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FILE
  • COLUMNS
  • FREETALK
  • BOOKS
  • SCHOOL
  • 회원가입
  • 아이디&패스워드 찾기
FREETALK
글 수 55,968

3년 전쯤 겪은 이별의 아픔을 지금까지 질질 끌고왔어요.

나름대로 극복했다고 생각하고 지낸지가 수개월인데

완전히 정리하지 못했었죠. 

시간이 지나고 마음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생각했지만, 

결국 완전히 자유로워지지는 못했어요. 

여전히 덤덤하지 못했고, 아팠어요. 

묻어두고 외면했을 뿐.. 


그래서 훌훌털어버리려 

조금전에 나름대로 의식을 치루었습니다. 


이별하고 너무 힘들었을 때 그 지옥같던 마음을 일기로 남겼었거든요.

쌍욕과 온갖 저주를 퍼붓는 말들을 적었다가, 또 모든 것을 수용하고 나를 향해 응원하는 이야기를 적었다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왔다갔다 하는 저의 마음에 따라,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넣은 감정의 쓰레기통이었죠. 일기장은.. 

노트 한권을 다 채우게될 줄은 몰랐어요.


마지막으로 일기를 쓴지 시간이 꽤 흐르고

한동안 일부러 일기장을 열어보지 않았었어요.

그 일기장 글들을 하나하나 읽을때면 그 당시의 상황과 감정들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마음이 울컥했거든요. 


이 일기장에는 그 당시의 제 마음과 상황들이 너무나 상세히 그려져있어서..

먼 훗날 아주아주 오래 시간이 흐르고 정말 아무렇지 않아졌을 때 다시 열어보게된다면 

'아, 이 때의 나는 이런 마음이었구나, 이렇게 많이 힘들어했구나, 이 시절의 나는 이랬구나' 

라는 것을 느끼며 '풋' 하고 웃어버리고, 소중히 간직하게 될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기록이나 흔적을 간직하는걸 좋아하거든요. 


그렇지만, 아직도 이렇게 마음이 홀가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일기장을 가지고 있는게 .. 과연 나에게 득이 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간직하고 싶지만, 간직하면 계속 일기장을 의식하게되고, 잊지 못하게 될까봐요..

일기장에 의미 부여 할 필요도 없고, 그냥 물건일 뿐인데 말이죠..

 



이젠.. 마음 속에 있는 이 불편한 마음을 없애고 싶어서 .. 그냥 과거에 사랑했던 그 때를 제 인생의 점 하나로 그렇게 무던하게, 그냥 '그 때 많이 좋아했고, 사랑이 끝나면서 많이 아파했지.' 라고 생각하는 정도로,, 추억할 정도로만 기억하고 싶어요.

그에 대한 미움도, 증오도 모두 버리고 싶어요. 

그래서 일기장을 모두 찢었고, 쓰레기통에 넣었어요. 

제 손을 떠나는 순간 마법처럼 짠 하고 머릿속이 깨끗해지고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일기장을 더이상 열어볼 수 없다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제 기억은 흐릿해지고, 감정은 사라져버리겠죠. 



일기장 버리는것

별것 아닌건데,,

그냥 물건을 버리는 것 뿐인데..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었는지 몰라요.



이 일을 하고 나니, 조금 용기가 나요. 잊을 수 있겠구나. 무덤덤해 질 수 있겠다. 아무렇지 않아질 수 있다. 


이젠 더 나은 나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될거에요..




만만새

2020.05.30 20:58:14

점.하나로 남기고 싶다..이말이 굉장히 마음에 와닿네요.. 인생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담담히 살아가려는 모습을 찾으신것 같아서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고 하셨는데,,글이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건 이제 많이 털어 놓은 상태라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거겠지요..? 역시 기다림과 인내는 무엇을 하든 좋은 것인것 같네요 :)

