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FILE
  • COLUMNS
  • FREETALK
  • BOOKS
  • SCHOOL
  • 회원가입
  • 아이디&패스워드 찾기
FREETALK
글 수 55,341

 

1. 어디 어느 자리에서 영화 <버닝>이 좋았다고 말하기엔 왠지 하루키스러운 '그것'을 좋아한다는 말과 비슷한 것 같아서 말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2. 내가 생각하는 하루키스러운 '그것'은 어딘가 애매모호하고, 쉽게 말해 아! 어렵다 말하기 딱 좋은 그것인데 어쩐지 이창동의 버닝은 하루키의 원작을 각색했음에 불구하고 아, 애매모호하다 싶지만 꽤나 쉽고 직선적인 영화였다.

 

3. 그래서 더 좋았다.

 

4. 글쎄. 쉬웠던 만큼 아, 뭐지 왜 구럴까. 하는 부분 부분들은 없었다. 고개의 갸웃거림 없이 음. 음. 나는 한 번도 등장인물이 되어보지 못했음에 불구하고 행동 행동들이 이해되는 착각을 경험했다.

 

5. 연출의 노련함에 깜짝 놀란 몇 장면. 이를테면 파주의 종수(유아인) 집에서 노을 배경으로 해미(전종서)가 반나체로 그레이트 헝거의 춤을 추는 장면. 해미는 웃옷을 벗어던지고 젖가슴을 내놓은 체 춤을 춘다. 춤은 오분 정도 계속되는데, 연주 음악이 흐르고 안 흐르고의 그 경계가 너무 다름으로 느껴져 깜짝 놀랐다.

 

6. 영화를 보기 전 이창동도 이창동이지만 모그(Mowg)가 ost에 참여한 사실만으로도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모그는 가장 성공한 음악인 중 하나로 영화 <광해> <동주> <도가니> 등등.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음악으로 잘 풀어낸다. 영화를 본 나중에는 음악만 들어도 그 분위기와 장면이 다시 한번 제일 쉽게 와닿게 만드는. 

 

7. 판토마임에 취미가 있던 해미는 종서 앞에서 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없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된다는 말을 하게 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종수는 해미가 없어진 것을 잊어버리지 못한다. 아프리카에 다녀온 해미는 지는 노을을 보고 사라지고 싶었다는 말을 이후에 한다. 마침내 해미는 사라짐으로써 영원히 종수 안에서 존재하게 된다.

 

8. 사라해미를 쫓는 게 아니라, 존재하고 실체화된 벤을 쫓는 것이 더 쉬운 종수.

 

9. 해미를 다시 만난 그날, 곧바로 종수와 해미는 해미의 집에서 섹스를 한다. 침대 아래 다용도함에서 자연스럽게 콘돔을 꺼내는 해미. 서투른 종수의 페니스에 비교적 능숙하게 콘돔을 씌어주는 해미. 나에겐 영화 전체를 아울러 꽤나 중요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통해 종수의 전반적인 심리 상황을 끝까지 -내 마음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10. 우물은 존재한다.

 

11. 벤의 집 화장실에서 종수가 발견한 분홍색 시계는 해미의 것이 맞다. 전리품이 아닌, 벤은 그저 그런(?) 물건들을 한 곳에 우르르 모아놓고 아무렇지 않은 것들인 그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보관해두는 성격같다 랄까.

 

12. 벤을 죽인 것은, 종수의 소설의 완성이다 = 사라진 해미의 집에서 혼자 습작하는 종수 이후의 장면들은 그의 소설 내지 망상.

 

13. 해미 같은 유형의 인물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사람이지만 어디에도 없는 인물. 즉, 누구나 쉽게 대면해볼 기회가 주어지는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한번 대면한 이후에는 헤어지거나 사라지거나 어쨌든 끝이 난 이후에도 비슷한 그 유형의 인물을 다시금 반드시 대면하게 된다.

 

14. 해미는 착하다/나쁘다로 설명되는 인물이 아니다.

 

15. 정상적인(?) 인간에게는 필요한 여러 가지 측면들이 있다. 공감능력, 감정이입,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사랑의 이해도, 욕구 억제, 자존감, 보편 정서에 편입하려는 노력 등등. 이 중에 한두 가지가 완벽하게 결여된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을 이상한 사람의 완전체라 일컫을만하다. 

 

16. 해미(남,녀 성을 떠나)같은 인간 부류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

 

17. 어느 큐레이터는 사라진 해미의 방에서 혼자 자위하는 종서를 일컬어 범죄행위를 짓는 아주 기분 나쁜 장면이라고 말했는데, 인간의 이해도가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큐레이터 있는지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영화 전반적으로 범죄 행위에 대한 노출이 많은데 왜 굳이? 읭?)

 

18. 나 혼자 복기하고 자위하기 위한 리뷰.

19.

