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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4,450

안녕하세요. 2년간 잘 만나고 있는 20대 중반 커플입니다. 


평소에 애인은 정말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섬세하고 사려깊고요. 문제는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입니다. 비유하자면, 퓨즈가 끊겨버리는 것 같아요. 연애 초반에 이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운전 도중에 차 문을 열고 한 바가지 욕을 쏟는 것은 예사고요. 


아직도 기억 남는 일이 있네요. 음식점에 가서 줄 서서 기다릴 때였습니다. 앞에 커플 중 남자가 "사람이 많으니 빨리 먹고 일어나야겠다"고 했는데 여자가 "아니야, 천천히 먹어"라고 했더니 또 다시 퓨즈가 끊겨서 욕을 한 바가지 하더군요. 겨우 말렸죠. 제 생각에, 제가 그 상황이라고 해도 연인에게 "(체할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라고 말했을 것 같은데, 연인은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더군요. 


저는 원체 욕과 폭력을 싫어합니다. 사람들은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다고 하지만 저는 누군가 싸우는 것을 보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립니다. 저도 살면서 한 번도 누군가와 주먹다짐을 한 적이 없네요. 누군가 도발하면 저는 차라리 겁쟁이 소리를 듣고 참는 편입니다. 비겁해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러다보니 연인이 욱해서 퓨즈가 끊길 때마다 제발 그러지 말아라, 차분히 대응하라, 일단 말로 하자고 다독입니다. 제가 하도 애원에 가까운 부탁을 했더니 그 부분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상 속에서 퓨즈가 툭툭 끊깁니다. 어제는 변기가 막혔는데요. 그걸 가지고 두 시간을 붙잡고 씩씩댔습니다. 역시나 18원짜리 욕도 섞어가면서요. 저는 그만큼 해도 안 되면 사람을 불러야 하지 않겠냐고, 일단 좀 쉬자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오늘도 퇴근하자마자 변기 붙잡고 씩씩대다가 결국 사람을 불렀습니다. 


기사님이 올라오시는 길에 아랫집 할아버지가 잠시 기사님께 말을 거시더군요. (원래 동네일에 참견이 많은 분입니다.) 어딜 가느냐, 어느 집이 변기가 막혔느냐, 그 집은 저 쪽이다... 이런 대화들요. 그걸 듣고 평소에 꼰대라며 그 할아버지를 싫어하던 연인, 한 마디 합니다. "저 할아버지는 왜 또 지랄이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일단은 연인의 짜증과 성질 게이지가 끝까지 차올라서 가만히 뒀지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라면 이런 상황에서, 변기가 막힌 것은 답답한 일이지만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고 수리비가 아깝긴 하지만 으레 있는 일이니 차라리 웃으면서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애인의 짜증은 그렇다쳐도 욕까지 한 것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혹시 제가 예민한건가요?





마제스티

2017.01.03 23:50:40

평소엔 괜찮은데 스트레스 받을 때만 그렇다라는 말은 별로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

오히려 그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사람의 진심이나 성향을 더 엿볼수 있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왜 그 사람의 속내를 알고 싶으면 술을 먹여서 취하게 만들어 보라는 것처럼요


그냥 성향이 다른 거긴 합니다. 남자들 중에는 그렇게 거칠어지는 사람들도 종종 있곤 해요.

참으려면 참을 수 있는 거긴 한데, 만약 고치겠다고 맘먹으셨다면 완벽하게 고치겠다고 생각하진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성격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거든요.

