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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4,336

안녕하세요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헤어진 20대 후반 직장인입니다.

오늘 업무가 없어서 이런 저런 생각하던 틈에 답답해서 러패에 들렀어요. 역시 이별 뒤엔 빡시게 바빠야되나 봐요.

현재 이별 후 사태파악 단계인거 같아요

며칠전엔 집에서 같이 노는 꿈까지 꿨어요. 너무 생생해서 일어나자마자 '자기 오늘 내 꿈에 나왔어!'하고 카톡 보낼뻔.

(아 맞다 나 헤어졌지 하하..)

계속 마음이 계속 끙얼부르렁부륵륵...속 쓰리는 느낌 뭔지 아시나요? 헤어지는 과정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라 적어봅니다. 

그 친구는 열댓명 모인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중 친한 오빠가 후배라며 데리고왔는데, 
보자마자 '아, 반했다' '내꺼다' '소유하고싶다' 이런 웃긴 감정들이 막! 맘속에서 빵빠레가 터지는거에요. 오죽하면 같이 있던 친한 언니가 카톡으로 '사랑에 빠졌구나'라고 하더라구요. (그 때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미소짓고 있네요)

그렇게 흩어지고 얼마뒤에 단둘이 만났는데 이 친구가 먼저 사귀자고 하더라구요. 조금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좋으니까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그 친구는 어찌보면 어린 시절 일 때문에 잘 못된 길로 갈 수도 있었을텐데 정말 잘 자란 친구였어요. 자상하고 성실하고 예의바르고, 책임감 있고. 자기 동창들이나 선배에게 저를 소개시켜주기도 해서 더욱 신뢰가 갔죠. 

딱 한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자주 아프다는 거였습니다. 원래 위장이 안좋다며 저랑 같이 있을 때도 배를 부여잡고 있는 일이 잦았고, 주말이면 저를 만나긴했지만 어딘가 돌아다니는 건 원치 않는 눈치였어요. 저랑 사귀기 전에는 거의 집 밖에도 나가지 않았었다고. 저랑 같이 본 친구들도 거의 일년여만에 보는 거였구요. 잠자는 시간 외엔 집에 붙어있지 못하는 저랑은 많이 달랐지만 평소에 많이 피곤했구나 하고 생각하고 일부러 집에서 데이트하기도 했어요.

가장 걱정되는 건 항상 챙겨 먹는 약이 있다는 거였어요. 영양제 같은 게 아니라 병원 처방약이요. '나 약 먹고 올게'라고 말하지만 먹는 모습은 안보여주려했구요. 어디가 아파서 먹는 지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두달쯤 됐을 때 그 것이 공황장애 약이라고하더라구요. 중학교부터 복용해왔다구요. 다행히 절 만날 때는 증상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는데.

서치해본 결과 상시적인 복통, 집에만 있으려 하는 습성이 해당 병의 증상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는 의사가 아니기에 그 병을 잘 모르기도 하고, 그 친구도 의식하지 않길 바래서 평소처럼 만났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금요일 제 친구들과 다 같이 만나서 재밌게 놀았어요. 그 주 주말은 데이트하지 않았구요. 근데 여자의 직감이랄까... 원가 느낌이 쌔 한게... 일요일 저녁, 머리가 아파 먼저 자겠다고 말하는 그의 말투에서 이별 냄새가 나더라구요...

바로 다음날 아침, 그 친구 카톡 프사가 블랙으로 바뀌었어요(원래 저랑찍은 사진...그전에 제가 나온 사진들도 다 지웠구요)
심장이 철렁해서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몸이 안 좋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고요. 그리고 하루종일 연락이 없었습니다. 전 제가 그 친구 병에 대해 너무 무신경했던 게 아닌가 인터넷으로 서치해보면서 미안한 맘이 들었어요.

그날 밤 그 친구가 전화로 얘기하길 아픈 것 때문에 맘이 복잡한 것도 있지만, 20대초반 연애하면서 느낀 감정이 들지 않는대요(그친구는 저랑 같은 20대 후반이에요). 한 마디로 스파크가 안 튄다는 거죠. 사귀면 항상 보고싶고 그래야하는데 집에서 쉬고싶은 맘이 더 큰 게 이해가 안 된대요. 서로 극내향, 극외향적인 성향도 맞지 않았고.