 
 


예쁘리아

2018.06.11 19:54:05

리틀헝거가 그레이트 헝거를 꿈꾸다니.. ㅎㅎ

종수가 살기 위해 밥을 먹는 장면에서 나오는 역대 최악의 실업률 뉴스, 노는게 일이라는 벤의 대사, 벤이 밥을 먹는 장소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벽면에 그려진 용산 참사.. 모든것이 흑과 백처럼 극명하게 대비되어 나와서 재밌게 봤습니다. 

무엇보다 여백이 많아서 영화관 나오면서 많이 생각했네요.

hades

2018.06.12 10:32:58

아~~mowg 모그..베이시스트 맞죠?예전에 모그 1집 사서 들었던 기억이나는데..

영화음악으로도 많이 활동하셨네요?^^

뜬뜬우왕

2018.06.12 11:33:4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소설집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출간되었어요! file [2] 캣우먼 2018-09-04 550  
공지 에세이 <교토에 다녀왔습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file [1] 캣우먼 2017-08-31 12392 1
공지 에세이<자유로울 것>이 출간되었습니다- file [6] 캣우먼 2017-01-23 43531 3
공지 여행서 <임경선의 도쿄>가 출간되었습니다!! file [12] 캣우먼 2016-04-07 81512 5
공지 장편소설 <나의 남자>가 3월 1일에 출간되었습니다. file [12] 캣우먼 2016-02-29 86321 4
공지 에세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이 10월20일에 출간되었습니다 : ) file [5] 캣우먼 2015-10-19 104538 2
공지 산문 [태도에 관하여]가 3월30일 출간됩니다. file [15] 캣우먼 2015-03-27 125701 2
공지 장편소설 [기억해줘]가 출간되었습니다 : ) file [11] 캣우먼 2014-10-14 217485 2
공지 자주 묻는 질문 / 문의하기 관리자 2013-08-14 353266 2
공지 산문집 [나라는 여자]가 나왔습니다. file [40] 캣우먼 2013-04-16 379631 10
55201 첫 소개팅과 인연.. [14] 스머펫트 2018-09-20 848  
55200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지네요,.. [3] 스토리북 2018-09-19 509  
55199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 [14] 백구 2018-09-19 928  
55198 나도 참 그렇다 [3] dudu12 2018-09-19 247  
55197 보면 볼수록 마음이 끌립니다. 어떻게 다가가면 될까요? [10] Maktoob 2018-09-19 717  
55196 부모님과 안친한 집의 연인소개.. [3] 좋았던순간은늘잔인하다 2018-09-19 318  
55195 마음이 무너질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10] 구름따라 2018-09-19 682  
55194 문신을 함부로 하면 안되는 이유 [4] 로즈마미 2018-09-19 616  
55193 자꾸 화를내는이유가 왜일까요...ㅠㅠ [7] 으아아아아!! 2018-09-19 437  
55192 영화, 소설 소모임을 만들었어요 [2] 스캣 2018-09-19 270  
55191 삼십대 3년반연애를 끝내고 너무 착잡합니다 [4] 모던걸 2018-09-19 873  
55190 말잘하려면..? [2] 뜬뜬우왕 2018-09-18 339  
55189 여자들의 화장술 처럼 우리들 차도.... [2] 로즈마미 2018-09-18 417  
55188 옛날이야기 [2] 뾰로롱- 2018-09-18 213  
55187 붙잡고싶어요 [3] sadlo 2018-09-17 444  
55186 이손을 해가지구, [2] 뜬뜬우왕 2018-09-17 288  
55185 이런 내 모습은 이해해줄 수 없니 [3] 고민이많아고민 2018-09-17 464  
55184 어제 겪은 일 [26] Waterfull 2018-09-16 1030  
55183 이상한 후회 [7] dudu12 2018-09-15 563  
55182 기우... [6] 뜬뜬우왕 2018-09-15 312  
55181 직장에서의 질투에 대해 [8] Waterfull 2018-09-15 726  
55180 사랑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참 슬프네요 [8] 츠바키 2018-09-14 880  
55179 오랜만의 스몰톡 [7] 슈코 2018-09-14 351  
55178 나이많은 후임에게 필요한 자질이란 [4] 유연 2018-09-14 446  
55177 좋은 사람. [1] 몽이누나 2018-09-14 310  
55176 사자도 추위엔 ㅋㅋㅎㅎㅍㅍ [1] 로즈마미 2018-09-14 200  
55175 결혼? 결혼! [4] 아하하하하하하 2018-09-14 707  
55174 둘이 노는데 자꾸 끼고싶어하는 친구 [3] clover12 2018-09-13 410  
55173 그 친구는 저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 [14] 유연 2018-09-13 757  
55172 엄마와 딸의 입장변화 [4] 뾰로롱- 2018-09-13 258  
55171 DDONG 쟁이의 투정 (더러움 주의) [2] Chiclovely 2018-09-13 206  
55170 연애할 마음이 왜 안 들까요? [8] 구름9 2018-09-13 723  
55169 비혼선배님들 연애 어떻게 하시나요 [2] 리듬속으로 2018-09-13 595  
55168 미술관 투어 이프로 2018-09-13 175  
55167 꿈으로 인해 분명해진 현실, 뜬뜬우왕 2018-09-12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