예민하냐 아니냐라기보단 그걸 참고 같이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247

2017.01.04 10:01:53

저나 제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참고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저 분노가 저를 향하게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은 늘 품고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함께 있지 못하겠지요 

티파니

2017.01.04 00:24:50

제목을 바꿔야할 것 같아요. '스트레스 관리가 전혀 안되는 애인'이 아니라 '분노조절이 안되는 애인'으로요ㅠ 위험해보여요. 퓨즈가 끊길때마다 저런 모습이 나온다고 하셨는데, 문제는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닌데서 퓨즈가 끊긴다는데에 있는 것같아요.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글쓴님 태도도 객관적이지 못한 것 같구요. 글쓴님 예민하신거 아니구요. 남자친구분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단호하고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고치라고 해야겠구요. 그 이후에도 변함없다면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셔야한다고 생각합니다ㅠ 글쓴님에게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글쓴님께도 하게 될 행동들이기 때문에요 ㅜ

247

2017.01.04 10:03:28

네 맞습니다.. '분노조절'이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진짜 분노조절장애로 확정짓는 것 같아서 은연 중에 두려웠나 봅니다. 저도 언젠가는 나에게 향할 행동이라는 데서 큰 불안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적이 없는 데다가, 평소에 저에게 정말 다정다감해서 설마 아닐거야 하는 기대도 동시에 품고 있네요. 물론 남들한테만 그러해도 여전히 문제지만요

이진학

2017.01.04 00:54:28

제가 보기엔 평소나 스트레스 받을 때나 별 차이 없는 듯.

그 사람은 원래 욕을 달고 살며 참을성이 없는 사람 입니다.


절대 못고칩니다. 헤어지는게 답 입니다.

님이 성격이 좋아 만나고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 뿐 입니다.

공구

2017.01.04 03:04:50

얼른 헤어져요. 결혼하고 나면 글쓴이한테도 그럴꺼예요.
분노조절장애 같은데 갈수록 더 심해질것임.

전주비빔밥

2017.01.04 07:16:56

남자 싸이코 맞는데요? ㄷㄷㄷ 결혼하시면 나중에 합의금으로 집안 날려먹겠어요

sunrise

2017.01.04 08:59:59

분노조절장애가 아닐까 싶네요...저라면 무서워서 만나기가 점점 꺼려질 것 같아요

오드뚜왈렛

2017.01.04 09:29:05

모두 부정적인 댓글이네요. 혹시 2년동안 만났으면 남자친구분의 어떤 좋은점때문에

만나고 계신가요? 사귄지 좀 지나고 그런 모습을 알게된건가요? 

247

2017.01.04 10:10:38

저 부분만 빼면 정말 좋은 애인이자, 생활동반자이자, 소울메이트입니다. 가장 힘든 시간에 함께 있어서 일종의 의리 같은 것도 있고 그러네요

오드뚜왈렛

2017.01.04 11:12:30

그렇다면 그분에게 본인의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물어보고

그걸 고치는 노력을 약속하고 폭력적인 태도나 언행을 님 앞에서는

안보이는걸로 서로 하나씩 약속해보면 어떨까요?

다시 그 문제가 보이면 그때 대처해가보고 일단 6개월이면 6개월,

기간을 정해두고 약속하거나 뭔가 규칙을 세워보세요.

Adelaide

2017.01.04 09:33:36

추천
1

남친이 분노조절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방법


1. 상대방이 누군지 상관없이 (자신의 상사, 자기보다 등치 큰 남자, 조폭같은 외모의 사람 등등) 화를 낸다 -> 분노 조절 맞음


2. 상대방을 봐가며 화를 낸다 (노인, 어린이, 여자, 자기보다 등치 작은 남자, 부하직원 등등) -> 분노는 충분히 조절 가능하나 그냥 인성이 나쁨 



1번이나 2번이나 결혼상대로는 최악이지만 1번은 치료를 받으면 개선 가능성은 있을 것 같네요

247

2017.01.04 10:14:59

다행인지 불행인지 1번이네요. 분노조절 장애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험도감

2017.01.04 11:51:16

본문과는 무관하지만, 3. 상대방을 봐 가며 노인, 어린이, 여자, 점원, 부하에게는 화를 안 내는데, 자기보다 높거나 센 사람에게 발칵 화를 내며 덤비는 사람은 뭘까요?  

쌩강

2017.01.04 11:57:26

아버지 이슈가 있는 사람들이 보통 그렇게 화를 잘 냅니다.

