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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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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가졌을 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널 지우려고 했다. 네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 벌써 1년째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어. 약을 먹었지만 너는 끝내 죽지 않았고 난 널 받아 들여야 한다는 걸 알았지. 네가 내 뱃속에서 막 나왔을 때. 네 아버지는 너의 손 발가락이 제 숫자만큼 붙어있는지부터 확인하라고 했단다. 꼭 5개씩 제자리에 있더구나. 다행히."

그 날 나를 둘러싼 세계는 처음으로 파괴되었다. 나는 어머니가 처음부터 어머니였던 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는 내 어머니이기 전에 아버지의 아내였고 형의 어머니였으며 한 사람의 가난하고 꿈 많던 여성이자 개별적 인간이었다. 그러므로 그녀의 자유의사에 따라 어쩌면 나는 생을 부여받지 않을 수도 있었다. 또 나는 둘째가 아니라 셋째가 될 수도 있었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것들 중 당연한 것은 한 가지도 없었다. 부모님이 형보다 내 지적 발달에 큰 관심을 기울였던 이유도.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내 생떼에 더 너그러웠던 이유도, 그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둘째고 막내여서 그랬던 게 아니었다. 태어나기도 전에 자식을 독살하려 했던 어머니. 그녀의 마음의 빚에 기대어 나는 자라났다.

그럼에도 부모에게 기쁨을 주는 자식이 되고 싶었다. 처음엔 오직 그것만이 어머니를 구원할 방법이라고 믿었다. 난 일찍이 말귀를 곧잘 알아듣는 조숙한 꼬마였고 학교에선 잠이 많다는 점을 빼면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학생이었다. 나는 세계가 파괴된 뒤에도 계속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시스템 속에 머물러 어른들이 기대하는 나인 채 존재하고자 했지만, 내 안에서 영영 무언가가 달라지고 말았음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웃고 있었다. 애써 웃으려고도 했다.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했던 건, 그래야 어머니에게 더 맘 편히 내 욕망을 요구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를 향한 타인의 죄책감에 기대어 관계를 지배하려 하곤 했던 내 나쁜 대인관계 습관은 그렇게 길러진 것인지도 몰랐다.



뜬뜬우왕

2018.09.03 18:25:09

하자와 결핍의 경험은 좋단 생각입니다. 내가 채우면 되니까. 근본적으로 부모님은 날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있어도 크게 엇나가진 않는것 같아요. 그 어떤 오해가 있어서 내가 힘들었구나.라고 결국엔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사랑이 참 부족한게 어려운것 같아요.결국엔 사랑이 문제예요.

이기주의자

2018.09.04 00:34:20

충격이 심했겠어요

뾰로롱-

2018.09.05 08:15:47

Plastic - 정준일 (feat.비와이) 노래에서 비와이 랩부분에..


" 내 탄생의 원인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도

   나는 너무 잘 알아

   다 느낄 수 있어 전부 느껴져 "


라는 부분이 있는데... 


처음 그노래를 들으면서 이 랩부분에서 쿵- 하는 마음을 느꼈어요.. 

뭔가 눈물이 핑 하고 돌더라구요.. 


음,,, 저역시 제 탄생의 원인이 사랑이였기 보단 엄마에게 큰 짐이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러나,, 존재하지 않았던 순간부터 사랑받기 바라는것은 제 욕심 일것 같아요. 


부디 마음의 짐의 무게가 조금씩 조금씩 가벼워지길 빌게요- 

점점 살을 파고들어 좀먹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그 이야기를 들었던 시점의 어린 에로고양이님이 받았을 충격과 상처를 어른 에로고양이님이 위로해주세요.. 


Waterfull

2018.09.05 12:26:53

당사자야 각각의 감정이 다르겠지만

저라면 그런 죄책감 느낄 정도이 부모라면

괜찮다고 느껴져요.

이거야 제 입장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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