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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5,179

- 아기를 재우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아기가 깨어 있을 때 마시면 자꾸 달라고 해서 곤란한 뜨거운 홍차도 모니터 앞에 타놨고

라디오도 틀어놓고 있습니다.

꿀 같은 어른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오늘은 아기가 낮잠을 길게 자서 덕분에 저도 같이 푹 잤습니다.

여러모로 지금 기분이 좋습니다.



- 아기는 나날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덩치가 커서 어린이집 안 가냐고 물어보는 분, 말을 많이 못 한다는 것에 놀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볼살이 많아서 얼굴은 아직도 더 어린 아기같아요. (아기가 어려보인다고 말하니 웃긴데... 그렇습니다.)

유모차에 타 있으면 몸은 안 보이고 얼굴만 보이니까 돌 좀 지났냐고 물어보는 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입체적으로(?) 커가고 있습니다.



- '바나나' 라는 말을 알고 있으며, 앞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 한 글자뿐이지만 '바나나' 라고 하려고 했다는 걸 압니다. 그럼 됐죠. ㅋㅋㅋㅋ

바나나를 사서 높은 곳에 올려 놨는데 아기가 그걸 보고 먹고 싶었나 봅니다.

밑에 와서 어!어! 하고 가리키고 난리가 났습니다.

제가 보통 어!어! 하면 알아듣고 원하는 대로 해주는데 그땐 정신이 없어서 못 알아들었더니

바!바! 하는 것입니다. 궁하면 통하는구나!

깜짝 놀라 두근두근하는 가슴을 부여잡고 바나나를 썰어 입에 넣어 주면서 다시 한번 해봐! 하니까 다시는 안 합니다.

어쨌든 언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아기가 말을 잘 하게 되어도 서로 말이 안 통한다고 답답해하는 날이 올 텐데,

그때가 되면 지금 어!어! 만으로도 모든 게 통했던 시절이 먼 꿈과도 같겠지요.



- 며칠 전 오랜만에 신문을 보니 한 정신분석가가 0~3세 아기 육아에 대한 책을 펴냈대요.

이제는 이런 게 눈에 들어옵니다. 자세히 읽어봅니다.

안아주기, 일관성 있는 수유, 그리고 사랑을 담은 응시.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지난날을 돌아봅니다. 

안아주는 것 하나는 정말 어른들이 애 버릇 나빠진다고 말리고 친구들은 골병 든다고 말릴 정도로 안아줬습니다.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사랑하는 아기에게 따뜻한 엄마품을 제공하기 위해 

팔이 빠지도록 안아주는 나는야 좋은 엄마! 하고 자뻑하려는 게 아닙니다.

정말 그러기 싫었는데 도대체 내려놓기만 하면 울어서 안은 채로 밥을 먹기도 하고

어느날 새벽에는 안은 채 같이 울다 보니 해가 뜨고 있고... 내막은 이렇습니다.

일관성 있는 수유... 이건 많이 찔립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먹이든 배고파할 때 먹이든 하나로 정해놓고 쭉 밀고 가야 하며

최악의 수유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을 자기 편할 대로 대충 섞어 아무때나 주는 거라는데 제가 그랬었네요. 

뭐 지난 일은 어쩔 수 없고. ㅋ

이 저자분은 '응시' 를 매우 강조하시더군요. 책 제목도 응시에 관한 것이었을 정도에요.

'응시는 영혼을 조각한다' 고 하시더군요. 멋있는 말이어서 기억해요.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아기와 눈을 맞추고 아기가 뭐하는지 봐 주는 것. 

이런 눈맞춤을 많이 받은 아기는 평생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어릴 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평생을 살아갈 힘이 된다고 하는데 

이 기억은 사랑의 눈빛을 받았을 때 형성된다고 해요.

이것도 항상 하고 있었다곤 못해요. 보고만 있어도 제 눈에 하트가 뿅뿅 뜨는 걸 자각할 수 있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절반 정도는(특히 오전 시간) 졸면서 널브러져 있으면 

아기가 '어!어!어!' (일어나서 내가 뭐하나 봐라! 노래를 불러라! 풍악을 울려라!) 하고 깨웁니다.

부끄럽지만 혼자 놀게 놔두고 멀찌감치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때도 많구요. 그러면 또 와서 어!어!어! 하기에 오래는 못 봅니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곱지 않은 눈빛 발사한 적도 있습니다.

