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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5,761

술 예찬

조회 2426 추천 0 2002.09.16 16:23:01
술이 좋다...

술이 좋은 만큼 겨울도 좋다....

추운 겨울.....
맑은 잔에 깨끗한 소주를 담아
입에 탁 털어 넣는 맛은 그만이다......

소주맛에 다가오는 느낌은 후련함이다...

뒷끝이 깨끗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조그만 잔 안에 담겨있는 소주를 보고있노라면...
세상사 이리 도도하게 살았으면 하는
애원이 나온다...

차디찬 소주도 좋지만...
따뜻한 정종도 좋다....

소주잔보다 좀 큰 유리잔을 통해
내 손가락으로 전해 오는 온기야말로.....
온정이고 인간미가 아니겠는가....

투명한 잔에 마시는 것도 좋지만
묵직한 사발에 들이키는 툰탁한 동동주도 좋다...

허연 동동주를 새끼 손가락으로 둥그렇게 휘저어
쭈욱 들이키는 맛이란.....

세상사 모두 잡지표지처럼 통속하다는데...
투박한 사발처럼 고상하지 않으면 어떠하랴....

머얼건 동동주도 좋지만....
허연 거품이 올라오는 생맥주도 좋다...

팔에 전해오는 딱 알맞는 무게감으로
윗입술에 차가운 거품을 묻혀가며
마시는 느낌이 좋다.....

탁 코를 쏘는 생맥주도 좋지만....
손바닥에 착 달라붙는 병맥주도 좋다....

병맥주의 묘미는 유리잔에 따라마시는 것이다...
얄밉지도 않으면서 조금은 둔한 곡선을 그린 유리잔에
하이얀 거품을 위로 하며 올라오는 옅은 맥주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만사 다 편하다...

때로는 형광등 불빛을 맞아
병에서 내보이는 맥주선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것이 다 그러려니 하면 위안을 갖는다...

추운 겨울 날...
장작불을 곁에 두고....
호호 입김으로 손을 녹여가며 길가에 쭈구려 앉아
깨끗한 술을 마시는 것도 좋다.....

온 벽을 누렇게 바랜 신문지로 도배가 되어있어도....
안주야 그냥 계란말이어도....

큰 소리를 웃게끔 유머를 부릴줄 아는 이랑 함께면...
무엇이 불평이겠는가...

맛나는 맥주는 분위기나는 곳에서 마시고 싶다...
창가에 앉아 내려다 보며 연인들의 다정함도 세어보고...

그러나 바람소리가 눈에 거슬리면...
푹 내려앉은 지하가 좋다...

따끈한 난로를 좀 멀리하고...
먼 옛날 이쁜 추억을 안고 보았던...
소설내용을 그리며 맥주에 취하는 것도 좋다...

술은 여럿이 마시는 것도 좋지만
영 마음 맞는 사람없으면...
차라리 혼자가 좋다...

신문기사 하나하나 눈여겨 보면서.....
티이브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돌려가면서...
마시는 것이다...

내가 따분한 눈으로 보든.....
졸려 꾸벅 고개를 떨구어도 내 맘 아니겠는가...

술맛은 기분이 좋아 콧노래가 나올 때가 제일이지만...
어디 세상사 그런 날이 얼마 되겠는가...

차갑든 따스하든 내 몸으로 들어간 술이...
어느새 내 기분이 되어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적당하게 마시는 것이 주도이겠지만...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는 것도 좋다....

세상사 잊고 싶은 것이 산이고 바다인데........
밤잠으로만 족하겠는가....

몸이 흐트러져 발길이 흐트러져도 좋다...
항상 경직되어 근육이 굳어 있는 관절 마디마디를
이럴 때 풀지 언제 풀겠는가...

75리터 뿌연 쓰레기봉투에 차곡차곡 빈 맥주캔이
채워질 때의 그 뿌듯함이란....
통장에 돈 얼마 있다고 찍혀 있는 숫자에 비기겠는가...

때로는... 빈 맥주캔을 다섯 손가락으로 꾹 눌러....
삭힌 분한 마음 토해도 좋다...

역시 술에는 담배연기가 따른다....
후하고 내뿜는 허연 연기가 공기를 타고올라...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사 모두 그러려니 하며 사라진다...

술 드시다 산신령께서 오랜 만에 도심지에 내려와...
혹시나 나에게 소원이 뭔가라고 물었을 때...
내 콩팥 하나 간으로 바꾸어 달라 하겠다,,,,

---- 별무덤  ----
,

블랙커피,브루클린 라가, 새뮤엘아담스, 반딧불, 숲, 허드슨강, 스시, 네즈, 홍고산쵸메, 이노카시라센, 시모키타자와, 클로스터, 테너플라이, 팔리사이드팍, Upper Nyack, 포르쉐, 정승호, FM 106.70, 클래식, 그리고 용서, 관대, 포용, 그리고 자연

엮인글 :
http://catwoman.pe.kr/xe/index.php?document_srl=146741&act=trackback&key=3cc


고등어

2002.09.16 17:47:18

음..
이런글..위험합니다..
땡기는군요..술

월령

2002.09.16 19:25:19

나이가 들어갈수록 할수 없는 것이 많군요...
님의 애주설은 마치 순수한 어린시절의 자유를 보는거 같아요..^^

love_holic

2002.09.16 21:01:00

공감이 안 간다...슬프게도...ㅠ0ㅜ
알콜 분해 효소가 없는 것인지 와인 한 잔에도 취하는 홀릭은...-_- 이 글을 읽으면서도...우욱...쓰겠다...하는 생각만 드는군요.... 나도 술 맛좀 알아봤음...

dogwoman

2002.09.16 22:16:51

아~ 땡긴다.. 이제 겨우 월욜인데.. ㅜ_ㅠ

모모

2002.09.17 09:27:29

니콜라스 케이지의 "리빙 라스베가스"를 본 느낌인데..
아침부터 땡긴다... 꼴깍...

lookcat

2002.09.17 16:02:34

음..쩝쩝...안돼...이젠 담날 뼈가 쑤쇼...
그래두 몇잔 정돈...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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