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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5,243

저는 남자입니다. 아마 지난 두달 동안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에 시달렸고 지금도 화가 잘 풀리지 않습니다. 엄격히 생각해보면 저또한 이 여성혐오의 혐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남성입니다. 하지만 이 땅에 태어나 교육을 받고 자라면서 이렇게 만연하게 여성혐오가 당연시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두 달 전에 깨달은 것 같습니다.


두달 전에 좀 큰 갈등이 있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인 반의 회식자리였습니다. 자리는 이미 3차였고 모여있는 사람들은 소수였습니다. 그 중 신입부원 중 하나가 야한 예능에 대한 얘기를 했고 마녀 사냥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이 마녀 사냥이 재미있긴 했지만 , 장동민 또는 학교 오리엔테이션 성희롱 문구 처럼 성적인 얘기를 재미로만 하다가 크게 문제가 벌어질 수 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자리에 앉은 조금 안면이 있던 후배가 입을 뗐습니다.' 난 반대야, 미국에서는 like a virgin'이라고 해도 문제없는데 장동민만 유난하게 까인 것 같다' 장동민이 무슨 발언을 했는지 아신다면 이 말에 분노가 나지 않을 수 가 없었습니다. ("처녀가 아닌 여자는 다 개보년. 여자는 참 멍청하게 성경험을 말하고 다닌다."는 발언.) 하지만 일단 화를 내기보다 그 사례가 완전히 틀렸다고 했습니다. 그건 마돈나의 노래제목이고 너가 말한 맥락이 전혀 아니라고. 


그러자 그 친구는 흥분하더니 그럼 다 치우고 자기 얘기를 해보자며 저에게 '넌 처녀가 좋냐 안 좋냐 '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엉뚱한 전환에 이건 우리가 하던 얘기의 흐름과 맞지 않고 비윤리적이다 라고 하니 , 어차피 취향에 대한 얘기인데, 자기 얘기를 해보자고 강요하더군요. 그래서 할 말을 잃고 화를 내리누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말싸움 전에 옆에 있던 여자후배의 팔을 만지는 걸 보면서 계속 화가 나있던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근데 더 흥분하며 '봐봐 이 사람은 자기 얘길 안해 어려운 소리만 한다고' 하며 화를 냈습니다. 저도 여기서 더이상 못 참고 넌 대학을 왜 나온거나며 욕을 하며 자리를 뛰쳐나갔죠.


밖에 나와 화를 내리누르며 말리는 후배의 말을 듣고 있는데, 그 친구가 쫗아나왔습니다. 그러더니 일단 자신이 무례했다고 사과를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네가 전에 나한테 안 좋은 감정과 편견이 있어도 그런 소재로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정말 아니다 라고 하니 다시 얘기를 시작하면서, 계속 자기와 얘기를 하자고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지 않냐 박근혜가 좋다 싫다 가 아니지 않냐 하며 술에 취한 까닭인지 다시 흥분조로 얘기를 하자고 강요를 하더군요. 여기서 계속 참고 있던 저는 실수를 했습니다. 그 친구 가슴을 때리며 '너 내가 참고 있는거 안보이냐 이건 정말 아니지 않냐' 라며 맞대응했죠. 


그리고 주변의 말림에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가 제가 곧바로 그 친구에게 가서 고개숙여 사과했습니다. 잘못했다고 너무 흥분했다고. 하지만 여성혐오 에 있어서 너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도저히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든다고. (몇번 그 전에도 이런 말싸움이 붙었을 때 도저히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라고 느꼈고 무엇보다 이 친구의 태도 자체에 더 화가 날 뿐이라는 걸 경험하고 나서였습니다.) 그 친구는 사과를 받으면서 언젠가 다시 얘기를 해보자 고 하길래 그냥 어쩔 수 없이 알았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사과로 입을 뗐습니다. 저는 일단 그걸 받으면서 나도 미안한 부분이 있다고 사과했죠. 그런데 그 후에 다른 말이 나왔습니다. "형이랑 나는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근데 '처녀가 좋냐 안좋냐' 형이 한 질문이 아니냐? (그런 의도의 질문 한적없다 하니) 형의 잘못은 공공연한 잘못이지만 나의 잘못은 형한테만 잘못 아니냐. 난 사과를 받을 준비가 안되어있다. 그 술자리에서는 왜 자리에서 일어난거냐"라며 책망을 하더군요. 저는 다시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일단 다시 한번 사과를 한 이후에, 내가 기분이 상하는건 주제도 주제지만, 상대방을 함부로 통제하고 좌지우지하려고 드는 네 태도라고 말한 뒤에 꼰대처럼 하지마라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라 라고 하고 끊었습니다. 