badguy

2020.05.31 13:16:40

기록이나 흔적을 간직하길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일기장은 결코 별것 아닌게 아니죠. 굉장히 큰 일을 하신게 맞아요. 길어서 자르는 머리카락과 이별 후 자르는 머리카락이 다른것 처럼요. 분명히 그때의 기억을 좀 더 빠르게 잊는데 큰 도움이 될거예요.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떠올릴수 있는 기록이나 물체가 없다면 결국 기쁜 기억이든 슬픈 기억이든 더 쉽게 잊혀지니까요. 그리고, 이별의 아픔이 힘든만큼, 그걸 극복하시면서 더 성숙하게될거예요.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피해야하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더 잘 알게될테니까요. 이별로 아픈 사람보다 '아픈 사랑'을 겪어보지 못해서 그 느낌이 어떤건지 모르는 사람이 더 안타깝다는 점이 도움이 되시면 좋겠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장편소설 <가만히 부르는 이름>이 출간되었습니다 캣우먼 2020-09-28 2190  
공지 가수 요조씨와의 공저 에세이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가 출간되... file [3] 캣우먼 2019-11-01 17084  
공지 산문집 [다정한 구원]이 출간되었습니다. file 캣우먼 2019-05-30 17215 1
공지 자주 묻는 질문 / 문의하기 관리자 2013-08-14 382838 2
55933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새 2020-08-18 467  
55932 고깃집에 간 어느날 [5] 몽이누나 2020-08-18 699  
55931 5년이 지났습니다....저는 아직 제자리네요 [4] 둥기둥닥 2020-08-17 1049  
55930 청주에 사시는 분? [2] 난비밀이좋아 2020-08-16 640  
55929 내 여자라면 좋을 텐데 [2] 빙규 2020-08-12 1053  
55928 화를 내고 난뒤의 찝찝함. [2] 뾰로롱- 2020-08-12 661  
55927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내용 펑) [12] 닝겐 2020-08-12 1160  
55926 오랜만이에요. [1] 와이키키 2020-08-11 602  
55925 맛집장어 후기 [2] 십일월달력 2020-08-10 723  
55924 뜬금없는 고(해성사)민상담을 듣고난 후 드는 생각 [2] 칼맞은고등어 2020-08-08 855  
55923 안녕하세요 르피입니다 [2] 르피 2020-08-06 801  
55922 30대 중반 진로 고민.. [4] S* 2020-08-03 1318  
55921 짧은 후기와 비오는 월요일 [2] miiiiii 2020-08-03 742  
55920 비가 츄륵츄르륵 오네요 [2] 몽이누나 2020-08-03 701  
55919 이직하게 되었네요... [4] 만만새 2020-07-31 880  
55918 평일 낮 독서 모임? 캘리포니아 2020-07-28 791  
55917 30대의 소개팅... (내용 펑) [13] miiiiii 2020-07-27 1568  
55916 의지할 데가 없다는 사실에 너무 우울해져요 [9] JY.K 2020-07-26 1883  
55915 합의된 하룻밤 만남...그리고 그 후 감정... [13] 하늘이13 2020-07-20 1912  
55914 제가 선생님을 사랑하는 걸까요 동경하는 걸까요? [10] JY.K 2020-07-16 1325  
55913 성별바꾸기 앱* 만만새 2020-07-13 982  
55912 사장과 직원의 차이 칼맞은고등어 2020-07-11 1100  
55911 결혼 준비하고 있습니다 [1] 덤인 2020-07-08 1390  
55910 서울 아디오스! [5] 십일월달력 2020-07-07 1041  
55909 나의 무식함에 대하여 1편 :) [2] 또다른나 2020-07-06 1178  
55908 누군가 그랬다.사랑? [2] 만만새 2020-07-03 1053  
55907 제가 쪼잔할걸까요(내용 펑) [7] Nylon 2020-07-03 1135  
55906 우와.... 백만년 만에 들어와봐요. HoneyRose 2020-06-30 1097  
55905 연애고민 조언 부탁드려요! [3] 프로고민러 2020-06-30 1161  
55904 만나본적 없는분과의 마이너스로 시작된 관계.. [5] 콩이언니 2020-06-25 1391  
55903 서울러 분들 도와주세요..^,^ [8] 십일월달력 2020-06-24 1291  
55902 이별하고 새 연인을 만들기까지 [1] 오렌지향립밤 2020-06-19 1387  
55901 호감 있는 짝녀에게 [2] 타마 2020-06-18 1274  
55900 발신자정보 알 수 없음 [2] 툴립 2020-06-16 1112  
55899 뮤직 오디오북을 만들었어요, 구경해주세요. :) etoiles 2020-06-15 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