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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61 추천 0 2020.04.22 10:52:58


호석이햄은 22살 때알바하다 만났다

일본식 주점에서 꼬치 구이 따위를 굽는 일이었다

호석이햄은 나랑 나이 차이가 6 났다

햄은 인중부터 턱 끝까지 직선으로 떨어지는 수염을 가졌는데 수염의 색은 노란색이었다.

머리 모양도 그때 22살의 사회물이 덜 들어있던 나에겐 꽤 충격이었는데

그게 '드레드 펌'이라나 뭐라나.

햄은 움직임이 둔했다

햄은 재일교포였는데 움직임도 제일 느렸다

그때 알바가 여섯 명쯤 되었는데 그중에서 제일


햄은 살도 좀 있었다

살만 있는 몸은 아니었으나 한눈에 보기 좀 둔해 보이는 정도였다

뱃살도 많았다

그래서 난 햄을 폭닥 안으면서 뱃살을 꼬집는 걸 즐겼다

뭉퉁한 뱃살을 잡고 늘렸다가 흔들었다가 하면 햄이 귀찮다는 듯 밀쳐냈다

그래도 난 엉겨 붙여 그러길 즐겼다.

햄은 '가네시로 가즈키'소설의 '박순신'같은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이건 그냥 순전히 내 느낌이었다

같은 재일교포라는 점,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이지만 그래도 올곧은 중심도 함께 있어 보인다는 점 등이 그랬다

한 발 더 양보해서 햄은 내가 좋아하는 햄이니까 

좋아하는 소설의 주인공을 이렇게 겹쳐 주는 것도 재밌었다.

햄은 결단코 돈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확신한다돈이 많았다면

아니 얼마만큼의 돈이라도 수중에 있었으면 그 나이에 그런 알바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급 6000원 약간 안되는 돈으로 12시간씩 서빙 및 갖은 그릇 따위들을 세척하는 일이라니.. 

햄은 인상도 좋지 않아서 -사실 그보다는 서빙의 기본 짜세인 억지 미소를 할 수 없어서

서빙 알바보다는 주방 보조 알바에 가까웠다.

주방 보조는 서빙보다 곱절로 힘들었는데

힘들다는 게 단순히 일이 많고 고되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알바 및 손님과의 단절이 그 힘든 이유였다

혼자 세평 남짓한 자동세척기실에 들어가서는 더러워진 접시들을 서버에게 받아 세척하고 

-세척기가 돌아가는 동안 햄은 다리를 몹시 떤다심심하거든

세척이 끝난 접시들을 다시 내놓는다단순한 일인 만큼 고되다.

햄은 출생의 비밀이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이것도 순전히 내 느낌이었다

재일교포가 부산 변두리 일본식 주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니!

저렇게나 제 몸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이 월 100만 원도 안되는 일을 하다니

그 돈으로는 절대 먹고, 자고, 입고, 싸고, 꾸미기에까지 돈 들일 수가 없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햄이 입을 열었다

자신은 현재 법원소송 중이라고 했다한국이 아닌 일본 내에서.. 

이야기를 다 듣고 보니 그것은 '형제의 난'과 흡사하게 느껴졌다

수 십억 원의 재산이 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현재에 이르러 

그 재산 분할이 형제간 원활하게 되고 있지 않다는 내용

그땐 뭐 아그러려니하고 햄 뱃살 주무르기에 더 열중했다. 


이어 말하길 아버지는 일본 어디 어디에서 빠칭코 몇개를 운영했다고 한다

형제 몇몇은 야쿠자라는 덧붙임과 함께.. 

나는 뭐 끝까지 그러려니 흘려 들었던 것 같다

햄은 술기운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했다.

아무튼 알바는, 

내가 먼저 그만두고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드문 드문 줄어들더니 

소식만 간간이 년에 한두번 전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 다시 잦은 연락을 주고받게 된 계기가

내 인스타 게시물에 햄이 '좋아요' 하트 도배를 하면서부터다


그것은 내가 이제껏 햄의 뱃살에 쌓아 놓은 애정을 꾹꾹 억누르고 

잘 참았다가 내 인스타 게시물에 폭발시켜버리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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