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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5,244

 

 

1. 여러분들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니면 이상화하여 그 사람을 바라보시나요? (일종의 숭배 대상으로?)

 

저는 확실히 후자 쪽이 좀 강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우리 남푠은 누구나 그렇듯 장점도 가지고 있고, 단점도 있는 사람이에요.

장점이라고 하면... 리더십, 행동적, 결단력, 근성, 순수함, 헌신성, 성실함, 온화함, 큰 키와 근육질의 몸매(?)가 되겠구요...

단점이라고 하면...지적인 호기심 부족, 약간의 과대망상, 고집 (이건 장점도 되지만), 

 그리고 나날이 조금씩 불어가는 배 ㅋㅋ 이 정도 되겠네요.

 

그런데 사실 저는 남편의 장점은 대단히 부각시켜서 보고,

단점은 많이 축소시켜서 보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약간은 일부러(?) 더 그러는 것 같기도 해요.

 

예를 들어 남편은 매우 정직한 사람이라는 '이상화'를 하고 있는데,

같이 살면서 종종 발견되는 남편의 작은 거짓말들을 보면

(내 비싼 샴푸 몰래 안 썼다고 하는데, 그의 머릿칼에서는 장미 향기가..)

 

"뭐야, 거짓말 쟁이잖아" 이렇게 결론 내리는게 아니고

"아, 이 사람은 참 정직한 사람인데, 내 샴푸가 진짜 써보고 싶었나보다..."

이렇게 조금은 객관적이지 못한 결론을 늘 내리는 것이죠 ㅋㅋㅋ

 

연애할 때는 나름 비판적이고, 칼 같은 판단력을 늘 겸비하려 애썼는데 ㅋㅋㅋ

결혼하고 나니 좀 바뀐 것 같아요. 

오랫동안 케미스트리를 유지하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이미 내린 선택에 대한 정당화의 욕구인지도 모르겠지만요.

 

2. 그래서 사랑을 보통 '콩깍지'로 비유하잖아요.

그리고 콩깍지가 벗겨져야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인다고들 하구요.

 

그런데 반대로 어떻게 보면 사랑이 그 사람의 진짜 '본질'을 엿보게 해주는

신이 선물해 준 신비한 매개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어요.

즉, 죄악으로 얼룩 된 이 세상으로 그의 영혼이 떨어지기 전,

천국에서 누리던 그 사람의 영혼의 본질(?)을 보게 해주는 렌즈가 '사랑'이 아닐까 하는...

(쓰고 보니까 오글오글 ㅋㅋㅋ 죄송)

 

그러니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될 때,

우리 눈에는 콩깍지가 씌이는 것이 아니고, 망원경 같은 것이 주어지는 것이죠....

엷은 베일이 살짝 벗겨지는 것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구요.

 

한 사람을 볼 때에, 정말 자세하게  들여다보아야만 볼수 있는 것들을 보게 해주는...

(즉, 인간의 죄때문에  가려져 있는 영혼의 선함을 보게 해주는?)

유일하게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 아닐까요.

 

3.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 중에 '라만차의 사나이'란 작품이 있는데요. (강추 강추)

돈키호테는 창녀인 알돈자를 귀부인 둘시네아로 착각하여, 그녀를 숭배하지요

그녀의 고귀한 아름다움과 기품을 온갖 미사여구를 동반하여 찬양하는 돈키호테를

그녀는 처음에는 어이없어하고 멸시하고, 나중에는 이것도 폭력이라며 고함을 치지만

종국에 돈키호테의 임종을 지켜보던 그녀의 마지막 대사는 "내 이름은... 둘시네아!" 이지요.

 

모두가 창녀라고 멸시하고 무시하고, 심지어는 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그녀였지만,

유일하게 자신을 귀부인으로 바라보고,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준 돈키호테 덕분에 (비록 미치광이긴 하지만)

결국 진짜로 자기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 버린 거구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도 포레스트가 사랑하는 제니라는 여자가 있지요.

제니는 모두가 싫어하는 왕따에게 버스 옆자리를 허락하는 착한 아이지만

열악하고 폭력적인 가정 환경에 따라 조금씩 타락하게 되지요...

(쉽게 몸을 주고, 나중에는 마약에도 중독되고, 자살 기도도 하게 되는...)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다시 만난 포레스트는 여전히 그녀를 공주님처럼 대접하지요.

