊어 버리고 말았읍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보니 삐죽 싹이 돋아 있더군요...

요리를 할려고 샀을 때는 분명 토막을 낼려는 심성이었는데...
막상 삐죽 곧게 뻗으려고 하는 싹순을 보니...
그만...칼을 못 대겠더군요...

오래 전 국민학교 때에 유리잔에 물을 가득 부어 그리고 양파를 꽂아
위로 위로 솟는 초록 대롱을 보신 적이 있죠...

저는 커피잔 받침(접시)에 그 생강들을 올려 놓고...
조금 물을 머금게 했죠...

싱크대에 올려 놓았는지라 햇빛이 있는 줄도 모르고...
바람이 신선한지도 모를 터인데....

곱게 곱게 자라더군요...

사실 제가 사는 집이 2층집에 윗층은 주인집인데....

양 옆...그리고 뒷 쪽이 모두 찰싹 붙은 집들이 있는지라...
대낮이라도 햇빛이 안 들어 온답니다....

참....햇빛을 안겨 주고 싶은데....곤란하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침실 침대 옆 창문을 열면...
바로 붙은 집 사이에 좀 낮은 담벼락이 있답니다...

그 생강들을 하이얀 커피잔에 넣어 그리고 언제나 커피가
찰랑 될 정도로 담았던 그대로 깨끗한 물을 담아....

그 담 위에 살짝 올려 놓았답니다...

왜냐면요...

먼저 저는 새로 세상을 아는 그 생강 새순에게
그래도 구비구비 흐르는 바람소리를 가르쳐 주고 싶었고요....

오후 네 다섯 시....날씨가 화창하면 어김없이 내리 깔려
그 후비진 곳....담까지 들어오는 햇살의 눈부심도 가르쳐
주고 싶었읍니다....

아마 코를 간지러피우는 바람과 눈을 부시게 하는 햇살에...
두 눈을 찡긋이 가느라하게 감고.....그리고 입은 조금 삐죽 오무리며...
두 눈과 입에 코를 향해 몰리 듯이 웃는 모습이 상상이 갑니다...

항상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마음이 저를 조금은 피곤하게
하지만....뭔가가 나를 새롭게 하는 그런 기분 있죠....!!

요샌 키가 부쩍 자라 한 뺨정도 되었지요...
뭐라할까...어렸을 때..보았던 길 가장자리에 심겨져 있던...
옥수수와 비슷하 던 걸요...

아주 얼마 전엔....
여기 태풍이 왔답니다...

정말 가게 간판이 날라 갈 것 같은 바람이었지요....

얼마나 놀랐을까요....

아직은 알맞은 보금자리인 커피잔과 함께....
저의 집 비디오 레코더에 올려 놓았답니다.....

오늘은 정말 화창하군요...

아마 바람과 햇살이 놀자고 하는 소리에.....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겠죠...

오늘...집에 돌아가면....
다시 그 담벼락 위에 올려 놓아야겠읍니다....


PS

약 2년 반 전에 모인터넷 동호회에 이 글을 써서 올렸지요,,,,

그랬더니,,,어느 이가 <생강이 있는 풍경>이라고
제목을 붙여주더군요,,,,,

우리는 박한 세상사에 맘이 모질게 되더라도
하루에 5분이더라도 맘이 순해질 때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 순간을 놓지 말구,,,
그 기억을 세심하게 관찰하구 느끼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가 있다면,,,,
감성이 메마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멋진 토요일 밤 보내세요,,,,,,



---- 별무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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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커피,브루클린 라가, 새뮤엘아담스, 반딧불, 숲, 허드슨강, 스시, 네즈, 홍고산쵸메, 이노카시라센, 시모키타자와, 클로스터, 테너플라이, 팔리사이드팍, Upper Nyack, 포르쉐, 정승호, FM 106.70, 클래식, 그리고 용서, 관대, 포용, 그리고 자연

엮인글 :
http://catwoman.pe.kr/xe/index.php?document_srl=146622&act=trackback&key=dfc


모모

2002.09.14 21:54:57

좋은 글이군요.

love_holic

2002.09.15 01:22:41

예전에 양파가지고 자주 그렇게 했었는데...^^

bada

2002.09.15 16:12:46

어느새 이 사이트에 익숙한 닉이 되셨군요. 좋은 글 많이 올려놔주셔서.. 잘 읽고 있답니다. 얼마 있지 않아.. 제 개인적인 멜을 받아보시게 될 것 같군요. ^^

사월

2002.09.16 10:26:00

^^
별무덤님 글 재미있습니다.
별들의 고향이라는 영화 원제가 별들의 무덤이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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