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FILE
  • COLUMNS
  • FREETALK
  • BOOKS
  • SCHOOL
  • 회원가입
  • 아이디&패스워드 찾기
FREETALK
글 수 55,588

헛간을 태우다.

조회 573 추천 0 2018.09.03 21:12:20
 지난 토요일 교보문고에 들렀다. 주차장에 낑낑대며 주차를 하고, 교보문고에 들어간다. 가서 생산관리와 물류쪽 책을 보다가 문득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닝을 보고 난 뒤, 헛간을 태우다를 읽지 않았기에 찜찜한 마음을 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책의 위치를 잘 찾지 못해, 서점 직원의 도움을 받아 책을 들어서 본다. 1대 100 촬영때 조승연 작가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한국사람들은 책을 사자마자 책 페이지 수를 확인 합니다.' 이 기억이 난 것은 사실 페이지 수를 확인 한 뒤였다. 한 30페이지도 되지 않는 아주 짤막한 단편이였다. 책을 읽어 내려 간다.

 버닝에서는 종수가 헛간을 태우다 라는 것을 벤이 해미를 죽인 것으로 해석해서 벤을 죽였다. 음.. 그럴 수도 있겠다. 그의 말 속에는 뭔가 중의적인 표현이 가득했고 정황상으로도 맞다. 하지만 벤이 해미를 죽인 것이 아니라면? 이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소설에서는 그녀가 사라져도 주인공은 종수처럼 바쁘게 찾아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단편 소설이 주는 상상력에서 기인한 이창동 감독의 생각으로 보면 되려나.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은 실재의 차이이다. 헛간을 태우다에서 주인공은 불에 타 없어지는 헛간만을 생각하지만, 버닝의 종수는 실재를 바라본다. 어떻게 보면 종수가 하루키의 실체에 더 가깝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 '몸으로 느끼고 글로 쓴다.'는 하루키의 말처럼 하루키의 책에 유독 섹스라는 원초적 운동이 자주 등장 하는 것도 사실이고...사실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동물의 번식 행위로만 생각 한다면 좋게 말하면 쿨내음이고, 꼬아서 말하면 인간 존재에 대한 허무함이려나..

 헛간이라는 것이 과거를 태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자신의 지우고 싶은 과거를 2달에 한번씩 태운다. 그러면 과거를 왜 태우는가 라는 질문도 나온다.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어서가 아닐까? 라고 답해본다. 인셉션에서 '평생을 후회로 가득 찬 채 인생을 보낼 것인가 '라는 사이토의 말이 떠오른다. 평생을 후회로 가득 채운 채 인생을 보낼 것인가.. 나는 인생을 후회하지 않고 살기 위해 아둥바둥 살았다. 언제 갚을까 막막했던 학자금을 다 갚고, 20살 이후로 첫 등록금 이후는 내가 다 부담했다. 솔직히 힘들었던 타지에서의 대학생활을 지내면서도 후회라는 것을 하지 않기위해 살았다. 고등학교때 abc도 잘 몰랐던 내가 영어로 대화도 하고, 이메일도 간단하게 쓰고... 이럴 정도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내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보냈던 시간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번 더 잡았어야 될 2010년의 겨울과 내가 힘들어 떠나보낸 2014년의 겨울.. 이런 후회가 쌓이고 나니 후회가 든다. 후회속에 살고 싶지는 않지만, 왜 그때 한번 더 생각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헛간을 태우다에서의 주인공은 이런 기억들을 지우고자 두달에 한번씩 일탈을 하는건 아닐까? .. 흠.. 잘 모르겠다. 

 ps. 어쩌면 홍상수 영화의 주인공처럼 뻔뻔해질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조금 덜 생각하고 계획하지 않았더라면 하는..우연의 연속이자, 시간이 흐를수록 세부적인 사항은 끊임없이 상실되고 큰 덩어리만 남는 우리 인생의 기억처럼 그냥 아무 생각없이 뻔뻔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이기주의자

2018.09.04 00:32:37

하루키에 홍상수라니 낭만적인 분이신듯

뜬뜬우왕

2018.09.04 10:32:42

1대100 참가하신건가요? 누군간 1대100매니아여서 불굴의 의지로 몇번이나 참가하더라구요. ㅎ

예쁘리아

2018.09.04 13:53:56

네 저번주 나오고 이번주 나와요. ㅎㅎ 오늘 방송 되겠네요. 

스캣

2018.09.05 04:16:56

이번주 일요일에 홍대쪽에서 무비톡 하는데 나오실래여?^^

"헛간을 태우다(무라카미 하루키)" + "버닝(이창동)"
ref. 헛간 불태우다(윌리엄 포크너)

예쁘리아

2018.09.05 09:31:38

정말 가고싶은데 하필이면 이번주에 제주도로 여행 가요.. 다음 기회 있으면 연락 주세용! 

