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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5,032

전 평범한 가정에서 큰 굴곡없이 평범하게 자라왔습니다.

그래서 큰 고난이 닥칠 때 얼마나 힘들지 감각이 없었습니다.

근데 지금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네요.


수 년전에 정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습니다.

다들 그런얘기 하잖아요. 결혼할 사람은 느낌이 온다구요.

저에겐 그런 여자였고 서로 후회없이 사랑하며 연애했습니다.

사귄지 별로 안되서 그녀가 고백을 합니다. 

자기한테 지병이 있는데 고칠수 없는 병이라구요.

그 병에 대해 찾아보니

약은 평생먹어야 하지만 계속 아픈것도 아니고, 수명에 지장없고,

신약도 계속 출시되고, 치료제에 대한 얘기도 계속 나오고, 애기낳는데 문제 없고

그 병에 걸린 연예인도 별 무리없이 방송하고... 그래서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종종 아픈게 심해져서 1~2주가량 입원을 하긴했지만 그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이 결혼얘기를 오가며 그 병에 대해선 긍정적인 얘기밖에 안했어요.

그녀는 오히려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 식단관리가 힘들었다며

결혼하고나서 본인한테 맞게 알아서 식단조절하면 괜찮아 질거라고 했죠.

저도 그런얘기들을 들으며 지금보다 나아지면 더 나아졌지 안좋아질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부모님께 결혼얘기를 꺼내며 그녀의 병을 알게되셨을 때 굉장히 반대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동안 알고있던대로 크리 큰 병이 아니고

사는데 전혀 지장없다고 열심히 설득해서 겨우 승락 받았어요.

결혼을 몇 달 앞두고 그녀가 갑자기 전과 다르게 아프기 시작합니다.

입원하는 빈도가 많아지고 기간도 길어져서 결혼식 일주일도 안남긴 시점까지 계속 병원에 있었네요.

결혼식을 취소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힘들게 결혼식까지 마췄습니다.


근데 결혼하고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아프다가 병원가고, 입원하고 나아져서 퇴원하면 얼마안가서 다시 아프고를 3년정도 반복했네요.

퇴근하고 집에오면 아파서 누워있는 아내의 모습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정말 다행인점은 저희 부모님께선 저희부부에게 크게 신경 안쓰신겁니다.

한 동네에 살고계시지만 집에 오신건 한 번 밖에 없고 그냥 자식된 도리만 바라셨어요.

그덕에 아내가 그렇게 아프다는건 저희 부모님께는 감추고 살아왔습니다. 얼마 전까지는요.


언젠가 아내가 잠깐의 입원정도로는 해결 안될정도로 아팠고

그렇게 아픈몸으로 입원한지 반 년 정도 되어가네요. 점점 안좋아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많은 생각납니다.

저희 부모님에겐 도저히 감출수 없는 기간이라 중간에 입원사실을 알렸고

가끔씩 어머니하고 통화할땐 저희 부부상황이 상상되셔서 그런지 울먹이시면서 통화를 끝냅니다.


전 감정이 매말랐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인데, 혼자 있을 때 둘이 연애하던 시절 사진을 보면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대인기피증같은게 생겼는지 누굴 만나기도 꺼려지며 

인생 이대로 망친것같아 운전하다 크게 사고라도 나서 이세상 뜨고싶다는 어리석은 생각도 가끔 합니다.

근데 누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힘든시기를 보내는 아내 옆에선 밝은 모습만 보일려고 노력합니다.


가끔씩 올라오는 치료제에 대한 기사들도 좀 더 찾아보면 

20여년 전에도 그런기사들이 있다는게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네요. 그냥 희망고문입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좋으신 분이고, 아내 형제들도 좋고, 아내 성격도 서로 맞고 좋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지병이라는 문제점을 덮어서 크게 느끼지 못했나 봅니다.


혹시 라라랜드 보셨나요?

끝부분에 남녀가 잘됐을 상황을 가정한 장면이 짧막하게 지나가는데

저도 그것처럼 아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을지 머리속으로 자주 스쳐지나가네요.