그래서 어떻게했으면 좋겠냐고 물어봤더니 기다려달래요. 제가 좋은건 사실이니 나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요. 그리고 다음날인가 역시나 헤어지자고 얘기하더라구요. 맘 약한 친구라 주저리주저리 좋은 말 많이 해줬는데 그냥 '그래'하고 말았어요....

제가 이해가 안 가는 건 너무너무나 갑자기란 거에요.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 해주지. 그 친구랑 예전에 직장 룸메이트였던 오빠(저랑도 친한)에게 물어보니 감정기복이 심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바로 어제까지 손잡고 장난치던 연인이 하루아침에 블랙 프로필이미지로 커튼쳐버리니 멘탈 강한 저도 심란하네요. 

이미 이별한 게 팩트니 돌이킬 순 없지만, 저하고 헤어지고 싶었던 데 그 심리적인 문제가 영향을 끼친 건지 궁금해요. 에휴 빠지게 하지나 말지. 그리고 공황장애라는 병에 대해서도...혹시 러패님들 주변에도 같은 마음의 병을 앓고 계신 분이 있나요? 10년 넘게 약을 먹을 정도로 완치가 어려운 병인지, 연인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케이스가 워낙 다양하기에. 성숙한 러패님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belongtou

2016.12.28 18:55:08

개인적 의견입니다만
그 분이랑은 애초에 여기까지 하신 게
본인에게 더 나은 결과 아닐런지요

위기에 빠진 그를 구하는 히로인이 되고 싶은 그런 맘은 뭐 연애하면서 한번쯤은 드는 맘이니까 이해하는데요

그냥 밝고 웃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분을 만나는 게 글쓴님에게 좋을 것 같아요

더군다나 남자분이 먼저 그만하자 했으니 아쉽겠지만 잊으시는 편이 빠를 것 같네요

belongtou

2016.12.28 18:57:44

너무너무 갑자기 그런 말을 꺼냈다는 건
최대한 좋게 생각하면 정신적인 예민함으로 가늠하기 매우 어려운 남자라는 뜻이고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상대에 대한 마음이 거기까지라는 거죠
예의나 상황 같은 거 따지고 잴 필요 없이 자기 마음이 편한게 우선인.

envogueee

2016.12.28 23:05:28

자기도 미안하다는데 할 말이 없더라구요 ..ㅠ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nakama

2016.12.28 19:18:42

첫눈에 반한거라면 이유는 외모겠죠.
외모는 확실히 오래못갑니다.그걸 받쳐주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성격.가치관같은거자나요.
우수에젖은 상처받은 정우성의 눈빛...
그거 얼마못가 질립니다. 서로 어두워지다 결국 싸우게되요.

envogueee

2016.12.29 09:10:10

워후..압도적인 외모였죠ㅋㅋㅋ 만나고부터는 매너라든가 마음씀씀이가 더 좋아졌었는데. 힝.. 조언 감사해요^^

쌩강

2016.12.28 19:27:58

추천
1

일단 아픈 사람이 정상인 사람 마음을 상상하는 것도 힘들고

정상인이 아픈 사람 마음을 상상하는게 힘들다는 것을

받아들이셔야할 것 같아요.


손으로 두 팔을 벌려서 원을 만들고 나서

그 만큼이 내가 이 세상에서 이해하는 정도다.

라고 생각을 해보면

그 친구는 그 안에서 단 0.1%도 교집합이 없을 거예요.


그래서 그럴꺼예요.

더 깊은 병리는 각각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그 병리가 생긴 환경이 하루 아침에 생긴 것도 아닐테고

그 친구는 이 삶이 완전한 전쟁터일거예요.

매일 전쟁을 치루는데 이 사람은 내 편에서 같이 전쟁 치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얘가 내면 깊숙히 침투해서 나를 더 치명적으로 찌를 수 있는

적이라는 것을 본인도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에

이별을 선포했을 것이고

왜 님이 적이 되었는가는 전적으로 님 잘못일 수 없고

그분의 정신 병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잊으라고. 충고하고 싶어요.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이 주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요.

앞뒤 안보이게 안개가 낀 절벽에서 노래를 부르며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사이렌같은 존재들이라

보통 인간들이 그 절벽앞을 지나고 나면

"살아 나가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

현명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요.

envogueee

2016.12.28 23:11:45

와닿는 말씀 감사해요. 그 친구가 항상 저한테 말하는 뉘앙스가 넌 참 잘 돌아다닌다 밝다 긍정적이다라는 느낌? 공감되는게 없었을 거에요. 잊어야죠 ㅎ 당분간은 여운이 많이 깔려서 자꾸 생각날 것 같긴 하지만요 아 속쓰리드....