아버지가 가부장적인 권위 = 무조건적 억압 논리로

자신을 억압해온 경험이 있는 저도 그런 성향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기보다 높거나 쎈 사람에게 자신은 항상 약자였던

자신의 어린아이로의 모습을 투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화 내는 경우는 다 다르겠고

어떤 때는 합당한 이유로

어떤 때는 불합리한 이유로든 억압을 받는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제가 그런 사람으로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것은

우선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를 제대로 대면하고

자신이 이제는 그 때의 어린 아이가 아니라

이제는 크고 강한 성인이 되었고 어쩌면 나를 현재 억압하는 사람이

아버지가 아니라 나의 사회적인 동료라서 내가 그들에게 화를 내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는 동등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수용해야할 것 같습니다.

모험도감

2017.01.04 12:11:24

아, 그래서 우리 첫째오빠가.. 큰오빠는 중3인 조카에게도 너무 억압적이라 중재하는 데 애먹었었어요.


큰오빠도 그렇고 애인도 그렇고 아버지 이슈에 대한 해결의 기미는 안 보이네요. 계속 그렇게 약자인 어린애로 돌아가는 것 안타까워요. 다른 부분은 예쁜 사람들인데. 곁에서 대화 가능성에 대한 용기를 주면 도움이 되겠네요.

247

2017.01.04 22:15:11

쌩강님 감사합니다. 역시 러패에 물어보길 잘했어요. 대부분은 이런 상황에서 "헤어져라, 언젠간 그 분노가 너를 향할 것이다"고 조언하더라구요. 물론 그런 염려도 이해가 되고 귀한 조언이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니까요. 문제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oneyRose

2017.01.04 09:55:55

추천
1
제가 언제한번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관한 프로 였어요.
자세하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사고, 어릴때의 학대, 또는 드물게 선천 적인 이유 등으로 두뇌 앞쪽 감정조절 기능을 하는 부분이 죽어있거나 활발하지 않아 어쩔수없이 감정조절을 못하거나 하고나서 후회를 한다고 하더군요. 여자분도 그런 성향이 조금 있을법 하니 정신과 치료 강력하게 권해봅니다.

사실 주위 사람들이 견디기에 힘들어지는 증상이기때문에 전문적인 치료 필요합니다. 그사람이 나중에 점점 더 큰 사고를 치고 주위사람이 수습을 해야하는 경우가 올것이기 때문에요. 나중에 아이를 낳게되면 더 심해지겠지요. 설득해서 꼭 정신과 가보시길 바래요.

247

2017.01.04 10:12:47

저도 단순한 성격 문제라기보다 분노조절장애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번 크게 싸웠을 때, 상담을 받아보지 않겠냐고 물었을 때 어이없어 했지만 그러겠노라고도 했고요. 한번 더 크게 터지면 데려가봐야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KissTheSky

2017.01.04 10:15:27

전에 만났던 여자가 딱 이케이슨데. 정확하네요.

KissTheSky

2017.01.04 11:44:21

대화가 되는사람이면 계속 대화하고 전문가에게 상담받고. 대화하는것조차 싫어하면 답이없습니다.

나는나다그냥

2017.01.04 13:57:11

제 주변커플중에 비슷한 경우가 있었네요.. 커플인데 남친이 세상모든일에 불만이있고 비판적이었습니다. 화내는 포인트도 글에 써져있는것과 아주 비슷한 상황들이 많았네요. (상황에따라 좋게말하면 정의구현? 불의를 못참는성격 이지만 나쁘게말하면 그냥 분노가 안참아지는 다혈질이죠;) 어떻게 만나다가 결국엔 여친쪽에서 더 이상 이런 상황에 질려서 헤어졌습니다.

자기 딴에는 '저런 사람들은 말을 해줘야 된다.' 라면서 합리화를 할 수 있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 참 피곤할겁니다. 그리고 다혈질 사람들은 원래 화가나면 앞뒤안보고 일을 저질러놓고 바로 후회하기도하죠.