스캣

2018.09.19 06:07:34

9월 29일 버닝 정모합니다. 서울사시는 거 같아서 좀 멀긴하겠지만, 관심있으시면 오세요^^
http://somoim.friendscube.com/g/8bdf2af0-b688-11e8-a51d-0aecfc3c4c84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캣우먼>오늘 오후 2시에 네이버 생중계 LIVE합니다. 캣우먼 2018-12-06 731  
공지 소설집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출간되었어요! file [2] 캣우먼 2018-09-04 1537  
공지 에세이 <교토에 다녀왔습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file [1] 캣우먼 2017-08-31 13823 1
공지 에세이<자유로울 것>이 출간되었습니다- file [6] 캣우먼 2017-01-23 47158 3
공지 여행서 <임경선의 도쿄>가 출간되었습니다!! file [12] 캣우먼 2016-04-07 85146 5
공지 장편소설 <나의 남자>가 3월 1일에 출간되었습니다. file [12] 캣우먼 2016-02-29 89991 4
공지 에세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이 10월20일에 출간되었습니다 : ) file [5] 캣우먼 2015-10-19 108070 2
공지 산문 [태도에 관하여]가 3월30일 출간됩니다. file [15] 캣우먼 2015-03-27 129269 2
공지 장편소설 [기억해줘]가 출간되었습니다 : ) file [11] 캣우먼 2014-10-14 221060 2
공지 자주 묻는 질문 / 문의하기 관리자 2013-08-14 356725 2
공지 산문집 [나라는 여자]가 나왔습니다. file [40] 캣우먼 2013-04-16 383220 10
55518 연애 상대 어디서 만나셨어요??? [6] 넬로 2019-02-04 775  
55517 외모는 자영업자에 직업은 회사원 만만새 2019-02-04 176  
55516 여자분들ㅡ 쓰는 쿠션 공유해 보실래요? [5] pass2017 2019-02-04 436  
55515 남사친 [2] freshgirl 2019-02-03 263  
55514 이 남자 도대체 심리가 뭘까요 ? [11] silvermoon1 2019-02-03 532  
55513 남자친구와의 1주년 선물 [13] 하림윤 2019-02-03 528  
55512 남성미 만만새 2019-02-03 143  
55511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에 대한 실망감 [6] 플립 2019-02-03 483  
55510 에휴, 니네 맘대로 해. [2] 여자 2019-02-03 299  
55509 난 계속 갈거당 만만새 2019-02-02 149  
55508 옷장정리.. [1] 라영 2019-02-02 245  
55507 별자리처럼~ 만만새 2019-02-01 131  
55506 [심리질문] 나는 당신이 그립지 않다. [13] 30's 2019-02-01 600  
55505 카메라녀 [1] 로즈마미 2019-02-01 247  
55504 재조산하 에서 자한당 No2 Quentum 2019-01-31 90  
55503 담백과 이글 그 어딘가 만만새 2019-01-31 113  
55502 고퀄 만평 [2] 로즈마미 2019-01-31 194  
55501 신혼인데 남편의 거짓말 때문에 이혼생각 [8] 신혼고민 2019-01-31 942  
55500 포카리스웨트 만만새 2019-01-30 146  
55499 이상형에 대해서 [6] 뻥튀기 2019-01-30 516  
55498 의미없는 주절주절 (나름의 스몰톡.) [8] 라영 2019-01-30 442  
55497 문전박대 인생 [4] 만만새 2019-01-30 361  
55496 좋은 사람 [2] kkmmz 2019-01-29 416  
55495 첫눈에 반한다는 것 만만새 2019-01-29 259  
55494 7살 연상한테 설레게 될지 몰랐어요 ㅎㅎㅎ [7] 고송이 2019-01-29 709  
55493 십년만에 생긴 최애 [8] 뻥튀기 2019-01-29 457  
55492 (진행형) 첫사랑을 떠나보내기기 너무 가슴 아프네요. [4] 외롭다 2019-01-29 285  
55491 이틀전 이별을 했어요. [11] 개념인 2019-01-29 542  
55490 이런 이유로도 결혼이 하고 싶어질수 있나요? [8] 만만새 2019-01-28 763  
55489 징크스 [1] dudu12 2019-01-28 146  
55488 보물찾기(feat.방탄소년단) 만만새 2019-01-28 99  
55487 국회공무원 퍼옴) 아 ㅅㅋ들 애들도 아니고... [2] 로즈마미 2019-01-28 230  
55486 아라찌~~~~~~~~~~? [2] 몽이누나 2019-01-28 242  
55485 남자가 묵혀둔 여자를 다시 찾는건? [3] 만만새 2019-01-27 614  
55484 남자친구의 섭섭한 말 [11] 오렌지향립밤 2019-01-27 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