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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3,485

힙스터에 대하여

조회 505 추천 0 2016.12.30 19:40:06
며칠 전에 러패에
요즘 2-30대 취향이라는 글을 올렸고
많은 분들의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제가 소위 '힙'이라는 것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두 번씩이나 글을 싸지를 정도로
염증이 나게 된 것은 구애인들 때문이기도 한 것 같은데요.
연애 중에도 연애 후에도 그것은 저를
'시발, 차라리 촌스러웠음 촌스러웠지 뭘 저렇게 드러내고 싶어 안달이라냐.' 하는 생각에 잠기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인에게서 보이는 과시욕구에 정이 떨어질 때도 있었고
21세기를 사는 도시인들에게서는 '힙'이라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인가 체념하기도 했습니다


뭐 아무튼 지금은 다 구애인들이지만
너무나 트렌디한 사람은 애인으로 두기 참 저는 힘들더군요
정확히 얘기하면 남들에게 그런 걸 과시하는 게 너무 꼴보기 싫었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애인이라 할지라도요


밑의 글은
어제 잠 들기 전 웹서핑을 하다 읽게 된 글입니다.
밴드 검정치마의 조휴일이 썼다는 글인데
글을 참 재밌게 써서
읽다가 저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되더군요


글을 인용하자면
'부모님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여자와 위장연애를 하는 게이청년의 흔들리는 자아처럼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너무 주위 것들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좋으면 되는 겁니다
내가 행복하면 되는 겁니다
누가 나의 well being을 알아준다고 해서 내 well being이 배가 되고 그러진 않은 것 같습니다


주절주절 말이 길었네요
긴 말 않고 조휴일의 글 보여드릴게요




《아아. ‘힙’
드디어 이게 들리기 시작한다. 예전에 잡지 에디터들이랑 사진작가들만 열심히 ‘힙스터’ 란 단어를 쓰는 걸 보고 '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 보다 좀 빠른걸 감안한다면 적어도 5년 뒤엔 모든 사람들이 힙을 남발하겠구나'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그게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힙스터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라니. 미리 밝히지만 이건 내가 남들보다 먼저 알았고, 또 옛 저녁에 완전히 졸업했다는 지극히 힙스터스러운 글이다.

20대 초반, 당시 난 한두가지만 빼고는 다 갖추었던 것 같다. 나의 냉소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자주 써야되는 단어들과 적어도 가끔은 언급해줘야 되는 작가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워낙 내 밑천이 없었기 때문에 실천하기 힘들었고, 식단이라던가 옷, 친구들, 헤어스타일, 음악이나 영화취향 등 비교적 가지기 쉬웠던거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노력을 했었다. 지금도 치즈버거 대신 잔디 같은걸로 만든 스무디를 먹으며 자위하던 나의 멍청한 젊음을 회상하면, 그건 마치 부모님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여자와 위장연애를 하는 게이청년의 흔들리는 자아처럼 위태로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내게 그 끝은 어느날 갑자기,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었다. 내 힙-중-힙 친구들 중, 도서관에서 일하는 왕고 힙스터가 구워주는 씨디를 받으러 갔던 어느날이었다. 씨디를 건내주던 그에게서부터 나는 이상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속칭 ‘츄리닝 바지 남자들 (sweatpants dudes)’ 에 관한 얘기였다. 그가 말하길, 요즘 브룩클린에서는 공연을 관람하는 도중 뒤를 돌아봤을때 나무꾼처럼 수염을 기른 남자가 홀연히 츄리닝 바지를 입고 나타나 맥주를 홀짝이고 있으면 그 밴드는 무조건 뜬다고 봐야 된다고 했다 (겨우 요즘들어 나무꾼 수염이 누-힙스터들의 필수조건이 된 것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미치도록 빨랐는지 알수있다). 100% 사실이었지만 그땐 너무 믿기 힘든 얘기라서 그게 얼마나 웃긴건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원래 패션에 민감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노력했던 초반에 비해 ‘츄리닝 바지 남자’ 들 얘기를 들었을때 즈음 난, 이미 옷 입는거에 좀 시들해져 있었다. 그것도 그럴것이 대학가 주변에서는 거지 같은 구제 할아버지 옷이랑 여자 청바지 같은 걸 입을수록 발걸음이 가볍고 당당했는데, 방학해서 동네를 다닐땐 내 눈에도 내 꼴이 ㅂㅅ같아 보이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그런데 츄리닝 바지라니. ebay 에서 산 70년대 스타일의 트레이닝복도 아닌 아닌 월마트에서 산 츄리닝 바지라니. 그것도 엑스라지 사이즈로. 나같은 개미들은 엄두도 못내는 한계점에서 그들은 그렇게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한껏 츄리닝을 부풀린채 서 있었던 것이다. 박수 같은건 칠 생각도 없었을테니 어쩌면 당연히.