그 이후로 두 달이 지났습니다. 마주치면 말도 안하고 지나칩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리며, 또 여자아이들이랑도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지내더군요. 오히려 그렇게 반응한 제가 이상할정도로 말입니다. 그 후 두달 동안 한윤형 박가분 씨와 같은 사람들의 데이트폭력이 있었고 여러 여성혐오 사례를 찾아보면서 상당부분 이것이 굉장히 만연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심지어 '언론'을 준비한다는 친구들에게도 말이죠. 


오랫동안 '처녀'라는 성의 '순결성'이 남성이 여성에게 강요했던  차별적 윤리라는 것은 알고 계실겁니다. 중동에는 아에 여성의 성기를 제거하는 수술이 아직까지 남아있고 정조대를 채우고 게다가 이제는 다른 남자가 여성의 외모를 보지 못하도록 가려놓기까지 하죠. 남성이 방탕하게 놀면 '능력자'라는 소리를 듣지만 여자가 마찬가지로 행동하면 '걸레,더럽다'라는 소리를 듣는 나라입니다. 그 사람의 고유한 권리이자 자유를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압하고 통제하려고 들었던 그 남성의 취향이 철저히 폭력이고 혐오라는 점이 이 나라에서는 그렇게 쉽게 지각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납니다. 


너는 남성인데 왜 그리 분노하느냐 , 너도 솔직히 처녀가 좋지 않느냐 라고 묻는 분이 있다면 사실 저는 다시 화가 납니다. 저는 동정이 아니고 성욕이 있고 섹스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남자입니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도 성욕이 있고 자신의 성에 대해 자신이 결정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것을 기호로써 요구하는 것은 "180이 아닌 남자는 다 루저"라고 했던 말보다 더 심각하게 한쪽 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언동이자 지난 역사에도 있어왔던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것이 폭력이 아닌 '취향'일뿐이라고 일갈하는 사람이 "나는 여자 마음을 잘 알아"라고 하며 여자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저런 태도 때문에 내가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남성들과 다르게 얼마나 많은 억압와 차별, '굳이 감당할 필요 없는 '죄의식'을 안고 산다는 것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라는 낙인을 받아야 한다는 그 사실에 분노하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제가 배운 대학에서는 이런 것을 '윤리'로 배웠습니다. 


하지만 두달 동안 이 문제에 괴로워하면서 내가 다시 이것을 들고 일어서서 문제화하고 싸우려고 해봤자 바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을 붙잡고 말해봤자 더 화가 날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그냥 체념하고 제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 란 마음을 가지다가도 이 문제를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납니다. 제법 오랫 동안 "다른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함부로 좌지우지 할려고 들고 소유하려고 들며 독점하려고 들었던 " 태도와 싸워왔기 때문입니다. 성적 결정권을 포함해 그 사람은 자신의 의지를 존중받을 자유가 있는데 왜 남성 꼰대 마초들은 그걸 맘대로 좌지우지 할려고 드는걸까요. 그럼에도 제가 그 친구에게 손찌검을 했다는 잘못 때문에 죄의식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어떤 변명도 없이 사과를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에게 했던 저항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것조차 폭력이기에 스스로에 대한 혐오도 느낍니다. 



그래서 이 화와 분노를 어떻게 이해하고 감당할지 모르겠습니다.

도와주세요.



 




러브송

2015.07.07 17:08:49

요즘처럼 하루 걸러 하루 여혐 이슈가 터지거나 데이트 폭력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는 이때 저는 바틀비님의 분노가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분노해 주시는 분이 남자분이라 더 위안이 되고요. 저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맨스플레인의 저자 레베카 솔닛이 이렇게 말했다지요. '결론적으로 나는 그보다 좀 더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라고요. 어찌보면 회피일지도 모르지만 아직 대화할 준비가 안 된 사람과 대화를 시도해 봤자  어떤 결과만 불러오는지는 바로 이 게시판에서도 몇 줄 위 어느 글만 보아도 알 수 있죠.