그에게 있어서 제니는 언제나 자신에게 상냥하게 손을 내밀어 준 천사 같은 존재이고,

아무리 그녀가 부정해도, 그에 상반되는 행동만 일삼아도,

왜 이런 나에게 잘해주냐고 물어도, 그는 고집스럽게
"Because you are my girl!"이라고 외치니까요.

 

그 때문인지 결국 제니는 다시 자존감을 회복하고, 직장을 얻고, 아이를 키우며

에이즈로 죽는 그 날까지 포레스트와 행복하게 살다가 삶을 마감하게 되구요.

 

근데 여기에서 중요한 건, 이들이 미치광이와 바보라는 것... (미치광이니까, 바보니까 그럴 수 있었던 거죠)

어쩌면 그래서 이 작품들이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다고 느껴요.

 

 

4. 얼마 전에 러패에서도 비슷한 고민 글이 올라온 적도 있었고

암튼 평소에 많이 생각해 보던 주제라 적어봤어요.

(도대체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하는 걸까.

대체 일은 언제 하고, 돈은 언제 버는 건지 저도 이런 제가 신기해요 ㅋㅋ)

 

사랑하는 상대를 이상화하는 일.

이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일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 모두가 너무나 필요로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콩깍지일 지언정 끝까지 나를 믿어주고, 나를 아름답게 봐주는

바보같은 그 한 사람이 그리워서

우리는 항상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러패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꼬꼬리코

2014.05.22 11:25:01

구구절절 와닿네요. 역시.. 엄지 척!ㅎ

Adelaide

2014.05.23 14:45:02

공감하신다니 저도 좋네요 :)

joshua

2014.05.22 11:27:46

 

Adelaide

2014.05.23 14:46:05

ㅋㅋㅋㅋㅋ 저도 이상화라고 쓰긴 했지만 스스로는 매우 객관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야옹아걸어봐

2014.05.22 11:33:33

저 또한 남편을 일정부분 이상화시켜서 보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눈에 거슬리는 단점은 일부러 좀 모른체 안본체 하는 경향도 있고요. 

(이건 상대방을 존중해서라기 보단 내 심신의 평화를 위해서 ㅋㅋ)

한사람과 오래도록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객관적 시각과 이상화가 어느정도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사랑이란 이름으로 묶여있는 관계라면요.

 

Adelaide

2014.05.23 14:46:49

'조화'라는 말이 핵심 같네요.  :)

근데 눈에 자꾸 걸리는 단점은 어케 해야할지... (배...)

ahjviolet

2014.05.22 13:17:16

추천
1

저도, 비슷한 듯 해요.

 

물론 연애 시작할때 그의 장점이 80이었던 것을 120화 시켜서 보았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100의 형태로 줄어들겠죠.

단지, 80은 변하거나 달라지지 않는 다는 것, 내가 원한만큼 부풀리고 줄이고. 하는 것 같아요.

(아! 물론 요즘 투닥거릴때는 80도 없어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더라구요.)

 

그냥 이건 여담인데,

저희 부서에 얼마전 결혼한 남자사원이 하나 있어요. 신혼3달정도?

근데 이사람 너무 참견이 심해요. (성격이 저랑 완전 맞지 않는 스타일.)

게다가 결혼과정을 시시콜콜 보고(?)하듯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절대 물어본적이 없는 예물시계 가격까지도;;)

뭔가 옆옆옆 사람이 말하는 것에 무조건 아는척을 해요. 정확하지도 않은 지식으로 말이죠.

근데 결혼 전 이친구가 데려온 와이프가 저녁 식사자리에서 그랬다고 하더라구요.

자기 남편 대화가 너무 잘통하고 섬세하고 배려심 넘친다구... 그니깐요.

 

이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그러다가 120이 사라지고 80만 남았을 경우에.

도대체 이건 뭐지?라는 경고창을 너무 크게 받아들여 헤어지기도 하죠.

그냥 저는 늘 애인을 보면서 그래요..

아..내가 이사람을 참...크게 보고 있구나. 라구요.

그러니 어느순간 줄어들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나 또한 그에게 그런 사람일테니까. 싶어요-

Adelaide

2014.05.23 14:49:35

요즘 결혼 준비 하시느라 많이 힘드시죠. 힘내세요!!