술먹언?

2016.12.28 19:32:42

추천
1
지금 여자친구가 공황장애인데.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약을 먹을정도면 심한거라고 하더라구요. 불안하지 않아도 될거에 불안해하고 우울증 같이 감정저조가 자주 나타나고. 자기감정을 스스로도 잘 알지못하는...? 뭐 그런 기질도 같이 가지고 있더라구요. 그렇지만 그런 기질이 나쁘기만 한것은 아닌것 같아요. 누구보다 진심으로 순수하게 좋아해주는것도 그런 기질에서 나오는 것일테니까요. 다른건 뭐 따로 말씀드릴께 없네요

envogueee

2016.12.28 23:04:19

좋은 말씀 감사해요! 이성친구가 같은 아픔이 있으시다니 공감이 많이가요.

슈팅스타

2016.12.29 01:05:59

저랑 비슷한 분 같아서 댓글 남겨요.
긴 글인데 재밌게 쓱 읽었네요.
마음 속에서 울리는 빵빠레라 ㅠㅠ 너무 선덕 거리고, 제가 다 설레요.......
근데 말이예용. 저는 공황장애를 겪지않아 그 고통을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만큼의 원인은 못 되는 것같아요. 위에 분들 처럼 이분과는 여기까지 였던 거고 의미부여하지말고 아쉬워하지말고(힘들겠지만..) 잊으시는게 글쓴님에게 좋을 것 같아요.
힘내세요 :) 글 쓰신거보니, 또 맘에드는 상대한테 사귀자는 말까지 들을 정도면 글쓴님 상당히 매력 있는 분 같아요. 우리 사랑받으면서 삽시다 ㅠㅠ.
계속 속상하시면 쪽지주세요. 시시콜콜하게 위로해드리고 말 동무 되어드릴게요!

envogueee

2016.12.29 09:17:14

추천
1
긴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 친구 만나면서 저도 덩달아 집순이 생활했었는데 열심히 놀고 친구들 만나면서 잊으려구요! 본연의 저로 돌아가성 ㅎㅎ

오드뚜왈렛

2017.01.02 16:06:26

비슷한 경험있어 댓글남기고 갑니다. 그래도 여기서나마 약을 복용해왔고,

솔직하게 작성할 수 있어서 부럽습니다. 전 그 친구가 약을먹는걸 제주변인은

아무도 모르고 저만 알았던 경우인데 보여주는 모습이 이 사람 성격인건지,

5년정도 먹어왔던 약때문인지 분간이 안되는 상황까지 오더군요.

저도 어느저도 외향적인 성격이어서 일하면서 한달에 2-3번 정도는 약속이나 모임을

가졌는데 그친구 만나면서 지난달에는 한달에 한번도 약속이 없었어요.

어젠 결혼이야기하다 결과적으로 그친구가 열폭하는 모습을 봤는데

속으로 드는 생각이 성격인가, 약때문인가 싶더군요.

아프다는건 정말 뭘까요? 누구나 한군데 이상은 안좋고 아픈데

약을 복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그사람이 더 아프다고 느끼고 생각하는 제가 싫으네요 참..

그래도 결론이 난 것 같아 부럽습니다. 

감귤

2016.12.30 01:03:09

공황장애가 정신질환중엔 고치기 쉬운 병이에요. 약먹으면 일상생활 무리없이 할수 있어요. 그런데도 집에만 있으려 한다면 체력적인 부분도 안좋거나 다른곳도 아플 가능성이 크네요. 몸이 아프면 다른데 신경쓰기도 힘들어서 연인의 존재가 부담됐을수도 있고, 확실한건 그분은 연인보다는 자기 몸이 먼저라는거죠. 그정도면 글쓴이님도 다른분 만나는게 훨 나을것 같아요. 저도 공황장애 앓았고 아파서 데이트도 잘 못했지만 그래도 이별은 싫었어요.

모험도감

2016.12.30 10:34:32

친구가 공황장애가 있었더라고요. 너무 애처롭게 대하지 않으려 노력하긴 하는데. 알아서 약도 챙겨먹는 것 같고 전보다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도 하고. 제가 바빠서 따로 내용 찾아보고 그러진 못했거든요. 고치기 쉬운 병이라니 우선 안심이 됩니다. 힘겹게나마 이겨내신 것 너무 (생면부지지만 인간적으로) 든든하고, 어려운 얘기 나눠 주신 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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