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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5,034

고통에 취약함

조회 980 추천 0 2017.11.13 14:41:02

나는 고통에 대해 두가지 상반된 태도를 가지고 있다.

 

신체적 고통에는 둔감하거나 외면하려고 노력한다.

심리적 고통에는 아주 작은 고통에도 예민하게 눈치채며

            지금 많은 연습과 훈련을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남들의 힘들게 견뎌내는 고통에 항상 힘들게 견뎌내다가 항복을 하거나

            도망가는 입장을 취해왔다.

 

 

신체적 고통에 둔감한 사례

발바닥 뼈 골절이 있었는데도 그냥 발을 많이 써서 아프겠거니

나이들어서 족저근막염이 있어서 아프겠거니...

하고 잘 견뎠다.(왜 잘 견디냐고?)

그러다가 통증의 역치를 넘어서서 일상 생활에 장애가 올 때가 되자

결국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나오는데...

들어갈 때는 둔감하고 멀쩡하게 걸어 들어가던 내가

나올 때는 아야 아야 하면서 한쪽 발을 절면서 나왔다.

 

그 몇 분 사이에

증상이 얼마나 악화되겠냐만..

심리적으로 인지하자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뭐 이런 예를 들면 끝이 없다.

 

그런 내가 심리적인 고통에는 엄청나게 예민하다.

이 부분은 내가 이해한다.

나는 어릴때부터 엄청나게 눈치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버려질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예쁨 받고 인정받을까?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민감해진 것은 당연했다.

남들의 고통에도 예민하고 내 고통에는 더 예민하고..

 

그러던 나는

어느 시점까지 둔감하게 신체적 고통을 외면하면서까지

내 몸을 마구 마구 극한까지 치닫게 하면서

(결국 병이 나버렸고)

결국 거기서 뛰쳐나오게 되는데

나온 이유는 신체적 힘듦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연애도 너무 고통스러워서 못했다.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받지 못할까봐 떠는 불안이 너무나 힘들어서

나는 사랑의 관계속에 나를 던지지 못했다.

 

지금도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직업 중에 하나를 내던졌다.

왜냐면 쉽고 재밌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이제 내가 중견 작가 위치가 되어 무게감 있는 것들을 작업해 내려면

따르는 고통이 너무나 커져버려서 그 무게가 즐거움을 기억을 잊게 해버렸기 때문이다.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그 공포감이 내가 몸의 통증을 외면하도록 만들었다는 아하가 오게 되었다.

두가지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것의

기저에 있는 것은 역시

고통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것

이었다.

 

하나는 더 유아적인 방어기제로 없다고 간주하면 못 느낄것이다. 라는 denial부정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도망가는 회피 avoidance였고

 

그랬었구나. 싶다.

 

고통은 나에겐 너무나 버거운 것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아는 고통이기 때문에

내가 감내하기 어려운 취약한 상황에서

겪어야 했던 고통은 나에게는 압도적인 것이고

그게 공포라는 판타지를 심어주고 나에게 트라우마로 몸에 남게 되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왔구나. 하는 ...

그런 이해가 온다.

 

이 글을 결론은 따로 없다.

내가 감내하기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고통의 근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은 더더욱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그것을 해야만 이 모든 상황에 걸려있는 마법같은 저주가

풀어질 것(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아는 것 같다.

 

고통에 대해서 조금 더 다가간다면

고통과 친구과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길을 가겠다.

라고 다짐한다.

 



뜬뜬우왕

2017.11.13 14:54:39

심리적 고통이 수술수준인 저는 이해가 되네요...

Waterfull

2017.11.13 14:56:15

그것 또한 이해가 되네 ㅠ.ㅜ

미상미상

2017.11.15 09:41:09

저도 좀 그런 편이라 인내심은 강한데(쓸데없는 것들) 과도하게 심리적으로 예민한 타입이거든요. 생활의 불편함이나 신체적인 고통에는 둔감하고 작은 신경전이나 상대의 반응에도 심장이 벌벌 떨릴만큼 두려워하는.