제가 너무 평범하게 살아서 이런 어려움이 얼마나 힘들지 몰랐나 봅니다.

아내가 장기간 입원하며 만나는 사람 중엔 저같이 아내가 지병이 있는 상태에서 결혼하고 입원해서 온 배우자들이 있는데

어떤 생각으로 결혼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전부 후회하는 눈치였습니다.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자식이 나중에 병걸린 사람과 결혼한다고 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하다하다 안되면 동거라도 해보고 다시 생각해보자고 할 것 같네요.


결혼이 집안 대 집안 결혼이라는건 지겹게 들었는데

아내가 아파 생각지도 못하게 저희 집안사람들 모두가 힘들어하는걸 보며 그말이 어떤건지 절실히 느낍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중에 지병있는 사람하고 만나는 분이 있으시다면 결혼은 정말 다시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연애할 때 헤어짐에 대한 슬픈은 결혼 후 닥쳐올  슬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냐냐냥

2018.04.15 04:07:24

이렇게 늦은 새벽에 담담하지만 길게 글을 올리신거 보니 글쓴 님께서 많이 힘드심이 느껴져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아내 분, 글쓴 님이 상황이 되지 않은지라 무어라 감히 얘기 얘기할 수는 없지만..그저 얼마나 힘드실까, 얼마나 고된 길을 걷고 계실까..생각만 해봅니다.


그리고 부디 아내 분의 건강도 점차 나아지시고, 글쓴 님에게도 마음의 행복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종교는 없지만.. 간절하게 바래봅니다.


또..어려우시겠지만 수면, 식사..이런 것들에 신경 쓰시고..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꼭 본인을 위해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셨음 좋겠습니다.


그럼..

편안한 일요일 아침 되시기 바랄게요!

미상미상

2018.04.15 15:44:49

많이 힘드신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네요. 누군가 배려해줘야하고 참을 일이 많은 상대와 함께 한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인내심을 요하고 때로 너무 지치고 힘들고 건강에도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세상 살아가는 것이 진자처럼 좋을 때와 나쁠 때를 반복하는 것이니 세월이 지나다보면 많이 좋아지셔서 평온한 때가 오기를 바랄께요. 지금은 환자 돌보는 틈틈이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도 가지시고 스트레스 해소할 수 있는 일들도 하시고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마시고 쉬는 시간을 가지셔야 힘내서 또 간호도 하시고 일도 하실 것 같아요.


전 요즘 회사일때문에 스트레스라 유튜브에서 도움이 될만한 영상 찾아서 보는데 괜찮은거 같아요. 

kjlee1986

2018.04.16 18:58:08

제가 글쓴이님 상황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그래서 지금 제 상황에 제가 겪은대로만 이야기하자면...

 부인분은 아프고 싶어 아프나요... 미리 이야기를 했고 그걸 이겨내겠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몰래 혼자 무너지시면 부인분이 마음이 편하겠나요....


아픈사람은 얼마나 더 고통스럽고 눈물날만큼 억울하겠어요 한번사는 인생인데..

그리고 님한테 얼마나 미안하겠어요..내색은 안하더라도.. 아픈 사람 마음은 아픈사람밖에 몰라요

 아픈사람한테 비수를꽂지마세요..ㅠㅠ 안아주세요 아프고 싶어 아픈것도 아니고...

아픈 본인이 제일 힘들겁니다..그래도 버티는거겠죠..


예전에 아픈데도 서로 사랑해서 일본여자랑 결혼한 남자 이야기가 있는데 한번 찾아보세요.

상대방이 아픈거가지고 한마디 불평 안하는거 같아요..그 남자분도 이를악물고 이겨내는중이구요...


자신으로 인해 모든 가족의 여행 일정이 바뀌는것 그게 그 아픈 사람한테도 엄청난 스트레스에 중압감이더라구요

결혼식때 너무 힘들었겠지만 그걸 이겨내고 해내려고한거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계신데 힘들다고 혼자만

무너지면 지금 제 상황에서는 믿음보다는 배신감이랑 서운함이랑 내가 왜 사는가 그런 기분 들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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