글쓴이님이 이 점을 안고갈만큼 서로 좋아하신다면야 최대한 고치도록하여 잘 만나시면 됩니다. 근데 그게 아니라면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이듭니다. 연애라는게 서로의 모난부분을 잘 담아줄 그릇이 크냐 안크냐 , 아예 바꿀 수 없다면 이 부분을 어떻게 최대한 승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니까요.

247

2017.01.04 21:26:19

맞아요. 그 사람도 폭발 뒤에 늘 자기 행동을 정의로 합리화시키곤 하거든요. 시한폭탄.. 매일 제가 생각하는 단어네요. 가고자 하는 음식점에 줄이 길어도 화가 나는지라 늘 플랜B, 플랜C를 생각하고 어떻게 화를 가라앉힐지 고민하는 게 정말 피곤해요. 아직까지는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맞춰 나가고 있는데, 제가 지쳐버리면 어떻게 될지..

빛나?

2017.01.04 15:12:21

만나는 2년 동안 분명 247님하고 싸울일도 있고 부딪힐 일도 있었을텐데 247님을 상대로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는다는 것도 참 희한하군요. 님께서 워낙 성격이 좋으신가봐요. 제가 대체로 낙관주의자이긴 합니다만, 저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님이 분노유발자가 아니라한들 2년 동안 한번도 부딪힐 일이 없진 않았을텐데 남친님이 나름대로 다스리고 있는 부분이 있을 거에요. 그리고 '평소에 매우 다정다감하고 소울메이트이고 등등' 장점이 더 많다면 저는 남친님이 위 많은 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희망 없는 케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때 일단 남친님이 화를 가라앉힌 후 진지하게 얘기나눠보고 대책을 찾아보면 분명히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네요.


247

2017.01.04 21:23:59

감사합니다. 이런 댓글이 꼭 필요했어요..

Highlanders

2017.01.05 15:07:41

"비밀글 입니다."

:

247

2017.01.05 15:21:34

아주 정확히 파악하셨네요. 2년 간 그를 봐온 결과, 설명하신 것과 남자친구의 세계관이 거의 정확히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만나는 첫 1년 간은 '피아구분과 정의실현' 세계관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피'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겠지만 동시에 도움도 주지 않겠노라 선을 긋는 거요. 가령 버스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건 참 의아했습니다. 만난지 얼마 안 된 여자친구 앞에서도 보편적인 사회 규범을 과감하게 깨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자신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각별히 노력하는 걸 보고, 그제서야 피아의 선을 절대 넘지 않는 성격을 이해했지요.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누군가 자기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이미 발생해 버렸을 때요. 가령 회사에서 누군가 자기를 무시했다던가 하면 그 분노를 오래 품는 데다가 집으로도 가져옵니다. 이 수모를 절대 잊지 않겠다는 식의 말도 하는데, 저에게는 좀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그 분노를 오래 품어서 뭘 어쩌겠다는건지... 사회 초년생이라면 이런 저런 상황에서 저자세를 취하게 마련인데 거기에 대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건 '피아구분과 정의실현'과는 또 다르게, 분노를 해소할 방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혹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드뚜왈렛

2017.01.05 16:48:48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이하 내용은 저도 답변이 참으로 궁금하네요.

가능하면 전체공개로 댓글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ighlanders

2017.01.05 17:35:27

분노를 해소하지 못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기 보다는 그 분노를 해소할 이유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한 설명일 것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도 안면몰수하며 살아가는 쓰레기들이 많은 세상 속에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아야 마땅하며,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본인도 이를 위해 노력하는 이상 남들도 이를 존중해주길 바랍니다. 