그리고 전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해서 어느 순간부터 시도 자체를 잘 안하게 된거 같아요. 시험도 직업도 심지어 연애나 결혼까지두요. 완벽하지 않을 바엔 아예 시작을 안해서 실패를 안하려는 바보같은 사람이 된거 같아요.


주말에 너무 힘든 일이 있어서 마음이 황폐해져 유튜브에서 심리관련 채널을 찾아봤는데 유명하신 스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남에게 상처받고 싫은 소리 듣기 싫어하고 하는건 우월감때문이라고. 내 자신이  저 길에 있는 풀 한포기같다고 생각하면 그럴 일이 없다구요. 그런데 저는 아직 그 경지에까지 갈 수는 없는거 같구요.


뭔가 길을 잃은 기분이에요^^

Waterfull

2017.11.15 10:05:49

그 경지까지 가는게 아주 긴 여정이죠. 그렇게 남이 하는 말을 듣고 쉽게 아하 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이미 속에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난 후에나 가능한 일이에요. 왜 나는 그 말이 좋은 것을 모르고 

듣고 나면 내가 이제까지 믿던 것들은 다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일까? 하면서 진공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

역시도 저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Waterfull

2017.11.15 10:13:26

상처를 피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왜 생겼고 왜 나는 이런 사람이 되었는가?에 대해서 제가 이른 지점은

내 부모가 나에게 상처주는 것을 서슴지 않았고 나는 어리고 취약할 때 그들에게 상처받기 너무나 쉬웠기 때문에

나를 지키기 위해 (아픈)감각으로부터 둔감하게, 고통에는 예민하여 더 큰 고통이 오기 전에 빨리 도망갈수 있도록 훈련시켰던 것 같다요.

어린 아이가 유일하게 이 가족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생각할 수 있는 일은 아마도 "나는 이 집의 아이가 아니라

다른 고귀하고 사랑이 넘치는 집의 아이인데 (왕자 공주같은) 뭔가 내가 알 수 없는 일로 인해 이곳에 왔나봐."라는 마음을 먹고

단지 이 가족들과의 시간이 내가 눈을 질끈 감고 참아내는 동안 지나가기를 기다렸던 것 같아요.

거기서 내가 이들보다 고귀하고 우월하니까 나는 이것을 참아낼수 있어. 하면서 나 자신을 영웅처럼 만들었던거죠.

그들에 대한 혐오감이 내가 우월하다고 믿어버림으로 정당화할 수 있고 또한 그 우월감 밑에는 이들에게서

받는 상처를 피해갈 수 없는 약함과 취약함이 있었던 것 같구요. 이건 제 얘기구요.

경험상 그런 무중력 상태 같은 상황에서 조금 버티다 보면 며칠 지나면 어떤 방향성이 짜잔하고 나타나더라구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게 참 신기해요. 미상님도 지금 심리적 아노미 상태에서 조금 더 버텨보면 뭔가 나타나겠지 않나 싶어요.


미상미상

2017.11.15 12:55:35

ㅠ.ㅠ 주말에 정신적 충격을 받는 일이 있어서 주절주절 댓글 올렸는데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피폐해진 얼굴만큼 마음 속이 너덜너덜해서 한조각 한조각 꿰어 맞추고 있어요. 그 와중에 나의 유치함과 우월감과 열등감을 파노라마로 느끼고 있어서 좀 많이 피곤한거 같아요.


어릴적에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당연한 반응인거 같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금씩 현실도피&이상향 모색을 하면서 이겨나가는게 아닌가 싶어요. 저에겐 매우 엄격한 양육자가 계셨지만 지금은 그런 시간들도 많이 이해하고 뭐 과정은 힘들었지만 조금씩 나아져가고 있다고(?)  저 밑바닥으로부터는 긍정적으로 생각중이에요. 여전히 극복이 안되고 어떤 지점에서는 울컥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요. 표면적으로는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저에 대한 불안감이나 방치같은 것은 앞으로 극복해야할 숙제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나리꽃

2017.11.15 13:28:21

하지만 나이를 먹고 그렇다는 거죠... 

전 뭐 쌩 하고 도망가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냥 그래요. 

Waterfull

2017.11.15 17:10:24

요즘은 백세 시대 라니까...

아직은 젊은 걸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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