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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5,088

대학원생입니다.


원래 석박통합이었는데 모종의 트러블이 있어서 석사로 바꾸고 초과학기를 다니고 있고 이번학기에 졸업할듯 싶습니다. 3학기까지만 해도 연구실에서 가장 촉망받는 학생이었지만 어떠한 일들로 인해 불과 한학기만에 무너지고 바닥까지 내려앉았습니다.


같은 연구실의 후배 여학생을 좋아합니다. 학기 수 격차가 큰 후배이며 같은 학부 출신에 나이도 같으며 당시 제가 리더였던 과제 팀에 배속되었고,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 첫눈에 반했어서 잘해주고 좋은 관계가 되고 싶었는데 여러가지 상황이 제 능력밖으로 흘러가서 본의아니게 큰 민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알게됬는데 제가 미안해하고 있는걸 본인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몇달동안 원하는 것은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점점 저에대한 태도가 많이 둥글어지는걸 확실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약간 눈치챈거 같기는 한데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기도하고 싫지않은것 같기도하고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꽤 전부터 지도교수님께 대놓고 개기는 등 엇나가는걸 보고 안쓰러움을 느끼는건 대충 알겠더군요. 솔직히 그게 유쾌한 기분은 아닙니다. 그런데다 그 여학생이 다른 남학생하고 살갑게 지내는 것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남학생과 사귄다고 밝혀지더라도 연구실 사람들은 아무도 놀라지 않을것 같습니다.


며칠전에는 제가 이러한 상황을 겪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감정이 복받쳐서 도저히 일할 기분이 아니라 조퇴해버리고 집에 와서 쉬다가 그날 밤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졸업하든 다른일이 생기든 일단 연구실을 나가면 연락이 어려워질테니 인수인계 받고 있는 과제 관련해서 내가 알려줘야할게 아직 남아있으면 나가기 전에 요청하고, 그리고 생각해보니 직접 말한적은 없었는데 여러가지로 미안하다고...


메일에서 연구실 나가면 연락이 어려워질거라는 부분이 사실상의 포기 선언이었습니다. 그러니 부담느끼지 말라고, 설령 나를 좋아해주지 않더라도 이미 난 큰 은혜를 입었다고. 알아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답장은 없었습니다. 업무연락에 답장 없는게 드문 일은 아니라 (업무 외에 대해서는 연락할만한 건수가 없어서 정말 몇번 없습니다 그나마도 늘 반응은 있되 답은 없었고요. 예를 들어 밥값 여러사람거를 제가 한꺼번에 계산한거 중 본인 몫을 입금해달라고하면 답없이 입금해준다거나.)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출근하니 그 여학생이 지난밤에 밤샘작업했는지 라꾸라꾸 넓은곳에 펴놓고 쉬고 있다가 제가 들어서니까 금방 일어나서 침대를 구석으로 옮기더군요. 연구실에 이미 대여섯명이 있었는데 여태 가만 있다가 제가 들어가니까 구석으로 치우는게 나만 경계하는가 싶고하네요.


마음을 얻기 위해 좀 더 노력이라도 해봐야하는 건지, 아니면 말한대로 깨끗이 포기해야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뜬뜬우왕

2018.05.02 20:47:23

연구가 힘들고 잘 안풀리는걸 그녀에게 의지하려는것 같애요. 좋은감정 분명하다면 더 적극적으로 해보셔야 할듯 싶어요.

텅빈객석

2018.05.02 21:52:43

고맙습니다. 지금 그친구가 논문 제출이 임박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을텐데 끝나고 좀 여유가 생기면 반응에 따라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보는것도 생각중입니다. 그런데 밑에분 말씀을 보니 좀 주저되긴 하네요.

NIN

2018.05.02 21:36:09

연구실 나가면 연락이 어려워질거라는 부분이 사실상의 포기 선언이었습니다.-> 이 부분 포함, 보내신 메일 내용은 제3자가 봐도 좀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들어가니 침대 갑자기 치웠다는 건 별로 좋은 사인은 아니고요 경계 맞는 거 같아요. 위의 메일까지 보냈는데 여태까지 보인 반응이 본인 몫 밥값 입금 정도라면 그냥 접으시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보통은 아무리 안 친해도 같은 연구실이면 ‘이제 여기 나간다. 연락 어려워질거다’ 라는 내용에 수고 많았다고 덕담이라도 합니다) 여기서 적극적으로 나가면 분위기 더 안 좋아질 것 같고요, 어차피 앞으로 접점이 없어질 예정이라면 깔끔히 없던 일로 하고 뒷말 안 나오게 하는게 글쓰신 분에겐 나은 선택일 것 같네요

텅빈객석

2018.05.02 22:01:44

말씀 감사합니다. 가망 없어보이신다는 뜻이군요...특히 괄호 치신 부분이 설득력이 있어 마음에 깊이 박히네요.

칼맞은고등어

2018.05.03 09:25:47

교수가 떠먹여주는 연구과제 수행도 제대로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동료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긍정 쪽일까 부정 쪽일까.

교수 및 연구자 집단이 아무리 돌+i들로 이뤄진 집단이라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사적인 영역에서 그렇다는 거고 공적인 영역에선 안전빵은 다들 하는 사람들.
연구와 강의 거기에 강제로 떠맡다싶이 하고 있는 후학양성이란 부분까지 안전빵은 꾸준히 해 왔을 교수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존재를 정말 안쓰럽게 생각할 구성원은 찾기 힘들거라능.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감정에 빠져있는건 아닌지 자문해 보셔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지만 그 사람의 손아귀에 머리채를 붙잡히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요.

눈에 띄는 사람들과의 인연에 쉽게 기대려는 이들과 엮이는 게 유난히 위험한 이유.
후배는 이미 그 점을 잘 알고.
님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십중팔구.
뭔가 안타깝네요. 여러모로.

텅빈객석

2018.05.03 10:29:34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하더라도 이상할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보다 강한 사람이라면 같은 문제가 닥쳐도 슬기롭게 해결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저와 비슷한 결말을 맞겠지요. 말씀하신 부분 포함해서 평가는 후배들에게 맡겼습니다.


그리고 저도 변명을 조금은 해야할것 같네요. 10년을 훌쩍 넘는 세월동안 연구실을 운영해오시면서 풀타임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졸업생은 단 두명이고, 제가 재학기간 동안 본 풀타임 박사과정 2명과 통합과정 2명 중 제대로 졸업하였거나 현재까지 연구실에 남아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그만두거나, 파트로 돌렸거나, 연구실을 옮겼지요. 제가 2학기를 막 시작했을 때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이 전멸했습니다. 제 재학기간 중에는 한손으로 세지 못할 인원이 한꺼번에 방출된적도 있었습니다.


인원 내보내는 것을 두려워하시는 교수님은 아니시고, 제가 대놓고 개기면서도 아직까지 서있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저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그럼에도 그 후배가 낮게 평가한다면 겸허히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저는 그 후배의 상대로 한참 부족하다는 뜻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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