말씀하신대로 문제는 권익이 침해당했을 때의 상황입니다. 이때 남자친구분께서는 이를 무조건 보복하려 들 것입니다. '나는 상호 존중의 세상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감히 이놈이?' 하는 분노로 가능한 한 이자까지 얹어서 복수하고자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회생활에서 이러한 보복을 실행하지 못하고 굽히게 되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본인의 자존심이 땅을 파 지하를 뚫고 내려가는 상황이요, 본인의 의지와 정체성이 송두리째 도전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쓴 분께서도 이러한 심정이라면 눈 앞의 이익을 버리고 싸우는 길을 택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남자친구분께서 별 것도 아닌 일에 이러한 심정을 느낀다는 것이겠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일들에 분노를 느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입니다. 설득을 시도하면 남자친구분의 입에선 "저놈들이 먼저 원인을 제공했고 잘못했잖아?" 라는 답이 십중팔구 나올 것이고 그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 간 예의는 가정, 학교 등지에서 수 없이 배웠을텐데도 이를 존중하지 않는 자들은 응징을 당해도 싸다는 것이죠. 게다가 자기 편도 아닌데요. 그런 자들에게 관용을 베풀면 적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Highlanders

2017.01.05 17:44:11

저의 생각이 맞다면, 남자친구분은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신 분도 아니요, 글쓴 분을 거짓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도 아니요, 정신의학적으로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남자친구분은 사회를 전쟁터로 인식하고 사회를 상대로 전쟁을 하려는 것입니다. 

247

2017.01.05 18:01:46

저 정말 한줄기 빛을 보는 기분인데요.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이 비로소 이해되고 있습니다. 일단 너무 감사하고요. 이런 일로 싸울 때마다 남자친구가 사과를 하면서도 "사실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늘 붙이는 이유가 이제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남자친구를 도울 수 있을지 조금만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절실합니다. 이것저것 시도해봤는데 잘 안되네요. '별일 아니라는 것을 이해시키기'는 여러번 시도해봤는데 자기를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 그런거지 뭐 무시해~'라는 식으로 얘기했더니, 무조건 사안을 축소해서 생각하라는 강요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남자친구가 조금만 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정의롭고, 법을 준수하고,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으려 노력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은 그런 상식을 배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남자친구를 무시해서 고의로 하는 공격이 아님을 이해하길 바라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 시도해 본 방법으로는 독서와 여행을 권유하는 것이었어요.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경험해 보면 좀 더 생각의 여유를 갖지 않을까 해서요. 하지만 독서는 늘 비문학, 그것도 과학서적 위주로 읽어서 (전공 때문인듯합니다) 효과가 덜하고 여행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왜 굳이 돈들여서 고생하냐는 주의입니다. 

Highlanders님은 어떻게 본인의 성격을 그렇게 정확하게 파악하시고 완화시키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Highlanders

2017.01.05 22:03:22

"비밀글 입니다."

:

247

2017.01.07 00:21:15

댓글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제 밤에 댓글을 읽었는데 이제 시간이 났네요. 어제까지만 해도 어떻게 하면 남자친구를 '고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요. 댓글 읽고 일단 저부터 많이 반성했습니다. 오늘은 같이 장을 보는데 남자친구가 제가 먹을 식료품은 통 크게 계산해 주면서, 그 와중에 제가 키우는 고양이 사료는 쏙 빼고 "이건 니가 계산해"라고 하더라구요. 고양이와도 피아구분을 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니 정말 재밌고 귀엽더군요 

그동안 제가 남자친구의 생각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채 비정상이라 전제하곤 아이 가르치듯 훈계하고 교정하려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서와 여행을 권유해 온 것도 지금 보니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네요. 

저 역시 성격은 무난하지만 처한 상황에서 독특한 구석이 있고, 남자친구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기 때문에 제가 남자친구에게 특별히 좋은 연인이라기보다 독특한 사람들끼리 잘 만난 것 같아요 ㅎㅎ

다시 한번 정성스런 댓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남자친구의 아리송하던 부분들이 많이 해소되고, 느낌으로만 갖고 있던 부분들이 글로 설명돼서 남자친구를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된 귀한 조언이었습니다. 동시에 제 자신의 세계관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흔치 않은 영감을 받아서 연초부터 큰 수확을 한 느낌이네요.

지금 보니 대댓글은 비밀 설정이 안되어 구체적으로 얘기하다 보면 highlanders님의 이야기가 드러날까 걱정돼서 이야기는 이만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글을 갈무리해두고 자주 들여다볼 생각이니, 혹시 또 해주실 말씀이나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 달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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