바틀비

2015.07.07 17:24:26

사실 저 일이 있은 뒤로 한윤형,박가분을 비롯한 수많은 데이트폭력 사례와 최근 한겨레21 특집 뉴스기사를 비롯한 여러 언론보도가 연달아 터지는 시류 때문에 저런 여성 이슈에 대한 생각이 오랫동안 이어진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트위터나 어떤 게시판들은 하루종일 이 문제로 씨름하죠.) 

칼맞은고등어

2015.07.07 18:02:24

추천
1
자신은 범죄를 저질러놓고 남의 실수를 범죄취급하는 본인의 사고방식부터 제대로 점검해봅시다.

여자후배 팔을 건드린 후배의 존재가 불만이셨던거 같은데 서로 어떤 인간들인지 알았음 서로 안엮이려 노력하면 간단한 일 본인의 범죄를 실수로 포장하려 애쓰는거 만큼이나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시네요 ㅎㅎㅎ

바틀비

2015.07.07 19:04:54

제가 한 명백한 잘못을 숨기지 않고 적시한 이유는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합리화와 동조만 바랐다면 저 사실을 숨겨도 글은 큰 문제가 없으니까요. 제가 분노한 지점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감정적인 어조로 '여성혐오 발언'을 합리화하고 또 마찬가지로 성차별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에 답하기를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그 부분에 대한 다른 분들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원치 않했던 상황이었지만 말입니다. 복잡하게 보이신다면 어쩔 수 없죠. 지적, 감사합니다. 

eustacia

2015.07.07 22:57:56

추천
1

다른 문명국에서는 설명조차 필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직까지도 이렇게나 많은 논쟁과 설명이 필요한 나라가 한국이죠... 바틀비님의 생생하게 살아있는 감수성과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패기가 좋아보여요! 그렇지만 사실 어떤 사람들은 설명을 해봐야 기본 전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지할수록 보통 자기 방어가 더 강하기 때문에 대화를 시도해봤자 다른 각도에서 다시 생각해보기는 커녕 단단한 아집 속으로 더 숨어들고 가시를 세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그런 사람들은 주로 논리로 대응하기보다 감정적 반응을 보이고 또 상대를 맥락없이 비꼼으로써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어하죠 저 위의 누구처럼~) 굳이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시지는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neon

2015.07.09 20:57:27

애초에 '처녀성에 대한 성적 기호'라는 주제 자체가 언급하신 상황에서는 맥락에 안 맞는 내용이고, 그 후배분과 다툰 원인은 처녀성에 대한 입장차보다는 각자의 성향이 잘 맞지 않았던 것이 더 크다고 봅니다. 글쓴님은 모든 상황을 이성으로, 논리로 보려고 하는 분이고 그 후배분은 감정을 중시하는 성격이라 평소에도 잘 맞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 안 맞는 사람끼리는 사석에서 논쟁해봤자 맘만 상하게 될 뿐이니 가능하면 엮일 일을 줄이는 게 잘 지내는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처녀성에 대한 성적 기호'라는 주제로 돌아와보자면. 역사적 관점에서는 처녀성이 남성에 의한 여성억압의 사례임을 증명할 증거가 수두룩하다는 게 사실이죠. 그런 억압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 처녀성 긍정에 대한 본인만의 독특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사회적 통념을 무의식중에 체화해 그저 당연한 것이려니 생각하는 남성들이 더 많을 거라고 봅니다. 허나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하니 처녀성을 긍정하는 본인만의 독특한 이유가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그리고, 설령 여성억압적 체제에 기인한 처녀성에 관한 환상을 지닌 사람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런 취향 혹은 생각을 고수하느냐 마느냐는 그 사람의 선택이기 때문에 존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본인의 성적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은요. 

그 문제에 대한 그 사람의 생각을 도저히 존중해줄 수가 없고 그 문제에 대한 의견차 때문에 상대를 인간 이하로 보게 된다면, 더이상 관계를 지속하진 못하겠죠. 하지만 내가 보기에 후진 생각이라는 게 상대가 틀렸다는 말과 동일한 뜻은 아닙니다. 이성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어도 본인들은 기꺼이 선택하는 일도 분명 있어요. 주제넘은 소리인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현상엔 정답이 있다고 생각했던 경험이 있고, 글쓴님께도 어느정도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족을 길게 달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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