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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5,174

 

1. 어디 어느 자리에서 영화 <버닝>이 좋았다고 말하기엔 왠지 하루키스러운 '그것'을 좋아한다는 말과 비슷한 것 같아서 말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2. 내가 생각하는 하루키스러운 '그것'은 어딘가 애매모호하고, 쉽게 말해 아! 어렵다 말하기 딱 좋은 그것인데 어쩐지 이창동의 버닝은 하루키의 원작을 각색했음에 불구하고 아, 애매모호하다 싶지만 꽤나 쉽고 직선적인 영화였다.

 

3. 그래서 더 좋았다.

 

4. 글쎄. 쉬웠던 만큼 아, 뭐지 왜 구럴까. 하는 부분 부분들은 없었다. 고개의 갸웃거림 없이 음. 음. 나는 한 번도 등장인물이 되어보지 못했음에 불구하고 행동 행동들이 이해되는 착각을 경험했다.

 

5. 연출의 노련함에 깜짝 놀란 몇 장면. 이를테면 파주의 종수(유아인) 집에서 노을 배경으로 해미(전종서)가 반나체로 그레이트 헝거의 춤을 추는 장면. 해미는 웃옷을 벗어던지고 젖가슴을 내놓은 체 춤을 춘다. 춤은 오분 정도 계속되는데, 연주 음악이 흐르고 안 흐르고의 그 경계가 너무 다름으로 느껴져 깜짝 놀랐다.

 

6. 영화를 보기 전 이창동도 이창동이지만 모그(Mowg)가 ost에 참여한 사실만으로도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모그는 가장 성공한 음악인 중 하나로 영화 <광해> <동주> <도가니> 등등.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음악으로 잘 풀어낸다. 영화를 본 나중에는 음악만 들어도 그 분위기와 장면이 다시 한번 제일 쉽게 와닿게 만드는. 

 

7. 판토마임에 취미가 있던 해미는 종서 앞에서 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없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된다는 말을 하게 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종수는 해미가 없어진 것을 잊어버리지 못한다. 아프리카에 다녀온 해미는 지는 노을을 보고 사라지고 싶었다는 말을 이후에 한다. 마침내 해미는 사라짐으로써 영원히 종수 안에서 존재하게 된다.

 

8. 사라해미를 쫓는 게 아니라, 존재하고 실체화된 벤을 쫓는 것이 더 쉬운 종수.

 

9. 해미를 다시 만난 그날, 곧바로 종수와 해미는 해미의 집에서 섹스를 한다. 침대 아래 다용도함에서 자연스럽게 콘돔을 꺼내는 해미. 서투른 종수의 페니스에 비교적 능숙하게 콘돔을 씌어주는 해미. 나에겐 영화 전체를 아울러 꽤나 중요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통해 종수의 전반적인 심리 상황을 끝까지 -내 마음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10. 우물은 존재한다.

 

11. 벤의 집 화장실에서 종수가 발견한 분홍색 시계는 해미의 것이 맞다. 전리품이 아닌, 벤은 그저 그런(?) 물건들을 한 곳에 우르르 모아놓고 아무렇지 않은 것들인 그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보관해두는 성격같다 랄까.

 

12. 벤을 죽인 것은, 종수의 소설의 완성이다 = 사라진 해미의 집에서 혼자 습작하는 종수 이후의 장면들은 그의 소설 내지 망상.

 

13. 해미 같은 유형의 인물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사람이지만 어디에도 없는 인물. 즉, 누구나 쉽게 대면해볼 기회가 주어지는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한번 대면한 이후에는 헤어지거나 사라지거나 어쨌든 끝이 난 이후에도 비슷한 그 유형의 인물을 다시금 반드시 대면하게 된다.

 

14. 해미는 착하다/나쁘다로 설명되는 인물이 아니다.

 

15. 정상적인(?) 인간에게는 필요한 여러 가지 측면들이 있다. 공감능력, 감정이입,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사랑의 이해도, 욕구 억제, 자존감, 보편 정서에 편입하려는 노력 등등. 이 중에 한두 가지가 완벽하게 결여된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을 이상한 사람의 완전체라 일컫을만하다. 

 

16. 해미(남,녀 성을 떠나)같은 인간 부류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

 

17. 어느 큐레이터는 사라진 해미의 방에서 혼자 자위하는 종서를 일컬어 범죄행위를 짓는 아주 기분 나쁜 장면이라고 말했는데, 인간의 이해도가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큐레이터 있는지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영화 전반적으로 범죄 행위에 대한 노출이 많은데 왜 굳이? 읭?)

 

18. 나 혼자 복기하고 자위하기 위한 리뷰.

19.

 
 


예쁘리아

2018.06.11 19:54:05

리틀헝거가 그레이트 헝거를 꿈꾸다니.. ㅎㅎ

종수가 살기 위해 밥을 먹는 장면에서 나오는 역대 최악의 실업률 뉴스, 노는게 일이라는 벤의 대사, 벤이 밥을 먹는 장소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벽면에 그려진 용산 참사.. 모든것이 흑과 백처럼 극명하게 대비되어 나와서 재밌게 봤습니다. 

무엇보다 여백이 많아서 영화관 나오면서 많이 생각했네요.

hades

2018.06.12 10:32:58

아~~mowg 모그..베이시스트 맞죠?예전에 모그 1집 사서 들었던 기억이나는데..

영화음악으로도 많이 활동하셨네요?^^

뜬뜬우왕

2018.06.12 11: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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