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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5,687

합의 하에 헤어짐.

조회 1042 추천 0 2018.04.07 22:36:38
2년을 조금 넘게 만난 애인과 헤어졌어요.


원래 친구로 지내던 기간이 제법 길었어요. 한 7,8년? 그러다 감정이 싹터서 연인으로 만나기 시작했었고요.

기본적으로 참 선량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정의롭고, 바르고 건실한 사람.
무던하고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일도 적고요.

반면에 저는 굉장히 감정적이고 심적으로 연약한 부분이 있으면서 남들에게는 그걸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이상한 자존심이 있어요. 심지어 가족에게도. 괜한 걱정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그렇다 보니 연인으로부터의 감정적인 섬세한 보살핌이 너무 필요한 사람이거든요... 그 친구는 감정적으로 다소 무딘 부분이 있어서 제가 어떤 일로 마음이 힘들 때, 우울하고 절망적이어서 무엇도 하기 힘들 만큼 흔들릴 때 그걸 눈치조차 못 채는 일이 많았죠. 뭘 어쩔 줄을 몰라서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일도 많았고요.
반면에 그 친구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다소 섬세한 제가 말하지 않아도 캐치해내고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어했었는데.. 이게 서로 익숙해지다 보니 그 친구는 제가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록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잘 알아 주었는데" 하고 서운해하게 되고, 저는 저대로 왜 나만? 나만 모든 걸 알아주어야 하는데.. 하는 억울함이 생기고 자꾸 다툼이 생기게 되었어요.

같은 문제로 무던히 다투고 조율하려고 하지만 이게 원래의 성향이 그렇지 못한 그 친구는 힘들어하게 되고 저는 자꾸.. 감정적으로 목말라하게 되는 일이 반복되게 되어서. 서로 좋게 이야기 하고 연인 관계를 끝내기로 합의했어요. 저에겐 아무리 사랑해도 포기하고 살 수 있을 만한 문제가 아니었거든요.
우리가 오래 친구로 지내왔던 것 이상으로 좋은 친구가 되자고. 사랑했던 시간을 잘 정리하고 서로 사심 없이, 아무렇지 않게 서로의 연애까지 축복해줄 수 있는 사이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서로 얽힌 소중한 친구 지인들도 많아서 단번에 관계를 끊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해요.

사실 밉고 싫어서, 서로 끝을 보고 헤어진 게 아닌 이런 이별은 저도 처음이라서.. 자꾸 생각하고 반추하게 되어요. 그치만 누구 하나가 나빠서가 아니고 도저히 맞추기가 어려운 성향의 차이 때문이라 헤어지기로 한 선택 자체는 후회하지 않아요.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면, 포기할 수도 없다면.. 헤어져야만 하는 거잖아요.

이렇게.. 어쩔 수 없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문제로 헤어지게 되었을 때.. 어떻게 생각하는 편이 도움이 될지 조언을 구해요. 감정적인 미련은 당연히 있지만 이걸 잘 넘기고 잘 애도하여야 한단 거 알아요. 그 친구가 정말 좋은 잘 맞는 사람 만나기를 바라고 제가 그런 사람이 되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어쩔 수 없다는 거 알면서 많이 마음이 아프고 속이 상하네요.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하면 감정의 찌꺼기를 해소하고 이전처럼, 혹은 이전보다 더 좋은 친구로 남아 줄 수 있을까요?
저도, 그 친구도 감정을 잘 추스르고 친구로 남기를 원해요.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대학 시절 이성적 관심이 없을 때도 거의 베프? 처럼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서로 배울 점이 많은 친구라고 생각했으니까..

두서 없이 마구잡이로 써내려간 글이지만 러패 여러분의 조언을 바랍니다. 마음이 참.. 좋지 않아서요.


마제스티

2018.04.08 17:49:31

연인이었던 사이가 다시 친구로 돌아가긴 어렵지 않을까요? '친구'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간단하나, 예전처럼 절친한 느낌은 절대 안들겁니다. 그냥 그 관계는 흘러가는대로 놓아두시는게 어떨까요? 굳이 이리저리 원하는 방향으로 고쳐보려 하지 마시고요. 표면적으로야 모르겠으나 내면적으로는 피차 서로 끝난 관계니까요.

Waterfull

2018.04.08 18:34:57

짧지 않는 시간이었을텐데

안타깝네요.

서로에게 좋은 연인이기 위해 상대방을 게으르게 만든 면이

적잖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연인으로 남아있기 위해

타인에게 요구했어야 하는 것들을 요구하고

그것을 충족시켜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관계는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그냥 안 맞는게 맞는 것 같아요.

조금 서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시고 그리고 나서도

친구로 서로가 필요할 때 친구가 되는게 낫지 않나요?

오늘부터 요이땅 친구 컴백 이런 것도 부자연스럽고

웃기잖아요. 연인으로 남기 위해 조금은 더 부지런하게

상대방의 욕망을 들여다 봐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한 사람을

친구로 갑자기 신뢰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로로마

2018.04.09 08:54:58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해 주신 모든 말씀들이 다 맞네요. 너무 당장 제 욕심에 어떻게 하려고 하기보다는 조금 쉬고.. 어떻게 지내게 될지 모르는 다음 스텝을 기약해야 할 것 같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좋았던순간은늘잔인하다

2018.04.10 18:01:01

저두 합의하에 헤어졌어요

싸우지않고 헤어지니 미련없고 맘정리는 더 잘되는것같아요

일상의아름다움

2018.04.15 13:30:25

저도 합의하에 헤어진지 2주 정도 되었네요. 뭔가를 어떻게 하겠다는 마음보다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상대방에 대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본인의 일에 집중하면 아픈 마음이 좀 덜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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