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집으로 내려가는 기차입니다.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푸릇푸릇하고요
쫄래쫄래 체력이 허락하는 대로 많은 곳을 가보고자 했어요.
그렇게 충만한 기분으로 여행(?)을 끝낸 지친 몸이,
기차에 실려 있습니다.
어? 혹시 덩치에 안 어울리게
핑크색 노트북 쓰고 있는 사람을 수서역에서 봤다고요?
네, 그거 저예요.
키 178 즈음으로 보이는 그거 저예요.
어.. 그 키는 아닌 것 같다고요?
어디 가서 속일만한 키는 아니잖아요?
그거 저 맞아요.
아까 잠깐 눈을 붙였을 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그래, 내 키는 178이지
그렇담 내가 가긴 행복이란 감정에도 키가 있다면 그건 얼마쯤일까?
대충 내 키와 똑같이 178이라 가정했어요.
그래, 내 행복의 키도 178이야
그럼 이번 서울에서 얼마쯤 자랐을까?
음.. 아마 2센티미터쯤..?
<최인아 책방>에서 1센티미터 안되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서 그림 선물을 받았을 때 1센티.
나머지는 <코블러>에서 조금.
쓰고 보니 사람이 아닌,
공간에서 내 행복의 키가 자랐었네요.
아, 2센티미터 자랐다고 무시할 수 없어요.
저는 여태껏 30 넘어 살아오며, 겨우 178만큼의 행복만 느껴온걸요.
겨우 3일 보낸 서울에서 2만큼 자란 건 대단한 겁니다.
그 키만큼 행복을 느끼게 해준
<최인아 책방>을 추천해 주신,
그리고 비록 가보진 못했지만 <윤경 돈까스>와 <티콜렉티브>를 추천해 주신
그 밖의 여러 마음들에 감사하단 말을 남기고 싶었어요.
최인아 책방은 특별히 정말 좋았는데
사실 공간 자체는 부산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책방이었어요.
다만 여행이 전해주는 낯섬과
아주 약간의 설렘, 기대감 같은 것.
그런 감정들이 오묘하게 뒤섞여 참 좋았던 공간으로 메김 되네요.
다른 좋은 곳들을 더 방문하고 싶었는데 아끼고 아껴 두었습니다. 쿄쿄
친구가 선물해준 그림은 <녹색광선>이라는 영화를 보고
인상 깊었던 장면을 그린 그림이었어요.
그림 액자 선물로 받았지요. 쿄쿄
친구를 만난, 선릉역 스타벅스 리저브 앞의 커다랗고 투명한 창밖으로
분주한 사람들이 거리를 오다니는 풍경을 오래 바라봤어요.
그 일을 빼면 이 친구에게 계속해서
고맙다는 말만 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내가 책을 만들게 되면 그림을 그려 넣어 주겠다는
짧은 새끼손가락 약속도 친구에게서 받아냈지요
어제 급하게 간 종로의 <코블러>는 얼마나 좋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을래요.
그 '좋음'이란 오롯이 내가 느끼는 감정이니까.
나만 알면 됐어요.
영화 '소공녀'에서 주인공 이솜이 앉아 있던 자리엔
앉아볼 기회가 없었지만
저는 영화 속, 그 주인공이 금방 여길 다녀갔었다고 생각하며 김렛을 홀짝였어요.
누군가 영화 속 여주인공을 이렇게 표현했었어요.
'안 힘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미소같은 사람은 더더욱 없다.
나의 불편보다 먼저 타인의 불편에 신경을 기울이는 사람이 미소였다.
우리는 그들을 타인이라 하지만 미소는 그들을 자신의 가족이라 믿었고,
돌아서도 아픔 많은 가족이었다.
원래 도움을 청하는 것도,
청하는 이 입장에서도 엄청난 신뢰와 상대방에 대한 확신이 대단해야 하는 건데
그 친구들은 몰랐던 걸까 아니면 좀 더 본인들의 불편에 솔직했던 걸까.'
제겐 정말 좋은 영화였고 좋았던 서울이었어요.
오늘은 금요일이니까요.
<최인아 책방>에서 구매한 두 권의 책을 읽을 계획이에요.
서울 아디오스!
명동에서 남산길로 이어지는 소월로의 인도를 걷는 한 가족을 보며 이런생각을 한적이 있어요.'아이들은 자신의 키만큼 세상을 보고 어른들은 자신의 생각만큼 세상을 본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아직 성장판이 닫히기 전이고 어른들은 이미 육체적 성장이 끝나고 정신적 성장만이 남아 있다면 남아있다고 해야할까. 그래서였던것같아요. 그런데 십일월달력님의 행복의 키가 2센치나 자랐다니..ㅎㅎ 같이 기쁜데요! 소공녀를 볼 꼭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어요. 안그럼 저 말뜻을 잘 모를것같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