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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5,816

 

2019.07.18 목요일

(비 많이 옴.)

 

 

- 어! 뿅대리 차 탔어? 출발했어?

- 네, 방금요. 비가 제법 오네요?

 

- 아, 이거 어쩌지?

-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 아니 딴 건 아니고, 다시 사무실 가서 믹스 커피 두 개만 챙겨 나와줄 수 있을까?

- 아, 네.. (ㅆ... 방금 출발했단 말 못 들었어요?)

 

+

하는 일이 전혀 연관 없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타부서 한직급 높은 과장님

 

어쩌다 과장님 계신 곳으로, 내 목적지가 같아 데리러 가는 중에.

급 믹스커피가 땡기신다고 이미 출발했는데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믹스 커피 좀 챙겨 달라시네요.

 

뭔가 피해라기엔 애매하지만 살짝 기분 이상한 그거 뭔지 아시죠?

사실 저는 직장생활에서 이런 행동들이 잘 이해 안 되는 사람이거든요.

이런 행동 = 나 편하자고 남에게 피해 주는 행동, 했던 일 두 번 손 가게 하는 행동!

프로 직장러도 아닌데, 기분 이상한 게 어쩌면 그냥 저 과장님이 인간적으로 별 좋진 않은가 봐요 ㅋㅋㅋㅋ 

다행히 우기에 젖은 나무들 보면서, 음악 듣고 하니 금세 다시 기분 청량해지더라고요

(최근에 스텔라장, 로꼬베리, 천재노창 음악들 너무 잘 듣고 있어요.)

 

++

좀 엇나가는 이야긴데,

예전에 고전 강의 들으면서 사람이란 무릇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배웠거든요.

이것은 삶의 가장 높고 본질적인 부분인데 이런 것들이 지능과 연관된다면서.

 

이를테면 양심을 어긴다거나,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강요한다던가.

이걸 하면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생각하지 못하고 하게 되는 것들.

이 모두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력이 는 지능이 떨어지는 행동들이라고;;

 

+++

비도 오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되던 오전이었어요.

직장인분들 다들 힘내세요. 서울엔 미세먼지가 그렇게 최악이라면서요 ㅠㅠ

을지로 <평균율> 가서 LP음악 들으면서 시원한 술 마시고 싶네요. 그리운 서울~

(누가 대리만족 좀 시켜주세요. 하)

 

 

 



채원

2019.07.18 16:45:50

제가 지금 서울이 아니라 대리만족은 못 시켜드릴 것 같고 항상 느끼지만 글을 참 잘 쓰시는 것 같아요. 비에 젖은 나무와 길의 풍경과 그 향기와 정서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네요.


그 과장님은 참...가끔 보면 저도 그럴 때가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상황을 생각해볼 여유도 마음도 없는 성향을 분들도 계시고 그냥 그런걸 살필 능력이 안돼서 본인 의식의 흐름대로 행동하는 분들도 계시고, 알면서도 자기 편한대로 남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는거 같아요.


예를 들면 그렇게 급한 일도 아닌데 출근직후, 퇴근직전, 점심시간 중, 외근다녀와서 얼굴 마주치자 마자 자기 용건 얘기하는 사람들요. 그리고 자기한테 그러면 싫어할꺼면서 일을 정리안된채로 건건이 계속 던지는 분들, 생각부터 안하고 전화기 들고 말하다가 해결하는 분들, 담당자가 엄연히 따로 있는데 자기 편하자고 다른 사람한테 일 부탁하는 사람들 뭐 등등 많죠. 사안에 따라 급하거나 이해가 가는 사안도 있는데 대개는 자기 편하자고, 아니면 아무 생각없어서가 대부분인거 같아요. 그럴 땐 사실 상대에 따라서 말하기도 애매하고 원칙대로 말하면 상대가 민망할까봐(상대의 잘못이어도) 말못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그 사람은 잘 모르는거 같아요 뭐가 잘못된건지 ㅎㅎ


비가 주말까지 계속 올 것 같은데 으으 장화를 신고왔더니 고무냄새가 계속 올라오고 발은 축축하고 답답하고 집에 가고 싶네요 ㅎㅎ퇴근시간까지 화이팅입니다!


십일월달력

2019.07.19 17:35:13

+

저는 반대로 이렇게 생각도 해요. 글을 잘 읽는 사람이 있다고.

단순한 단어의 배열에서 비에 젖은 나무와 길의 풍경과, 말씀하시는 향기, 정서 이런 것들을 살펴 느끼시는 분들이 글을 잘 읽으시는 분들이죠. 공감 능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아주 멋진 사람들.

++

엌 표현하시는 사람들 유형을 읽다가 숨이 턱턱 막히네요 ㅎㅎ 우리 과장님도 참 나쁜 사람은 아닌데 말씀하신 몇가지 예가 해당되는 사람이네요. 친구에게 이 얘길 하면 직장에선 일 못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래요. 직장이 뭐길래~

+++

여기는 내일 주말까지 비가 온다네요. 저는 비 오는 날씨를 가장 좋아해요. 카페 가서 뽀송뽀송하게 이것저것 할 궁리로 가득 차 있어요 ㅋㅋ 주말 잘 맞이합시다. 여담인데 제 가장 친한 이성친구 이름이 '채원'이라서 정감 가네요. 그러나 걔는 '지혜'와는 거리가 아주 멀어서 채원님 댓글 보고 내 친구는 절대 아니구나 해요 ㅋㅋ 

domoto

2019.07.22 22:51:07

음.. 다음에는 “이미 출발해서 어려울 것 같아요.” 라고 답하시면 더욱 촉촉하고 편안한 하루 되실거예요ㅎㅎ 부드러우나 단호한 거절이 직장생활 필수 스킬이죵

십일월달력

2019.07.24 11:35:43

너 누구야 글이 왤케 좋아. 인상 깊던 댓글 ㅋㅋㅋ

안마주치는 게 상책이다. 생각하고 지내는 중입니다 ㅎㅎ 왜 저 말을 안했을까요. 의견 감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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