힙스터의 정점, ‘아이러니’ 는 아직까지 많이 정착되지 않은것 같은데 이건 시간문제일 뿐, 아무리 한국이라고 해도 결국 그 끝엔 츄리닝 같은게 있지 않을까. 지금이야 좋은게 좋겠지만 이제 곧 과도기를 지나 복고도 더 이상 복고가 아닌게 되고, 인터넷에 잠뱅이 초기 디자인의 오리지널 데님 같은걸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면, 결국 나중엔 힙스터 먹이사슬 제일 위에 위치할 apex 힙스터들은 백정처럼 수염을 기르고 빈폴 로고가 크게 박힌 옷을 입을것을 예측해 본다. 이런 아이러니는 힙스터 문화에서 (라고 쓰고 웃는다) 꽤 중요하다. 간단한 예를 들어 인디 음악은 너무 뻔하니까 옷은 그대로 인디처럼 입은 채 정작 누군가 좋아하는 음악을 물어보면 엘튼 존의 광팬임을 자처하거나 80년대 메탈밴드의 계보를 줄줄이 꽤는 것. 아니면 반대로 미친놈처럼 스파게티가 묻은 난닝구에 츄리닝 바지만 입고 다니지만 말할땐 섬세하고 부드러운 언어를 구사하며 음악은 초 인디스럽게 듣는 것 같은 거 말이다. 다들 처음엔 남들이 모르는것을 추구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피곤할 정도로 흔해졌고, 나중엔 남들이 안하는 걸로 가야만 겨우 눈에 띌수 있을 정도로 힙스터 포화상태가 되었을때, 츄리닝 힙스터들은 마치 모든것을 초월한듯 우리를 비웃으며 상상도 못할 공식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자신만의 아이러닉한 캐릭터를 구축한다는 건 즐거운 만큼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도 허언증처럼 계속하다 보면 진심으로 그걸 믿게 되고 결국엔 취향이 되어버린다. 내가 힙합을 즐겨듣게 되고, 지금까지도 엄청 구린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아마 어느정도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츄리닝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애버크롬비 앤 핏치 옷은 처음 나왔을때만 해도 그 옷을 입는 재수없는 부류가 학교에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펑크였던 나는, 어렸을때 부모님이 애버크롬비 옷을 선물해 주시는게 끔찍하게 싫었었다. 마커로 칠하고 못 알아볼 정도로 찢은뒤 옷핀으로 이어서 입은적도 있고, 심지어 친구한테 돈을 받고 판적도 있다. 하지만 좀 크고 옷에 흥미를 잃으면서부터는 부모님이 사주시는 옷이면 그냥 다 감사히 잘 입고 다니게 되었다. 물론 그중엔 애버크롬비 옷도 포함되어 있다. 근데 하필 제작년 부모님이 사주신 애버크롬비 자켓이랑 미국에서 삼촌이 보내주신 홀리스터 츄리닝 세트를 위아래로 열심히 입고 다닐때부터 갑자기 티비에서 사람들이 ‘아베좀비’ 어쩌구 하면서 말도 안되는 걸로 놀리는게 아닌가. 중학생도 아닌데 고작 옷 때문에 기습공격을 당한 것 처럼 나는 마음이 좀 아팠지만 지금까지도 잘 입고 다닌다. 항상 만화 캐릭터처럼 옷을 입을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같은 티와 바지를 입는게 이상하지 않게 말이다. 그래서 흰셔츠와 검은바지만 벌써 수십벌을 구매했지만 흰셔츠란게 또 라이터, 우산, 아니면 피크 같은거라서 아무리 사고 사고 또 사도 귀신같이 없어지고 또 귀신같이 생긴다.