생각하니 미안하네요. 아기란 생물은 정말로 엄마의 손길 못지 않게 눈길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대로 걸어다니고 나서부터 옛날에 누워 있거나 기어다닐 때처럼 진득하게 눈 맞추고 있기는 어렵지만,

항상 엄마의 시야에 들어있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침에 거실에 나와 졸고 있으면 눈을 떠서 자기를 시야에 넣으라고 깨우는 것이겠지요.

혼자 잘 놀다가도 제가 화장실만 가면 엄마!엄마! 외치며 화장실 문을 쿵쿵 두들기고요.

24시간 사랑의 눈길로 지켜보면 좋겠지만 저는 그런 인품은 못 되고,

곱지 않은 눈빛은 최소화하고 눈 마주치면 웃어 주고 아기와 시선이 마주쳤을 때 피하지 않아야겠어요.

지금 이 눈빛에 담은 사랑이 아기의 마음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엄마가 하트 뿅뿅할 때의 눈빛을 아기가 되도록 많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습관

2016.03.12 03:59:18

재밌게 잘 읽었어요^^ 충분히 좋은 어머니이신 것 같은데요! 엄마 엄마하고 엄마 눈에 항상 들려고 하는 아기 모습이 눈에 선히 보이네요.

그리고 또 궁하면 통하는구나... 맞아요 하하!

말을 깨친지 수 십년(...)이 된 저와 엄마가 소통이 잘 안되고 있어요. 이 글을 읽으니.. 이십몇년전 엄마와 제가 지금보다는 서로를 더 이해했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프네요. 더 노력해야 하는데..

사월이

2016.03.12 06:14:43

그죠...육체적으로 힘들때가 문제임 피곤하면 뭔들 힘드니까요.저도 그래서 체력을 비축하고자 운동도 하곤 있긴한데요.참 육아는 휴식시간을 허락치않는 육체적 정신적 노동인듯ㅎㅎㅎ힘내세요.어린이집은 아직 안보내시나요?말문트이면 잠깐씩이라도 갔다오면 사회성발달에 좋을텐데요.저는 네다섯살까진 안된다는주의였는데 바뀌었어요.ㅎ

소사

2016.03.13 01:15:23

응시는 영혼을 조각한다

멋진 말이네요.

받은대로 돌려줘야지라고 생각한 내가 아직도 어리다고 느껴요.

소중한 사람을 더 소중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싶어졌어요. 곁의 사람한테요.

좋은 이야기 나눠줘서 고마워요.  

Adelaide

2016.03.13 02:21:13

ㅋㅋㅋ 플님 저랑 반대시네요 ㅋㅋ 저는 너무 아기를 눕혀놓고 키워서 애기가 뒷통수가 납작해지고 있어요 ㅠㅠ 대신 수유텀은 비교적 일관적으로 잘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먹을때가 됐는데 안주면 아기가 난리가 나요 ㅋㅋㅋ 다른건 다 참아도 배고픈건 못참은 아가 ㅜㅜ) 시선으로 조각한다는 말 참 좋네요. 저도 마음에 새기고 싶은 글귀에요. 눈을 마주쳤을때 아기가 그렇게 웃고 좋아서 난리치는 이유도 자기를 쳐다봐주길 본능적으로 바라기 때문이겠죠?

Fuschia

2016.03.13 14:05:45

^^ 아마 지우기 전 답글을 봤을 꺼예요.

그래도 왠지 이 글에는 조금은 더 밝고 즐거운 댓글을 달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고양이도 응시를 통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곤 해요.(저랑요)

서로 바라보다가 눈을 지긋이 감는다는 것은

서로를 사랑한다는 뜻이래요. 고양이 언어로..

우리 플아가도 고양이 언어에 능통한 어린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가끔은 인간 언어보다도 더 섬세하고 유연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같거든요.

미상미상

2016.03.14 13:39:52

추천
1

플님의 이 글을 읽고 주말에 저희집에 온 조카를 사랑이 담긴 눈으로 응시해주었습니다. 이제 저희 조카는 고모를 감시하지 않고 초고속으로 기어다니면서 제가 잡으러 가면 까르르까르르 웃으면서 장난을 칩니다. 아직 자기 엄마 아빠가 외출해도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만 오히려 슬픔의 감정을 좀더 늦게 알았으면 해서 나쁘지는 않은거 같아요.

그덕에 어제는 방전이 되어 감기몸살이 났습니다만 조카가 주말에 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고 저의 아기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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