 

남자 사원님 얘기 재밌게 읽었어요. 주변에 은근히 보이는 유형인데,

누군가는 저를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

그래도 배우자 욕하고 다니는 사람보단 팔불출이 낫지 않나요? :)

 

"120이 사라지고 80만 남았을 때"

그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어쩌면 성공적인 결혼생활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네요...

라따뚜이

2014.05.22 14:21:50

공감가요 히히

(똑같은 성질이라도 장단점이 있다는 전제하에) 제가 무조건적으로 싫어하는 점이 있는데 그 점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갖고 있다면 특징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고 이해하게되고 결국은 그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해요. 다음 번에 그 특징 가진 다른 사람을 만나도 무조건적으로 싫은 게 아니라 다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반응이 오더라구요.

역시 사랑을 하면 세상이 아름다워지나봐요 :)

Adelaide

2014.05.23 14:56:00

라따뚜이님 댓글에 완전 공감가요 ㅋㅋ

 

저는 책 많이 안 읽고 지적 호기심이 별로 없는 사람을 진짜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남푠 만나고 나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남편의 순수함과 담백한 심플함이 어디서 오나 했더니,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음에서 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는 많은 생각을 해서 겨우 도달하는 결론에, 남편은 별 생각 없이

이미 그 결론에 도달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ㅋㅋㅋ

"그걸 알아내는데 그렇게 많은 생각이 필요해?^^" 이런 표정으로...

 

아무튼 이게 이상화인지 정당화인지, 아니면 오히려 시각이 넓어진 것인진 모르겠지만

무조건적인 싫음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NOTICA33

2014.05.22 15:07:35

참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Adelaide

2014.05.23 14:56:11

감사합니다 :)

그린블루

2014.05.22 15:51:40

너무 공감해 자연스럽게 추천 버튼을 누르고 말았네요! 특히 돈키호테랑 둘시네아, 정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네요.

Adelaide

2014.05.23 14:56:28

기회가 되시면 뮤지컬도 강추해요~ 넘버들이 다 너무 좋답니다 ㅋㅋ

밍ing

2014.05.22 16:45:29

의학적으로 볼때도 콩깍지가 쓰인 사람의 뇌에서는 측좌핵의 보상회로가 도파민에 의해 자극되어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합니다 ~

Adelaide

2014.05.23 14:56:47

ㅋㅋㅋ 의학적인 분석까지.... 감사합니다!

쿠쿠루쿠쿠

2014.05.23 02:37:48

ㅋㅋ 그런 말도 있잖아요~ 나는 내가 생각하는 너를 사랑하고 너는 네가 생각하는 나를 사랑하고.. 어느 부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ㅋㅋ

그보다도 예시로 드신 거 포레스트 검프랑 돈키호테는 처음 보는 이야긴데.. 저 완전 감동!!!
몇일 전에 꿈을 꿨는데 딱 저 이야기ㅜㅜ 제가 꿈에서 결혼할 남자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덜 사랑했던 듯) 제 친구가 저를 정말 많이 사랑해주었어요. 정말 헌신적으로? 구체적으로 기억은 안 나는데.. 제가 결혼하는 거 알면서도 꾸준하게 항구하게 저를 사랑해주었어요. 왜 나를 이렇게 사랑하지? 그 바보같은 모습을 보고 꿈에서 펑펑 울어버렸다는..현실에서 내가 우는 걸 인식할 만큼!!!
당최 이게 뭔 꿈인지 모르겠어요. 개꿈일 수도 있지만 내가 이런 거 많이 바라고 원했었구나 느꼈어요.
흑흑 님의 마지막 말이 너무 와닿네요

Adelaide

2014.05.23 15:00:47

저도 그래요. 사실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거의 그게 전부인거 같아요.

무조건적인 보호, 믿음, 돌봄, 그런거요...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사랑에 대해 정말 쿨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사랑하는 사람한테 뭐 그리 바라는게 많냐,

서로 협력해 가는 관계이지, 서로 돌봐주거나 지켜주는 관계는 아니다 등등

 

그렇지만 저는 그렇다면 사랑이고, 결혼이고,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요.

아무튼 내가 많이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인정하고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그나마 더 쉽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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