‘힙’은 볼드모트의 이름 같은 것이다. 고레벨로 가기 위한 힙스터 최후의 생존 게임에서는 힙이란 단어를 쓰는 순간 지기 때문에 (뒤에 ‘합'을 붙일때만 제외하고) 오늘 나 같이 힙을 여러번 반복해서 언급한 경우에는 이미 힙스터의 자격을 모두 잃었다고 봐도 된다. 따라서 누군가 그대에게 힙스터 관련된 얘기를 한다면 꼭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게 뭔데?" 라고 물어야 한다. 그래야 이길수 있다. 어려운 싸움이겠지만 ‘힙’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때 당신은 진정한 힙스터로 거듭날 수 있다. 이제 곧 웰빙이나 힐링이랑은 규모가 다를 힙의 대홍수속에 던져질 우리에게 행운을 빈다.》

moroccotea

2016.12.30 19:55:55

전 '힙함'이라는 개념과는 상관없이,

누군가 자신의 취향이나 선호를 자유롭게, 눈치안보고 드러내는 게 좋아요.

애인이나 친구가 취향이나 선호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과시욕구로 보여도 어느정도까진 귀엽지 않나요? 과시를 넘어서 가르치려드는 건 정말 싫지만.ㅎㅎㅎ


goingon

2016.12.30 20:05:11

겅계가 참 모호한데
취향과 과시의 그 어디쯤인데.. 그냥 그걸 감당할 만한 깜냥이 안 됐던 것 같아요 제가

뭉게뭉게

2016.12.31 16:43:23

이 글 재밌어요! 그런데 그 불편한 취향인지 과시인지.. 라는 것이 '힙'에만 한정되는 것인가요? 다른 취향은 안 불편하시구요? 

goingon

2016.12.31 17:17:41

저도 남이 좋아하는 음악 영화 알게될 때 매우 즐겁고 호기심이 당깁니다

잘 생각해보면 제가 싫어했던건
힙이고 뭐고를 떠나서 그냥 과시였던 것 같아요
그런 성향의 애인들과는 전혀 깊은 관계로 갈 수 없었구요, 몇 달도 안돼서 헤어지고 그랬네요


적당히 하면 좋은데
'난 좀 달라' 하는 분위기를 과하게 풍겨서 부담스러웠달까
sns에 그런 분위기를 풍기기 좋아하는 것도 전 너무 피곤했고요 연인으로 두기는

나 말고 다른 누구나 이성에게 내가 이렇게 감성적이고 멋있으니 좀 알아달라 관심을 구걸하는 듯 보여서 그런 것 같아요

corona

2017.01.02 15:10:58

푸하하하 한때 힙스터 추종자로써 감정이입되서 너무 재밌네요 


재밌는 짤막한 에세이? 읽는거같아요 

어디서 보신건가요? 

검정치마 조휴일이란분의 블로그? 가면 읽을수있는건가요? ㅋㅋ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issTheSky

2017.01.03 23:41:45

이글보고 '힙'이란 글자가 떠올라서 찬구한테 요쪽 동네가 요즘 힙한곳이라고 했더니 비웃음 샀네여 ㅡㅡ

원래 힙을 입밖에 내면 안되는건가보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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